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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1일 19시 58분 등록
사부님께.......

안녕하세요. 사부님!
현웅입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한국엔 지금쯤 아카시아 향이 가득하겠습니다.
사부님이 계신 북한산 주변엔 철쭉이 한참이겠구요.
제가 사는 안산 성포동 노정봉의 아카시아 꽃으로 뒤덮인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사부님! 제가 와있는 곳은 나이지리아 라고스 인근 포타코트라는 곳의 앞바다입니다. 육지에서 헬리콥터로 약 1시간 나오는 정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방이 다 바다입니다. 수심도 꽤 깊어 보입니다. 이곳 사람들 말로는 수심이 1.5km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초록빛 바다라기보다는 검은빛 바다에 가깝습니다. 햇빛에 비춰지는 바다도 사진에서 보는 곱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동해바다와는 좀 다릅니다. 그래도 물고기는 참 많습니다. 크기도 무척 크구요. 상어와 고래도 나타난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못봤습니다. 빵조각을 던지면 양어장처럼 꽤 많은 물고기가 모여듭니다. 밤이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끔 꽤 큰놈도 올라옵니다. 그 크기가 족히 제 다리하나는 돼 보였습니다. 처음 보는 물고기였는데 머리가 길고 이빨이 아주 크고 날카로웠습니다. 그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먹는 육식성입니다. 낚시로 작은 물고기가 올라올 때 그놈이 낚아채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한번도 낚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가끔 구경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오늘 4기 연구원 첫 오프라인 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참 만이 기다려진 순간이었는데 제 몸이 나이지리아에 와 있습니다. 선배 기수들의 연구원 오프라인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변경연 홈페이지를 통해 많이 봐왔습니다. 나도 저런 모임에서 사람들과 지적 호기심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지 3년이 지나고 제가 정식으로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아직도 잘 믿겨지지 않습니다. 어제 저녁에 재우 형에게 이메일로 부탁했습니다. 제 자리도 꼭 만들어 달라고....... 그리고 제 이야기도 대신 해달라고 했습니다. 재우형이 저와 많이 닮았다는 써니 누나의 말도 있고 해서 재우 형한테 좀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뒤풀이 2차 정도는 가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어떤 이야기꽃이 피었을까? 너무 궁금합니다.

사부님 저는 4월 한 달을 조셉 캠벨의 책을 읽으면서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니 혼란스러웠다기 보다는 뭐가 뭔지 잘 몰랐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저는 신과 신화에 대해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제가 신은 나와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던 탓인가 봅니다. 물론 그런 것이 유물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지만 왜 그렇게 사람들이 신화를 이야기 했을까? 라는 질문을 저는 제 스스로 해보지 못했던 것 이었습니다. ‘네가 그것이다’라는 문장을 보면서 뭔가 조금은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무의식 속의 내가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으로 나는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믿고 싶어졌습니다.

사부님 요즘은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3년 전 사부님을 어느 모임에서 처음 뵈었을 때 사부님이 그곳에서 추천해주신 책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자기계발이란 망령을 쫓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그런 책을 읽고 있었죠. 그때 사부님이 참 이상한 모임이다 하셨습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같은 부류의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 참 놀랍다며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셨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분이 “책을 한권 추천하신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사부님께서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신 책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열전 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책만 사놓고 그것을 몇 장 읽다 다시 덮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그리 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년이 지나 연구과정을 통해 다시 시기열전을 펴들었습니다. 이번에 사뭇 다른 감정이 들었습니다. 사마천의 심정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열전에 실린 인물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떤 내용은 지금의 제 상황과 참 비슷하여 눈을 땔 수 없었습니다. 참 오래된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이야기들은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야기 하는 진리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통함을 여러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중지제자 열전에서 본 “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고, 더러운 흙으로 쌓은 담에는 흙손질을 할 수 없다.” 공자의 제자 재여가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며 한탄한 스승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참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본 공자의 모습이 사부님처럼 부였습니다. 오늘 내일 책을 정리하면서 좀더 사마천의 붓끝을 따라가 보려합니다.

지금 막 지환이 한 테서 반가운 메일이 도착해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부님께서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저에 이름을 불러주셨다는 내용과 숙제 제출 기안이 하루 연기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오늘 오전 작업을 하면서 땀을 한바가지는 흘리고 들어 왔는데요. 정말 피곤이 싹 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그리고 연구원 식구들에게도 너무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사마천의 붓끝을 좀더 느끼면서 책을 정리해야겠습니다.

어제 가장 난제로 꼽혔던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 그 기계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도착한지 20일이 되어서야 겨우 기계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다른 기계들의 시운전과 펀치 수정작업을 계속했습니다. 도착해서 이곳 현장 분들이 이야기하는 문제점을 쭉 들어보고 기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확인 시켜줄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기계를 움직여 봐야하는데 다른 작업에 걸려 제가 봐야할 기계는 손도 못 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어제부터 시운전은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운전 결과 이곳에 함께 온 생산팀 김과장님과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페인트 문제라면서 해결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데 동감했습니다.

구조물의 간격이 설계한 것 보다 넓어서 생긴 원인이 첫 번째였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기계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오차 범위인 것으로 보이는데, 기계는 주행 중 레일에 끼는 현상이 계속 발생했던 것입니다. 제가 떠날 때 정산형님의 덧글을 꼭꼭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해라........ 심각했던 일들이 의외로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해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이번에 또 확인했습니다. 자동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듯이 크레인의 휠(바퀴)이 주행 빔에 칠해져 있는 페인트에 미끌리는 현상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 확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저는 그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그것을 확인시켜주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도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일주일 안에 이곳을 정리하고 귀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희 회사에서 만든 기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참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한달 가까이 있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또 경험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잘되기를 염원해 주신 덕분일 겁니다. 사부님께 떠나기 전 설악산에서 말씀드린 한달 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쁩니다. 이제 회사에 돌아가 여기서 본 경험을 이야기 할 겁니다.

잘못된 점을 내새워 시정해야 한다는 식의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사진을 많이 찍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이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기름을 만드는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우리의 노동이 얼마나 값진 것이라는 것을 함께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좀더 신경 쓰고 조금만 더 이 기계를 움직이며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보자고 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열심히 했고 앞으로 더욱더 좋아질 것이라고.......

사부님 삼겹살에 쏘주가 참 그립습니다..^^
언제나 사부님의 건승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2008년 5월 11일
나이지리아 AGBAMI FPSO에서
제자 홍현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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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환
2008.05.11 22:46:55 *.34.17.93
계속해서 이렇게 멋진 짓만 하실겁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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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5.12 00:22:36 *.72.227.114
그러니까 말이야... off-line수업 숙제도 열심히 해서 먼저 보내시고 글도 제일 먼저 올리시고..나, 참 혼자 멋진 짓 너무 많이 하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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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
2008.05.12 00:33:47 *.41.62.236

반갑고, 왠지 고맙고, 일주일후면 귀국이라니 그때까지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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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5.12 07:52:33 *.160.33.149

현웅아,
정화가 네가 보낸 숙제를 읽어 주었다. 그 숙제가 재우에게 전해진 경로를 듣고, 우리 모두 놀라고 또한 기뻤다. 우리 모두 성실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너에게 최고의 발표상을 주었다. 수상할 때 네가 없어 섭섭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너에게 박수를 쳐 보냈다. 그 소리가 들리더냐 ?

그렇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 그 나무의 이름이 무엇이든, 재질이 얼마나 단단하고 향기롭든, 썩은 나무로는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없다.

먼곳에 있지만 토요일 수업에 참석한 네가 고맙구나.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언제나 말 이전에, 말보다 먼저 존재하는 무엇이구나. 참으로 좋은 선물을 나는 받았구나. 고맙다. 건강하게 돌아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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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5.12 09:06:23 *.39.173.162
사부님 감사합니다. 생애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습니다. 변변치 못한 숙제를 보내게 되어 송구스러웠습니다. 썩지 않는 나무가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정화 선배 고마워요...^^ 어떻게 읽혔을지 되게 궁금하네..ㅎㅎ
오탈자가 많아 애먹었죠.ㅋㅋ

지희 누나 항상 고마워요. 많은 힘이 됩니다.

현정아~~ 너무 그러지 마라..ㅋㅋ 글로 안되니 어거지라도 써야되지 않겠냐. 3부 기다릴께.. 현장감이 물씬 풍기더라. 건투를 빈다.

지환아.. 너에 세심한 배려에 감동먹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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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5.12 12:51:59 *.128.30.50
우리는 홍스님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고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게으름이란 놈에게 나의 일부를 빼앗기곤 하는 저에게
작은 천둥처럼 순간의 번개처럼 방성하라고 말하였습니다.
건강하게 잘 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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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2 21:35:10 *.120.194.214
진정 박수가 아깝지 않네.
건강 챙겨서 떠날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삼.
얼룩말 잊지 않았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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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5.13 08:11:50 *.248.75.5
한 편의 감동드라마구나.
홍스 멋지다.
마지막에 통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현자의 지혜가 들어있고나. 이곳에 없음으로 해서 더 '있는', 그대의 존재방식이 너무 멋있다.
없어도 함께 있고, 있어도 함께 있는 네가 바로 그것이다!!!
건강하게 잘 돌아오길...
그곳에서 그대는 책보다 더 귀한 경험을 하고 있으니,
고생이 헛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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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5.13 16:17:57 *.97.37.242
홍스야,
일이 잘 되어 간다니 덩달아 기분이 좋구나.
삼겹살에 소주한잔, 아! 나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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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5.13 16:47:39 *.122.143.151

홍쑤야~

모임에서 네가 부탁한 일을 했더니 다들 너를 영웅처럼 떠받들드라..
형으로서...
형이지만...
열라 질투나드라.. ㅋㅋ

제수씨의 독촉전화 정말 인상적이었다... 부창부수를 느꼈다.. -_-;;

수고 많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 놓지말고 몸 건강히 조심해서
돌아와라. 소주는 내가 살터이니 삼겹살은 출장비로 니가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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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5.14 00:47:59 *.72.153.57
홍홍홍...
보내준 자료는 수업에서 제가 조금 빠른 속도로 밋밋하게 읽었습니다.
홍스가 되어보려 했지만, 하하하.하. 홍스는 역시 홍스가 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일 잘 마치고, 건강히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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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5.15 06:42:02 *.39.173.162
정화선배.. 고마워요. 정화선배가 내 글을 읽어줬다니 더욱더 뜻깊어요. 밋밋하게 읽은거 그거 내 주특긴데..ㅋㅋ

재우성.. 알았쓰~~ 어디서 만날까나..

정산형님. 감사합니다. 형님의 조언대로 하고 있습니다..^)^

소은누나 고마워요. 제 양념이 맛이 난것 같아. 기뻐요..ㅎㅎ

창형 얼룩말을 어찌 있겠쑤..ㅋㅋ

은미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아!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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