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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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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2일 23시 01분 등록
나에게는 고등학교 때 만나 지금까지도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는 두 명의 친구가 있다.
우리 셋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반이었고 이것을 계기로 친구가 되어 현재까지 우정을 이어 오고 있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를 제외하곤 나머지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지 못하였는데 그 둘은 줄곧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기도 했다.
그녀들 중 한 명인 A는 나와 더 가깝게 지냈고 대학교 4학년 졸업 할 떄까지 그녀와 나는 따로 둘이 만나기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나머지 친구 B와 내가 단 둘이 만난 적은 없었다. 또 특이한 것은 A와 B도 고등학교 3년 내내 줄곧 한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단둘이 따로 만나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더더욱 이상한 것은 B와 나는 같은 대학에 같은 공대를 다니고 있었고 A는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B와 나는 대학시절 좀처럼 따로 어떤 만남을 가진 기억이 없다. B를 만나려면 반드시 셋이 함께 모여야 했다. 친구 B에게 있어서 나나 A와의 일대일 만남은 어색한 것이었고, B는 반드시 셋이 만나야만 얼굴을 볼 수 있는 야릇한 관계였다.
사기열전에서 말하는 “ 백발이 되도록 친구로 오래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것처럼 마음을 모르는 자가 있는가 하면,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예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처럼 그녀와 나는 오래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잘 모르는 관계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고등학교 1학년떄부터 대학교 4학년 졸업할 때까지 7년간을 알고 지내온 B는 오래되어 친한 듯하면서도 둘만이 마주보고 앉으면 어색한 사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서울로 동시에 취직을 하게 된 우리는 함께 살기로 결정을 했다.
그녀와 나는 서울에 편하게 머무를 연고지가 없었고 둘이 함께 사는 것이 그나마 무섭고 낯 설은 서울 생활에서 위안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나는 살짝 고민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같이 살면 사이가 나빠진다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또 사실 그다지 친밀하게 만남을 가져온 사이가 아닌데 어색하지 않을까?등등.. 다양하고도 소심한 고민들이 밀려들기도 했다.

결국 그렇게 우리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우리는 퇴근하면 저녁 식사를 준비해 함께 먹기도 하고 TV를 보면서 함께 하하호호 웃어대기도 했다. 청소를 잘 하지 않는 친구 대신 내가 청소를 했고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친구는 요리를 했다.
약간은 미묘하고도 어색한 사이를 의식하면서 동거를 결정했지만, 의외로 우리는 낯설고 물설은 서울 생활을 서로 의지하며 씩씩하게 헤쳐나갔다.
B와 내가 좋은 음악을 들었다며 때때로 서로 들려주던 음악들은 너무나 똑같을 때가 많아 깜짝 놀라기도 했고, TV에 나오는 누군가의 잘 눈에 띄지 않는 헛점들을 동시에 지적하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옷을 고르는 안목과 주요 관심사도 비슷했다.
그렇게 그녀는 고등학교 첫 만남에서부터 동거 전까지 약 8년여의 시간 동안 진정으로 서로 몰랐던 점들을 단 몇 달 사이에 깨닫게 해주었다.
즉, 우리는 소위 코드가 맞는 친구들이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앞에서 인용한 사기열전의 이야기인 “ 백발이 되도록 친구로 오래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것처럼 마음을 모르는 자가 있는가 하면,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예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의 이야기에서 나는 전자,후자가 모두 내 친구 B가 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녀는 그 뒤로 나에게 많은 의지가 되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있고 눈빛만 봐도 통하는 가끔은 언니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나의 고민이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곤 하는 소울메이트가 되어 있다. 나 또한 그녀에게 있어 내가 필요로 되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제 우리는 단둘이 함께 만나 쏘다니며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당연한 사이가 되었고 가끔은 나머지 친구인 A가 급진전 된 둘의 사이를 보고 질투를 하기도 한다.

평소 나는 친구들에게 자주 연락을 하며 살뜰히 챙기는 타입은 아니다. 주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며 지내는 편인데, 내가 결혼을 한 이후로 더더욱 이런 성향은 좀 더 짙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몇 달간 연락을 하지 않다가 연락을 해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속칭 서로 허물이 없는 언제나 반가운 친구이다.
그런 그녀가 최근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한번 맘 먹은 것은 반드시 해내는 의지력 강하고 머리 좋은 그녀이기에 반드시 잘해내리라 믿는다.
친구야 파이팅이다.
IP *.34.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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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5.13 17:03:18 *.97.37.242
지혜, 좋은 친구를 두었구먼.
난 동창들 만난 적이 언제인지 잊었을 정도로 동창들과 멀어져 버렸다네.
제일 친했던 친구는 미국 살면서 연락이 두절된 상태구...

이젠 동창들과 자주 연락하고 만나야 할 나이인데...
그래도 다행인건 연구원 친구들이 새로 생겼다는 점이야.
더구나, 다양한 연령대의 젊은 친구들이라니...
ㅎㅎ 정말 신나는 일이지.

소울 메이트들과 좋은 우정 만들어가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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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5.13 17:05:25 *.122.143.151
그 친구, 결혼은 했나? 이쁜가? 갑자기 궁금해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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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5.13 17:08:39 *.248.75.5
인생의 우연은 가끔 큰 선물,
둘이 서울로 올라오게 된 것이
참 친구를 얻는 계기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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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5.14 08:58:47 *.244.220.254
부럽네~ 평생의 인연으로 함께 하시기를......
그나저나 재우형님~ 유부남이 왜 찝쩝(?)대고 그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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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5.14 09:45:33 *.122.143.151

왜 궁금한가, 왜 내가 그럴까 곰곰 생각해봤더니...

그새... 거암한테 배운거더만... 쩝...

내가 싫어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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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5 02:34:32 *.41.62.236
나두 싫어진다. 재우성이. ㅋㅋㅋ
뭘 배워. 천성이 그런거지.

부럽다. 튼튼이 아가는 이모들 많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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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5.15 06:56:25 *.39.173.162
얼마전 3년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는데
하나도 낯설지 않더만.... 그래서 친구지..
지혜씨 멋진 친구다. 둘다.

근데 재우성하고 거암이는 왜 남에 집에서 난리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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