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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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다급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불안해진채로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흐느낌이 들려옵니다.
‘선생님. 저는 이 세상에서 살아야할 이유가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한 가지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제게는 무언가를 해 주어야 할 사람만 있을 뿐. 그런데 아무것도 해 줄 능력이 안되니 저는 존재감이 없는 거 같습니다.
이렇게 힘들어도 아무도 제가 괜찮으냐고 묻지 않는데도 저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제가 미워 견딜 수 없습니다. 세상이 너무 무거워 그만 다 내려놓고 싶어요. 지금 동해로 가고 있어요”
상담을 통해 그의 생의 지도를 알게 된 저는 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미어집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저 그와 함께, 오래 울어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 순간 그가 SOS를 신호를 보낸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그와 긴 통화를 끝내고나니 마음이 담긴 말을 하느라 목은 쉬었고 소리 내지 못하고 울었던 탓에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입니다.
때로 삶의 무게에 억눌려 생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생의 굽이굽이에서 그처럼 한 번쯤 해보지 않은 이는 없겠지요. 그런데 그때 마다 무엇이 우리를 일으켜 세워 다시 일상을 살아가게 해 주었을까요.
그의 삶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온통 챙겨주어야 하는 사람뿐이었습니다. 따듯한 성품인지라 말 한마디도 품는 말을 하며 모두를 살피지요. 그럼에도 정작 자신이 힘들 때 어디서도 위로를 받지 못하는 사이 책임은 점점 늘어났고 마음의 병은 깊어만 갔습니다.
저를 만나기전 이미 삶을 놓아 버리려는 실행을 몇 번이나 했던 그였습니다.
그가 제게 와서 함께 많은 것을 나누며 명랑해진 상태였는데 요즘, 그 역시 코로나로 인한 여파로 가게의 월세를 내지 못하고 급여를 주지 못해 직원들을 해고 하며 깊은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급여가 전부일지도 모르는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것이 이타적인 그에게는 그 과정부터 또 다른 상처가 된 거지요.
우리가 삶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떻게 해도 원하는 대로 살아 갈 수 없겠다는 절망감이 커질 때입니다.
다음 날 아침, 그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선생님. 이제 다시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아 보려 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제 선택이 누군가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선 안 된다는 그 말씀이 너무나 마음 아팠습니다.
살아보겠습니다. 살아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말씀, 살아 있어 고통을 느낄 수 있으니 건강한 거 라는 말씀,
기억하고 무엇보다 상처로 기억되는 삶으로 마감하면 안 될 거 같아요. 다시 뵙겠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이 힘든 시간이 좋은 시간으로 올지도 모르니까요”
미스터 트롯의 진이 된 임영웅, 매 과정마다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성장하는 그 모습이 무척 좋았습니다. 무대에서 자신을 위한 세상의 단 한 곡인 듯 노래하는 그 모습에는 모든 것을 다 바친 열정과 간절함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문투를 했고 처음으로 팬이 돼 보았습니다.
그의 환경에서 온 결핍이 역설적이지만 그에게 선물한, 젊은 나이에 세월의 무게를 아는 수용의 목소리로 완성되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요.
저는 요즘 아침 기도가 끝나면 그의 모든 노래를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의 슬픈 노래를 듣는 이들도 그저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합니다.
그가 그간의 슬픔을 지나오는 동안 강력해진 노래의 힘으로 청자와 함께 울어주는 듯한 공명, 치유의 과정이 노래 한 곡으로
가능해지는 거지요.
우리에게도 그 슬픔에 머물렀던 시간이 있었기에 슬픔이 승화된 표상이 된 임영웅. 많은 청년들의 앞에 서게 될 그가 모쪼록
인성과 지를 갖추어 잘 성장하여 절망에 머물렀던 또 다른 젊음들을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람합니다.
울며 동해 바다를 향해 속도를 높여 , 한 생을 바다에 던져 버리려던 슬픔에게 전합니다. 아니, 이 생각지 못한 코로나사태로 인해
몹시 앓고 있는 모두의 슬픔에게 전합니다.
우리가 삶의 위기에 직면할 때 우리를 견딜 수 있게 해 준 건 성공이나 목표보다
가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
부끄럽지 않기 위해,
또는 주어진 한 생을 기꺼이 살아 내려는 권리와 책임감을 아는,
인간이라는 걸 아는 까닭이었던 거지요.
이 시간이 우리네 삶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한 조각일지도 모르니 마구 흩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아
오직 한 번뿐인 스스로의 생을 꼭 붙잡고 잘 견뎌보라고,
그래서 오직 한 생인 내 삶을 순리대로 잘 여며 보자고
그리하여 무대에 서서 오직 한곡뿐인 내 노래를 부를 순간을 함께 기다려 보자고, 말입니다.
치유와 코칭 백일쓰기 42기 지원안내 https://cafe.naver.com/east47/60205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uebermensch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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