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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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부부가 쓴 그림책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는 성경의 전도서 제3장 1절부터 8절, 제1장 4절의 내용을 그림책으로 만든 거예요. 내용은 아주 단순해요.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무릇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으면 살릴 때가 있고, 허물 때가 있으면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가슴 깊이 슬퍼할 때가 있으면 기뻐 춤출 때가 있다. 돌을 버릴 때가 있으면 모을 때가 있고, 서로 껴안을 때가 있으면 거리를 두어야 할 때가 있다. 얻을 때가 있으면 읽을 때가 있고, 잡을 때가 있으면 놓아줄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으면 꿰맬 때가 있고, 입을 다물 때가 있으면 열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고, 싸울 때가 있으면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무릇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이 땅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그림을 작가가 그리진 않았어요. 서로 다른 나라와 시대의 그림을 글에 맞춰 표현하고 있어요. 래오 딜런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고 부인 다이앤 딜런과는 동갑으로 파슨스 디자인학교에서 함께 공부했어요. 서아프리카의 옛이야기를 소재로 한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와 [아샨티 족에서 줄루 족까지]로 연속 2년 칼데콧 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연속 2년 부부가 수상한 것도, 아프리카 미국인이 수상한 것도 처음이라고 해요.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처럼 여러 민족의 다양한 그림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에요.
소년원 아이들과 그림책 내용을 보고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거예요. 그리고 그림을 보며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인지도 맞춰보고 각자 맘에 드는 그림을 골라 이유도 같이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까 해요. 더불어 본인들은 ‘지금 어떤 때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물론 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지요. 저는 ‘거둘 때’인 것 같아요. 10년을 넘게 공부하고 배우고 시민단체 활동가로 상담도 하고 강의도 하고 봉사도 했어요. 그 기간이 저에겐 심을 때였던 것 같아요. 교육학과로 편입해서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 졸업도 했고, 구본형변화경영연구원 과정도 2년이나 했으니까요. 이제 그동안의 배움을 통합하고 또한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하며 많은 것들을 거두고 있어요.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 새로운 일들을 포함해서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쁘면서 재미있어요.
앞으로 또 어느 때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는 법이고 아무리 고통스런 순간이더라도 ‘그 또한 지나가리니’ 할 수 있겠죠. 제가 쓴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려고 해요. 책도 소년원에 선물하려고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자기 개방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얼마 전 서로 자신이 읽은 책이나 영상, 영화를 추천하는 시간을 모임에서 가졌어요. 어느 한 분이 [절제의 성공학]을 추천하면서 남편분이 그러셨다고 해요. “슬퍼도 너무 슬퍼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쁨도 너무 기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편으로 득도한 사람이나 가능할 태도 같기도 하고 기쁨도 절제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소년원 아이들에게는 필요한 마음가짐일 수도 있어요. 절제하지 못해서 혹은 안해서 생겨난 결과도 있을테니까요.
상담을 하는 분들 모임에서 ‘나의 인생 시계 그리기’를 했어요. 각자의 지금을 시간으로 표현한다면 몇 시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돌아가면서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물리적인 나이로 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본인의 심리상태로 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나이 오십이니 낮 12시라고 하거나, 자신은 아직도 성숙하지 못해 아침이라고도 하셨어요. 어떤 분은 자녀가 커서 이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 해질 무렵의 평온함으로 오후 5시라고도 했고요. 전 나이도 오십이고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 낮 12시라고 했어요.
소년원 아이들은 과연 몇 시라고 할까요? 수도권 코로나 상황이 2단계로 강화되면서 9월 초 시작하려던 강의가 연기되었어요. 언제 시작할지 알 수 없지만 천천히 하나씩 준비해두려고 해요. 강의안도 만들고 활동지도 만들면서요. 너무 연기가 되지 말아야 할 텐데요. 여러 가지로 코로나가 변수로 작용하네요. 그곳에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저와 만나 활동하는 그 시간이 조금이나마 쉼이 되길 바라면서 이번 글은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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