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그미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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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 서로에게 상처로
중학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1학년 남학생들. 아직 초등학생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이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 불안은 약간 머뭇거렸다. 저녁이었고 마침 누군가가 화장실 불을 꺼 놓았다.
불안은 장호에게 같이 가자고 도움을 요청했다.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장호가 불안과 함께 갔다. 장호는 불을 켜주고 밖에서 기다리기로 약속하자 불안은 혼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장난기가 발동한 장호는 밖에서 화장실 문을 잠그고 불을 껐다. 순간 불안은 무서워서 소리쳤다.
“장호야, 나 심해 공포증과 폐소공포증이 있단 말이야. 불 끄지 마”
이때 장호는 바로 불을 켰다. 그러나 잠근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볼일을 보다만 불안이 다시 소리쳤다.
“문 잠그지 마”
덜컹덜컹하다가 장호가 잠근 문을 풀었다.
이런 일을 당한 불안은 억울해서인지 수업시간에 상황을 이야기했다.
수업을 마친 후 쉬는 시간에 그들을 불렀다.
장호와 불안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장호에게 말했다.
Oh쌤: 응. 장호가 불안을 위해 화장실을 함께 간 건 친구로서 배려해준 건데, 네가 불안을 놀리려고 장난한 것이 불안에게는 무서울 수 있었겠다. 장호 너도 당황스러 왔겠다. 장호 네가 불안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보렴.
장호: 난 장난으로 한 것이 너에게 피해를 줬다면 미안해. 네가 깜깜한 것을 그렇게 무서워 하는 줄 몰랐어.
불안: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내가 폐소공포증과 심해 공포증이 있어서 네가 문을 잠그고 불을 끈 순간 너무 무서웠어. 혹시 다음에라도 나에게 이런 장난을 안 해줬으면 좋겠어.
장호: 알았어. 너를 무섭게 해서 정말 미안해.
이렇게 일은 마무리되었다. 한 시간 수업 후에 장호 반에 들어갔던 국어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수업시간에 장호가 울었다고. 궁금해서 다시 장호와 불안을 불렀다. 이유를 물어보니,
장호: 이야기를 마친 후 교실에 들어왔는데요. 불안이 저에게 비웃는 듯한 태도로 “I''m sorry to hear that'( 그런 말을 듣게 되어 유감이야)이라고 말한 것이 속상했어요. 그냥 말한 것이 아니라, 불안이 ‘장호 네가 잘못했으니 선생님께 가서 야단맞아도 된 다’라는 뜻으로 들렸어요.
이 말을 들은 불안이 당황했다. 실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일상에 적용해서 말했는데, 그것이 비웃는 태도로 보였다면 미안하다고 불안이 말했다.
불안: 응. 장호야 나도 미안해. 선생님이 오라고 했는데, 내가 너에게 “I'm sorry to hear that”이라고 한 말이 비웃는 말로 들렸으면 미안해.
Oh쌤: 이제 둘 다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겠네. 자신의 의도와 달리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잖아.
장호가 장난삼아 한 일이 불안을 공포로 몰아넣았따. 불안이 그냥 자신의 기분으로 큰 소리로 다른 친구들이 듣게 말한 일이 장호에게는 속상하고 상처받는 일이 되었다.
조선의 사상가 박지원이 “세상의 모든 소리는 자신의 마음이 지어낸 소리”라고 했다.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상대가 하는 말이 내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되기도 하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맛일 수도 있다.
불안이 한 말이 장호를 비웃는 말이 아니었는데, 장호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 그 말을 비웃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럴 때는 혼자 꿍하고 속상해하지 말고 상대인 친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같은 말이라도 처지가 다르니 완전 반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말하지 않고 오해하면 상대가 밉다. 미워하는 나는 괴롭다. 내가 미워한 지 좋아한 지 상대가 알 수가 없으니 천하태평이다. 내 마음은 지옥인데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냥 잘 웃고 다닌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렇게 내 마음도 모르는 친구를 미워하면서 내 마음은 지옥이 어만 하는가. 지옥을 만드는 것은 친구가 아니라 자신이다. 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면 혹여 내가 상대의 말을 오해할 수 있으니 말을 해야 한다. 입은 음식을 먹으라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말이다. 말하기가 어렵다면 편자나 짧은 쪽지를 쓰자. 정확하고 상대에게 요구한 바를 쓰자. 쓰다 보면 마음을 정리하고 한결 편해진다. 쪽지를 주면서 “내가 너에게 할 말을 적었어. 읽어보고 설명할 것이 있으면 말해”라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한다. 우리는 가끔 이런 상황에 접했을 때 나 홀로 피해자가 된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가해자는 자신이 친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한다. 불안처럼 영어수업시간에 배운 말하기를 일상에 적용했다.
그러나 장호는 그 말을 자신을 비웃는다고 해석했다.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 같은 말이라도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니 혼자 상처를 받았다고 끙끙 앓지 말고 이야기하자. 말을 해야 소통할 수 있다. 대화하다 보면 상대가 무슨 뜻에서 이야기했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자신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를때가 많다. 그럴때는 글로 써보자. 글쓰기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있다. 복잡한 마음이 정리된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용기있는 행동이다. 오늘은 용기를 내는 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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