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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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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9일 22시 30분 등록
곧 엄마가 된다.
아이와 함께 할 미래를 그려본다는 게 행복하기도 하지만 약간은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같이 아이를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들이 들끓는 흉흉함에 각종 교육정책과 더더욱 난이도 높은 경쟁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기 복잡해져만 가는 세상사를 볼 때 아이와 함께 살아갈 날들이 쉽게만 보이지는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내 아이에 대한 나의 교육관이다. 내가 현재까지 마음속에 만들어 놓은 아이에 대한 교육관을 소신껏 지켜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최근 회사 동료들과 담소에서, TV에서 자녀교육 이야기가 나오면 관심을 갖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쫑긋 귀를 세우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들의 자녀교육 방식들을 살펴보면 다들 한 방향을 보고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모두들 한 명의 같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처럼 아이에 대한 개성과 소질은 무시된 채 천편일률적이다. 4시간에 60만원짜리 영어학원에 한국말도 서툰 4,5살 아이를 보내는 사람들, 유치원의 수준을 생각해 좀 더 좋은 유치원으로 옮기려고 대기자 명단에 올려 두었다는 이야기, 옆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 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사람들, 심지어 유치원 선생님에게까지 내 아이를 잘 보아달라고 자주 들이민다는 선물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내가 접한 이야기는 온통 그들이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교육기회를 가져야 하며, 혹은 적어도 어느 수준 이상의 아이들만큼은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녀들이 자연 속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나 자연스런 인간 관계를 통한 인성 교육보다는 21세기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들 하는 영어나 소질 과목들, 억지로 누구누구와 놀도록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듯 하다.

나는 결혼 전부터 내가 아이가 생긴다면 “나는 아이에게 자연을 마음껏 만나고 즐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어린 시절에 가장 좋은 교육은 자연과 함께 부모 및 주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익히는 게 아닐까? 나는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연스럽게 아이를 놓아두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나의 이런 뜻을 비추면 모두들 온통 “ 너도 애 낳아봐라. 그게 생각대로 되는지..“ 하는 비아냥 뿐이다.
이쯤 되면 헷갈리기도 하고 화도 난다.
도대체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들을 했다면 왜 마음이 바뀌는 것인가? 왜 자신만의 교육관 없이 남들처럼 자녀들을 기르게 되는 것일까?
자식에 대한 자기와의 동일화 때문일까? 자식을 자신과 동일화 시키고 아이를 더 좋은 유치원에 더 다양한 교육을 시킬수록 마치 자신이 발전하는 것처럼 느끼며 착각하는게 아닐까?

또 내가 못한 것들 못 받은 것들을 내 아이에게만은 제대로 해주어 원망이 없도록 하겠다는 본인의 과거에 대한 어설픈 피해의식의 발로는 아닐까?

혹은 아줌마,아저씨 둘만 모이면 한다는 자식자랑을 위해, 남에게 떵떵거리며 과시하기 위해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어설픈 허영의식의 또 다른 표출은 아닐까? 그와 더불어 본인의 말년에 자식 덕을 보고자 하는 투자 심리는 아닐런지?

마지막으로 과연 자신의 아이를 기르는데 필요한 교육관이라는 것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편안하게 키우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과연 아이가 생기니 앞에서 제기한 의문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귀결로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비슷한 방식의 양육을 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발 ‘너도 애 낳아봐라.그게 맘대로 안 된다’라는 식으로 나의 이야기를 한낱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 취급하며 그들의 교육관으로 나까지 덤태기 씌워 버리는 상황은 사양하고 싶다. 오로지 몸과 마음이 바르고 예쁜 아이로서만 자라줬으면 좋겠는 나에게는 기운 빠지는 이야기이다.
더불어 나와 같은 교육관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를 주변에서 만나볼 수 없었다는 것이 나를 더욱 걱정스럽게 하는지도 모른다.
과연 내 주변에는 그러한 생각을 밀고 나가면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진정 내가 추구하는 아이의 교육관이 어쩌다 가끔씩 TV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특이한 교육관일 뿐이고 지켜지기 힘든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인가?
지금 이 시점에서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말과 사례가 좀 더 많았으면 한다.
소설가 이외수는 자녀들에게 평소 “남들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심판을 봐라” 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갈수록 복잡하게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한 발짝 물러서 볼 수 있는 여유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난 내 아이가 일류대에 가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 너무 먼 미래까지 내다 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고 그만큼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30년이라는 짦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이지만 실제로 똑똑하고 잘났다고 일컬어 지는 사람들의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다. 일류대를 나왔지만 그 시덥지 않은 자존심에 최고의 직장만을 찾다가 결국 어설픈 백수로 눌러 앉은 사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하기 싫은 직장 생활을 억지로 해나가는 사람들. 업무 능력 자체는 머리로 공부하는 것과는 다른 것인지 일류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많이 떨어지는 사람들…
그와 반대로 일류대는 아니지만 성실함과 열정을 갖추고 열심히 노력해 본인이 원하는 직장을 얻은 사람들, 직장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들, 본인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그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들 또한 수없이 보아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것에 성실과 열정을 다하는 삶이란 것이다.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만을 이론으로서 잘 아는 즉, 성적이 좋은 아이는 원하지 않는다. 다만 흔히 말하는 인성이라는 것이 훌륭한 성실함과 열정, 열린 사고를 가진 아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쇼라는 21세기 성자라 불리는 인도의 한 구루의 외조모처럼 아이가 우리에게 영향 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 우리가 아이에게 무슨 영향을 끼칠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우리처럼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아이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아이를 나와 남편의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로서 세상에 내 놓고 아이 스스로가 만족하고 즐기는 인생을 살도록 만드는 것 하나로만 나의 역할은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이 믿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IP *.34.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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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6.30 15:02:14 *.244.220.254
아내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간 첫째가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아오더니,
변환(變換)의 과정을 겪더군요. 저도 공포에 질려 아무말도 못했죠~
그 믿음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애~ 잡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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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6.30 18:48:00 *.117.68.202
그러게.... 나와 내 아내도 지혜와 같은 생각이야.
난 지금도 그렇고..... 아내는 여러 아주머니들의 상황을 접하면서 흔들릴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 선방하고 있지.
태어나기도 전부터 엄마가 이런 멋진 생각을 하고 있으니
분명 멋진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할꺼야.. 안봐도 비디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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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02:27:32 *.41.62.236

요즘은 출산 전 파티도 한다던데 그런 이벤트 혹시 안하나?
우리 다 가줄 수 있는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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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7.01 13:45:05 *.97.37.242
직장 동료중에 애를 대안학교에 보내는 친구가 있네.
학생이 20명 남짓한 그 학교의 학부모들은 두가지 유형이라더군.
정규학교에 보내기엔 애가 좀 부족한 경우,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공교육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보내는 경우. 각 경우가 반반씩이라더군.
학부모가 직접 선생님도 초빙하고, 한달에 한번씩 모여서 선생님들과 토론을 거쳐 학교의 운영방식을 결정한다더군. 강연을 듣기도 하고...
이 친구 말에 따르면, 자기는 둘째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그 학부모들과 어울리면서 인생을 다시 배웠다고 하더군.

좋은 생각을 갖고있더라도 그 생각대로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지. 바람직한 개성보다는 보편적 평범에 안주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행동방식이거든. 지혜가 지금 생각대로 하고 싶다면 꾸준히 자기를 단련시켜야 할 게야. 오쇼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지. 내 컬럼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기'를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 ㅎㅎㅎ 결국 내 컬럼 홍보로 끝나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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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7.02 09:22:51 *.160.33.149

느그들도 연구원 초딩 만들어 봐라. 일년에 열명 씩 모아서 책 읽게 하고 칼럼 쓰게 해 보면 안될까 ? 졸업할 때 책도 쓰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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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혜
2008.07.02 13:34:20 *.110.86.68
좋은데요~사부님~ 초딩 연구원...
또 하나의 과제로 가져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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