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글리
  • 조회 수 159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9월 3일 22시 03분 등록


글리's 용기충전소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

여느 때처럼 근처 공원으로 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바람이 제법 불었습니다. 사실 제법 정도가 아니라, 초등학생은 몸 가누기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바람이 세찼습니다. 우위이잉~~ 하는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자, 산책로에 줄지어 선 나무들도 자지러지듯 가지를 떨며 힘차게 몸을 흔들어댔습니다. 바람 방향으로 드러누운 나무들이 금방이라도 뽑힐 것만 같았습니다. 그 가운데 홀로 서 있자니, 공포가 몰려오더군요. 안 그래도 며칠 전에 3미터 되는 큰 나무가 뿌리째 뽑힌 걸 봤거든요. 다행히도 바람은 곧 잠잠해졌고, 그 자리엔 나뭇잎과 부러진 잔가지들만 어지러이 나뒹굴었습니다.

자연에서는 태풍을 청소부라고 한답니다. 나무는 가지치기를 해줘야 잘 자라는데, 태풍이 한번 지나가면 잔가지가 다 꺾여나가는 통에 자연적으로 가지치기가 되는 거죠. 덕분에 남은 가지들은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내면에도 이렇게 태풍이 휘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질 때면, 제 마음은 마치 태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세차게 흔들립니다. 이유도 모른 채 마음이 온통 뒤죽박죽  되고, 온 몸은 힘이 쭉 빠지면서 무기력해지고, 이유없이 눈물도 납니다.  그렇게 한바탕 내면의 태풍이 휩쓸고 가면, 제 안의 뭔가가 함께 휩쓸려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희한하게도 이전과는 세상이 조금 달라져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흔들리는 걸 무척 싫어했습니다. 마음이 자꾸만 흔들리면 불안해지니까요. 그런데 구본형 선생님이 제게 이런 말을 해주시더군요.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건 자기 원칙을 가지기 위한 강화 과정이니까요. 흔들림 없이 철학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갈등을 겪고, 다시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고 매진하고, 또 시달리고, 그리고 다시 정신 차리고 하여 자신의 철학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흔들리면서 강해진다..... 오늘 아침, 세찬 바람에 기둥까지 흔들거리던 나무를 보면서 이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평온할 때는 모릅니다. 안전할 때는 모릅니다. 가끔 모질게 흔들려봐야 뭐가 진짜인지, 뭐가 내 것인지 알게 됩니다. 오래된 것을 떠나 보내는 데는 슬픔이 따르고, 새로운 것을 맞는데엔 불안이 일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내면의 태풍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잔가지를 툭툭 떨궈내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말끔한 얼굴로 서 있는 나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 남은 것이 진짜다.
그걸 가지고 가면 된다."

IP *.181.106.109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6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종종 2022.06.07 657
4335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715
4334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715
4333 역할 실험 [1] 어니언 2022.08.04 723
4332 목요편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운제 2018.12.06 739
4331 목요편지 - 거짓말 [2] 운제 2019.03.15 740
4330 모자라는 즐거움 [2] -창- 2017.08.26 747
4329 이상과 현실 [1] 어니언 2022.05.19 749
4328 65세, 경제적 문제없이 잘 살고자 한다면?(9편-노년의 일과 꿈) [4] 차칸양 2018.12.04 750
4327 가족처방전 – 가족은 어떻게 ‘배움의 공동체’가 되었나 [2] 제산 2018.09.10 752
4326 목요편지 -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구두 운제 2019.01.18 752
4325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불씨 2023.11.15 753
4324 목요편지 : 가을바람이 분다 운제 2018.09.06 754
4323 [금욜편지 48- 신화속 휴먼유형- 하데스형 1- 자기고백] [2] 수희향 2018.08.03 755
4322 목요편지 - 어린시절 두 장면 운제 2018.10.11 756
4321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어니언 2023.11.30 756
4320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22. 기쁨의 책읽기를 잃어버린 사회 제산 2019.04.14 757
4319 [금욜편지 33- 1인회사 연구원들과 공저] [6] 수희향 2018.04.20 758
4318 [금욜편지 55- 기질별 인생전환 로드맵- 입문] 수희향 2018.09.21 758
4317 목요편지 - 친구여! 운제 2018.11.29 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