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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3일 17시 53분 등록

이 빡빡이 새끼야!


수업 중에 과제 프린트물이 부족하여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다. 중간고사 대비해서 나눠준 시험지를 아이들이 풀고 있었다. 반장인 상현이에게 조용히 시키라하고, 혹시 시험 보는데 떠든 친구 있으면 칠판에 적어놓으라고 부탁을 했다. 잠시 후 다시 교실로 와서 서너 명에게 과제 프린트물을 나눠줬다. 이때 준우가 볼멘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선생님. 제가 시험지 풀다가 좀 어려워서 6번 문제 되게 어렵다고 말했더니

상현이가 너 시험시간에 말했어. ‘수고하면서 칠판에 적었어요.

 

상현이도 이에 지지 많고 얼굴이 빨개지고 흥분하면서 침까지 튀면서 말했다.

 

선생님! 제가 칠판에 준우 이름 적었더니 준우가 저에게 빡빡이 새끼라고 놀렸어요.“

이 말을 들은 주위의 친구들이 키득키득 배꼽 잡고 웃었다. 상현이가 스포츠머리로 짧게 머리를 자르고 왔기 때문에 아이들이 빡빡이라고 말했다.

 

준우에게 물었다.

 

Oh: 준우야! 왜 상현이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어?

 

준우: ”아니, 속으로 말한다면서 저도 모르게 그냥 말이 나왔는데, 그것을 그냥 칠판에 이름 적으니까 기분 나쁘잖아요.“

 

Oh: 상현이는 준우가 그런 말을 하니까 기분이 어땠어.

 

상현: ”그냥 칼로 찌르고 싶었어요.“

 

이 말을 들은 주위 친구들 자기의 말을 대신해 준 것처럼 계속해서 웃었다. 말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감정의 반을 내려놓는 효과가 있다.

 

Oh: 우리 상현이는 그런 마음이 들었어도 행동하지 않은 자제력이 있으니 성숙한 사람이네. 마음 먹은 것은 순간이고,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서 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거 알지!

절제력 있게 행동한 상현이에게 모두 박수!!!

 

아이들이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Oh: 누구나 순간 울컥 하고 올라오는 마음이 들지만, 마음먹은 것을 다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성숙한 사람이고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품성이란다. 그걸 자제력 혹은 절제라고 해. 그럼, 준우야~ 네가 너도 모르게 말소리를 냈고 상현이에게 그런 말을 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준우: 미안하다고 말할게요.

상현: 그럼 정식으로 사과해봐.

준우: 상현아, 미안해

 

상현이가 반응이 없었다.

 

Oh: 준우야. 뭐가 미안한지 말해야지. 예를 들면, 네가 칠판에 내 이름 적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냥 빡빡이 새끼라고 했는데, 네 마음이 안 좋았다면 미안해. 다음에는 조심하도록 할게.

 

이 말을 들은 준우가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또 한바탕 웃는다.

 

Oh: 상현아! 준우가 상현이에게 사과하고 있네.

상현: , 알았어. 나도 네 기분 이해할 것 같아.

 

쑥스러운 분위기에서 상현이와 준우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도 웃었다.

 

같은 말이라도 자신이 기분 좋을 때는 상대방이 심한 말을 하더라도 받아줄 수 있다. 하지만 기분이 가라앉고 커디션이 좋지 않을때는 같은 말이라도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럴때는 친구 사이, 부모님과의 사이, 형제들과의 사이에서 정식으로 말하고 요청하는 법을 가르친다. 우리는 모두 관계로 이어진다. 친구와 친구,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럴 때 웃으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법,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사과하고 털어내는 법, 다시 친구로 지낼 수 있는 법, 한 반에서 계속 날마다 봐야 하는 친구들인데,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서로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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