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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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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1일 13시 55분 등록

따뜻한 봄날, 나른한 봄날 정오는 포근함보다는 노곤함이 다가오고 있었다.
열심히 살았다. 서른의 어느 대목하나 열심이지 않은 때는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찢어지는듯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너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거니? 너 행복하니?”
여기 저기 사람들은 웅성 웅성 거리며 오늘도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나 역시 언제나 그랬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내 안의 울림들을 무시한채 하루 하루를 내달렸다.
무수히 반복되는 일상들은 내안의 울림에, 이 얼굴없는 소리에 주먹을 가격했다. 나는 때때로 울었다.
어디서부터인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울먹임이 시작됐다.

혼자라는건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 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란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리면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최영미의 혼자라는 건

분명 혼자인 것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고, 믿음직스런 남편과 나를 흥분하게 하는 동료들과 나무처럼 늘 그자리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혼자였다. 세상에 홀로 내동댕이쳐진 것 같았다,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잔치는 끝났듯 하였다. 잔치가 끝나고 술도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씩 각자의 갈길을 찾아 돌아가고 모두가 떠난 그 자리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듯 했다.

여전히 나는 뜨거웠고 내부에는 불꽃이 살아있는데…본질적인 나와 내면적인 나와 만나지 못했으므로 아플 수 밖에 없었고 울어야 했다.
아니 어쩌면 더 많이 아파해야 했다. 더 많이 울어야 했고 더 많이 소리쳐야 했다. 그랬더라면 그 뒤척임 속에서 본질적인 나를 찾아내고 상처를 섞고 어루만지면서 나를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역사는 기록된다. 기록되지 않으면 잊혀진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나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평범한 개인에게 있어 개인사의 편찬은 본인의 과제이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이책은 바로 그 프로젝트이다.”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중

나도 나만의 삶을 담은 작은 책하나 갖고 싶다.
누군가 제3의 시선의, 그들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고 나 아닌 그 누군가의 칭찬이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오로지 나만의 잣대로 나를 들여다보면서 나의 서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의 이야기에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 나의 과제이지 않은가
그러니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며 나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서른, 나의 삼십대를 뒤돌아보니 무엇보다 열심히 살았다.
마음속에 뜨거운 불꽃을 품고있어 하고 싶은것도, 욕심도 많은 영리한 아들과, 뜨거운 기질을 가지고 있어 힘들게 하는 나를 잘 받아주는 남편과, 좋은 벗들, 괜찮은 여행이야기, 항상 열심히 내달렸던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것이다.

삼십대를 살면서 삶에 대한 호기심, 여행 같은 휴식, 책과 스승과 벗, 동료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 그 길위에서 알게 된 절망과 패배, 그러나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용기들에 대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써 보고 싶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때문에 글로서 이 모든 것을 담는 것에 한계를 느낄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방식이 필요하다. 짧막한 단상들과 마음을 울리는 사진들을 잘 엮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역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놀이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좀 더 잘살지 못한 삶에 대한 변명이 될른지 모르겠으나 깊은 절망속에서 희망을 피워 낼 수 있을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욕망을 발견하고 미래의 삶에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IP *.161.25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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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7.21 21:35:14 *.160.33.149

은미야, 언제 순대국이나 같이 먹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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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7.21 22:14:50 *.64.7.213
사부님 저도 순대국 진짜 좋아해요...ㅋㅋ
곱사리라도..^^

은미씨 순대국 이야기 정말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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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2 00:14:22 *.41.62.203
이렇게 좋은 글을 쓰면서 글을 못쓴다 걱정하는 그대는 최영미만큼 욕심 많은 서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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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8.07.22 00:54:40 *.250.10.63
제목이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도..혹 뭔가 다른 앙증맞은 의도가 있는 데 곰탱이가 눈치를 못챈겨? 약 먹을 시간이 지난 관계로 딴지 증상 발동했쓰.
많은 사람이 오해 할 쑤 있다! 제목을 바꿔다오! 바꿔다오!

"전혀 평범하지 않은 여자의 마흔 가까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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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2 00:59:30 *.41.62.203

은남선배. ㅋㅋㅋ.
사부님하고 순대국 먹을때 우리도 불러 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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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7.22 08:59:21 *.128.98.93
향인 선배 말이 정답....
"전혀 평범하지 않으셔..카리스마 짱이고..게다가 글도 잘쓰셔..대체 뭐가 불만이란 말이야? 언니의 불만의 근원..그건 끝없는 욕심이지..."

캬캬..나한테 복채 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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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8.07.22 15:28:09 *.122.143.151
현정아~!!
나두 복채 두둑이 낼테니

"전혀 평범하지 않으셔..카리스마 짱이고..게다가 글도 잘쓰셔..대체 뭐가 불만이란 말이야? 언니의 불만의 근원..그건 끝없는 욕심이지..."

↑ 이런 댓글 달아줘~!! 응?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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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7.22 15:57:45 *.97.37.242
부지깽이 사부님 저도 순대국 팬입니다.

은미, 글 잘쓰는데 뭔 겸손이야?
글구, 사진 추가도 좋은데, 낭송을 추가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네.
아예 MP3 동영상 버전으로 한번 가봐. 은미가 뭘 읽으면 아나운서가 읽는 것 같단 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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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7.23 15:18:55 *.161.251.172
하하하 어젠 지방 출장을 다녀오느라 ,,,,
오늘 보았더니^^ 재미있습니다.

사부님의 '순대국번개' 제안으로 자꾸만 순대국이 먹고 싶은 수요일입니다. 토요일 오후여 빨리 와라^^

그럼 ,,,여러분의 의견을 적극 참고하여,,,
me-story를 열심히 써야겟습니다.
모든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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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2008.07.24 11:35:34 *.110.86.69
반드시 냄새 안나고 맛있는 순대국으로 먹어요.우리~
필수로 새콤한 깍두기도 있는 곳이요.
서울역쪽에는 제가 한 곳 알고 있긴한데.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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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7.24 14:56:01 *.244.220.254
사부님과의 은밀한 데이트에 4기가 꼽싸리 낍니다. ㅋㅋㅋ
순대국은 불꽃같은 서민들에게 최고로 화려한 밥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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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5 00:41:11 *.180.129.135


우리 다 나가지 말까? ㅎㅎㅎ 그냥 두분이 오붓이 순대국 즐기셔요.
영화표 두개만 남기고 다 물리삼. 은미야 언니 이쁘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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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7.25 15:02:29 *.247.80.52
저하고도 밥 먹어요.

사람 얼굴 보면서, 눈 속에 웃음 가득 사람과 밥 먹고 싶습니다.
혼자 먹는 밥이 그리 맛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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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7.25 15:04:09 *.247.80.52
전에 수업에서 퇴근 후엔 주로 뭐하시냐고 물었죠.
그 뒷이야기 못 물어봤습니다. 이젠 안물어봐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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