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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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필립 라킨
나무들이 잎을 꺼내고 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새로 난 싹들이 긴장을 풀고 퍼져 나간다.
그 푸르름에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있다.
나무들은 다시 태어나는데
우리는 늙기 때문일까? 아니다, 나무들도 죽는다.
해마다 새로워 보이는 비결은
나무의 나이테에 적혀 있다.
여전히 매년 오월이면 있는 힘껏
무성해진 숲은 끊임없이 살랑거린다.
작년은 죽었다고 나무들은 말하는 듯하다.
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류시화 시선집, 『마음 챙김의 시』, 수오서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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