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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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가 밝은지 10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초등학교가 지난 주에 겨울방학을 시작했는데요.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신바람이 난 반면에 부모님의 얼굴엔 근심이 늘어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가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서 그나마 자식 걱정이 반은 줄었는데 방학이 시작되면서 눌려있던 근심의 용수철이 다시 튀어 올랐기 때문입니다.
긴, 정말
길고 긴, 만리장성만큼 긴,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겨울 방학이
되면 부모님은 아이들이 매일 집에서 책 읽는 시간보다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에 빠져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화도 나고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샘솟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님들이 자녀 습관에 관해 흔히들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 습관에 관한 강의나 코칭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하는 부모님들을 종종 조우합니다. '아이에게 하루 5개 습관을
실천하게 해도 될까요?' 또는 '주말에도 멈추지 말고 습관을
계속하라고 해야 할까요?' 등과 같이 자녀의 습관 만드는 과정을 어른 습관 만들기처럼 착각하는 부모님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고는 합니다. 여기서 어디가 문제길래 놀라지? 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지금부터 제 말을 집중해서 들어 주시길 당부 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 습관 만들기의 목적은 어른 습관 만들기의
목적과 반드시 달라야 합니다. 아이 습관 만들기 목적은 어른들의 목표처럼 월 천만 원 벌기, 체중 감량 10Kg. 영어점수 올리기처럼 '목표 지향 주의' 와는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달리 말해, 아이들의 습관 만들기의 가장 큰 목적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탐색의 시기'이지 수확의
시기가 아닙니다. 또한 아이가 매일 습관을 실천함으로써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 스스로 ‘나는 약속을 지키는 아이’
라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형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 평론가 이범 선생님은 초등학교 때 효자 효녀의 기준은 바로 '하고
싶은 게 있는 아이들'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학생이 되면 대부분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없어요~”라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되고 싶은 건 뭐니?'라고 물어도
'없어요'. '좋아하는 과목은 뭐니?'라고
물어도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범 선생님은 그래서 초등학교 때 중요한 것 딱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요. 첫 번째는 독서활동입니다. 아이가 책을 부담 없이 친숙하게 가까이하는 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과 관련해서 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는 것인데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초등학교 때의 효자 효녀가 되는 것이죠.
제가 ‘우리 아이 첫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물지도'를 만드는 시간을 갖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보물지도를 만들면서 아이들이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보물지도를 매일 쳐다보면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알아가는 '삶의 태도'를
배우게 하기 위함입니다.
반면에 부모님이 욕심을 부려서 아이에게 '영어 책 매일 5권 읽기'로 정하고 윽박지르면 아이는 부모가 보는 앞에서는 억지로라도
공부하는 척은 하겠지만 성취욕 책임감 자신감을 키우기보단 억울함 패배감 수동적 자세만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흥미를 잃게 될 것입니다. 공부 정서가 망가지는 지름길이지요.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도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에서 아이의 ‘태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했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 열심히 하는 태도’를 배우기 위해서다. 어차피 공부로 먹고 사는 사람은 소수다. 내 아이가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는 요식업을 할 수도, 장사를
할 수도, 회사에 다닐 수도, 엔지니어가 될 수도 있다. 그때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지금 배우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태도’다.’
저의 두 번째 책인 <우리아이 작은습관>에서도 부모는 아이 습관의 <총괄 매니저>가 되어 매일 아이의 습관을 확인하고 관리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서 관리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데요. 부모가 아이의 습관 결과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목적은 통제나 감시가 아닙니다.
부모의 확인과 관리는 두 가지 중요한 목적을 품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목적은 아이들은 자신들의 모든 행동에 대하여 인정을 받고 싶어 하기에 부모가 무한 칭찬을 해 주기 위해서 입니다. 아이가 친구와 놀고 싶고 온라인 게임을 하고 싶다거나 졸려서 자고 싶은 욕구를 뿌리치고 아이 스스로 세운 습관 계획표대로 습관을 실천했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무관심하다면 아이는 낙담을 하고 습관을 계속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될테니까요.
두
번째 목적은 아이의 습관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또는 계획이 너무 비현실적이지는 않은지 빨리 발견하여 해결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의 습관이 '새로운
한자 10개 쓰기'라고 한다면, 하루에 한자 10개 쓰기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고
줄여주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의 수준보다 과도한 습관 목표는 자칫 습관에 대한 흥미마저 잃어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부모는 아이 습관의 '총괄 매니저'가 되어서 아이를 격려하고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포기하지
않습니다.
습관은 한마디로 꾸준함입니다. 부모의 강요와 욕심은 아이의 흥미를 추락시키고 아이가 지치게 만듭니다. 아이의 꿈, 성향 그리고 흥미를 관찰하면서 부모가 아이의 어깨 위 짐을 가볍게 해 주고 칭찬해 주고 보상도 해 주며 즐겁게 습관을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오은영 교수님의 말이 아직도 귓전에 메아리 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배우는 지식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열심히 하는 태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