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불씨
  • 조회 수 832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22년 3월 2일 07시 56분 등록
마침내 그날이 왔다
꽃을 피우는 위험보다
봉오리 속에
단단히 숨어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날이
 - <위험>  엘리자베스 아펠

마침내 그 날이 왔습니다. 오늘은 3월 2일입니다. 많은 학교가 오늘 개학을 합니다.  직장인들은 삼일절 하루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바쁘게 출근을 하고 있겠네요. 아직은 추위가 여전하지만, 3월은 봄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우내 웅크렸던 새싹을 밀어 올리는 시기죠. 

'시작하다'

설레는 말이죠.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처럼 파릇파릇한 것은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봄은 단지 계절의 시작일 뿐입니다. 아침이 하루의 시작이듯이 말이죠. 그런식으로 시간의 차원을 미분하다보면 우리는 항상 시작이라는 시점에 서 있게 됩니다. 이것은 거꾸로 보면 끝이라는 시점에 서있는 것과도 같지요.  그래서 시작이라는 것은 꼭 어떠한 시간적 요소만으로는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계절이 순환하듯 일련의 과정속에서 우리는 단지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언제든 시작은 가능합니다.

아침에 깨어나서 매번 새로운 출발점에 서지만 우리는 거의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살고 잠자리에 듭니다.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지만 그들이 새로 시작하는 방식은 작년에 그랬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익숙한 방식으로 시작하고 새로운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현명한 일은 아니겠지요. 법정스님은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의 여건은 비슷비슷하게 되풀이되지만, 그 되풀이 속에서 심화가 이루어져야 평범한 삶에 생기가 돈다구요.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법정스님 말씀대로 오늘은 오늘로서 새날이 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사는 것입니다. 매순간이 새로운 시작인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끝이기도 하지요. 이것은 모든 순간 순간이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완전체라는 뜻입니다. 한평생을 사는 것, 1년을 사는 것,  오늘 하루를 사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에서 움직임을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하나는 '키네시스(kinesis)'입니다. 이 움직임의 특징은 시작과 끝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시작한 다음 끝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움직임은 중단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 움직임에서는 완성과 미완성 두가지 상태 이외에 다른 상태는 없습니다. 키네시스에서는 과정이 무의미합니다. 움직이고 있는 그 상태 자체는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작하자마자 완성을 바라봅니다. 과정의 불완전함은 완성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시련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지요.

다른 하나는 '에네르게이아(Energeia)'입니다. 이것은 순간 순간의 움직임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춤을 추고 있는 움직임이 바로 에네르게이아입니다.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은 어떤 결과에 도달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춤을 추고 있는 순간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두 눈을 맞추고 함께 춤을 추는 그 순간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작이 곧 끝이고, 과정은 무수한 시작의 기쁨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지요.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 - '에네르게이아'적인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합니다. 실천은 단순합니다. 밥 먹을 때는 밥에 집중하고,  일 할 땐 일하고, 놀 땐 신나게 놀면 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처럼 살면 됩니다. 흥이 나고 즐거우면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막춤을 추면 됩니다. 단순하지만 아무나 못 하는 것입니다. 또한 아무나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쉽지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것입니다. '에네르게이아'적인 삶의 실천, 이것이 진정한 삶의 시작이 아닐런지요? 여러분은 어떠한 시작의 지점에 서있나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시작과 끝을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나는 시작과 끝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것 이상의 시작은 결코 없었고,
지금 있는 것 이상의 젊음이나 늙음도 없었다.
지금 있는 것 이상의 완벽함은 결코 없을 것이며,
지금 있는 것 이상의 천국과 지옥도 없다.
 -  월트 휘트먼

IP *.114.255.164

프로필 이미지
2022.03.06 17:59:05 *.169.227.25

저는 모든 것은 한 번 뿐이다. 그래서 '일회성의 법칙' 이라고 부릅니다.

반복하지만 늘 새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글들을 읽으면서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96 (화요편지) 종종의 종종덕질 - 엄마, 여자, 사람, 그리고 나로 살고 싶은 당신에게 [2] 종종 2022.02.08 828
3995 화요편지 - 덕질의 효용에 대한 고찰 1 - 덕질평행우주론 종종 2022.05.24 828
3994 [변화경영연구소]#따로또같이 월요편지 114_이번 역은 쉼표 역입니다 [1] 습관의 완성 2022.07.03 828
3993 차칸양의 마지막 마음편지 [10] 차칸양 2018.12.18 829
3992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16. 묵자 1 [2] 제산 2019.03.04 829
3991 [화요편지]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100배 활용 가이드 [1] 아난다 2019.06.18 829
3990 [수요편지] 하루애愛 장재용 2019.07.31 829
3989 백스물네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딸의 편지 재키제동 2017.11.10 831
3988 [일상에 스민 문학] -샬롯 브론테 <제인에어> 정재엽 2018.05.30 831
3987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12. 식탁에서 시작하는 인문고전 [2] 제산 2019.01.06 832
3986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이번 주 쉽니다 알로하 2019.12.01 832
3985 겨울이 온다 [1] 어니언 2023.10.05 832
3984 기쁨에서 슬픔으로 [1] 어니언 2023.10.19 832
3983 [금욜편지 49- 신화속 휴먼유형- 하데스형 2- 느긋함과 욕망사이] 수희향 2018.08.10 833
3982 국공립 영어도서관, 장서개발회의에 참석했어요! 제산 2019.06.24 833
3981 [수요편지] 살아있는 맛 장재용 2019.06.26 833
3980 [금욜편지] 산사수행 중 수희향 2019.10.18 833
» 시작하다 = 지금을 살다 [1] 불씨 2022.03.02 832
3978 화요편지 - 떠나고 싶은 날은 일단 노래! 종종 2022.05.17 833
3977 [금욜편지 73- 카잔차키스를 읽고- 나의 자유를 찾아서] [4] 수희향 2019.01.25 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