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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1일 07시 32분 등록
"우리는 무익한 것에서 생명을 얻고 유익한 일을 하면서 탈진한다. 유익한 일로 말미암아 우리는 파멸하고 죽게 될 것이다." -  조지오 망가넬리, 이탈리아의 작가

지난 몇 년 참 힘들었던 시기가 지나간 것 같습니다. 코로나, 부동산 문제, 역대급 물난리 등 대외적인 악재가 많았었죠. 중년의 삶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이룬 것 없는 중년, 늘어만 가는 뱃살, 끝을 알 수 없는 피로 - 대내적인 악재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사는게 고문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불평 불만은 한가득이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 합니다. 격동의 세월속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둥바둥거릴수밖에 없습니다. 빨리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직장에 늦지 않기 위해 닫히고 있는 지하철 문 안으로 몸을 던져야 하고, 사거리에서 노란불 신호를 만나면 멈추기보다는 엑셀을 밟아야 합니다. 

노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들과 똑같은 날짜에 똑같은 고속도로에서 똑같이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입안에 투덜거림이 한가득 담기지만, 매년 똑같은 풍경은 되풀이됩니다. 한시간 거리를 세시간 운전하면서 단지 1분 빨리 가기 위해 불법 끼어들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휴가지에서는 알차게 놀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유흥과 휴식행위에도 목적성이 부여됩니다. 휴식 역시 노동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인생의 매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정작 뒤돌아보면 흘러온 지난 인생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과거를 하나하나 돌이켜보면 현재와 맞지 않아 보이는 무수한 조각들, 그리고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시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사는 것은 인생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냥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다"라고 말한 이는 로마의 지식인이였던 세네카입니다. 제가 사숙했던 고 구본형 작가도 인생은 경제나 경영만으로 이루어질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스피드와 효율에 대한 욕망은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무력화시킵니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은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기쁨들은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또한 속도에 집착하는 습관이 있는 한 나중에도 만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큰 성공과 더 큰 행복을 욕망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큰 일들은 삶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일어난다 해도 그 행복과 성취의 호르몬은 잠시일뿐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작은 일들을 더 잘 즐기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작은 일들을 더 잘 즐기는 방법은 모든 삶에는 완성이라는 단어는 실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인생의 모든 것은 미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모든 행위는 현재 이 시점에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형이상학>에서 이에 대해 두 가지 움직임을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움직임중의 하나는 '키네시스'라고 불리는 것으로, 키네시스에는 시작점과 종점이 존재합니다. 이 움직임에서는 시점에서 종점까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종점에 도착하기 전까지 모든 상태는 불완전한 것입니다. 목표점을 단 1미터 남겨놓고 멈추는 것이나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이나 '키네시스'적 움직임에서는 모두 똑같이 취급됩니다. 한편 '에네르게이아'라는 다른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 움직임은 그 자체로 완성입니다. 이 움직임에도 시점과 종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이 시점과 종점은 별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이 움직임은 마치 춤과 같습니다. 춤을 추고 있는 그 순간이 중요한 것이지 춤을 끝까지 추어야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삶에 대한 미시적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시가 모이면 적분에 의해 하나의 넓이를 이루게 됩니다. '에네르게이아'에서 중요한 것은 그 넒이가 아닌 순간의 '있음'입니다. 넓이는 단지 결과일 뿐입니다. 그냥 마냥 좋아서 그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전문가가 되어 있고 부자가 되어 있는 거죠.

<강의>에서 고 신영복 선생은 도로의 목적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도로는 고속일수록 좋습니다. 오로지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으로서만 의미를 가집니다. 짧을수록 좋고, 궁극적으로 제로(0)가 되면 자기 목적성에 최적 상태가 됩니다. '키네시스'적 움직임의 이상적인 상태인 것입니다. 하지만 도로의 길이가 제로(0)인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인생은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물론 저속도로도 아닙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길'입니다. 그 길에서 우리는 아픔도 겪고 사랑도 하며 가족, 친구와 추억도 만듭니다. 오늘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이 순간을 소중히 보내시기 바랍니다. 미래의 행복을 저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늘 가능한 모든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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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1 21:10:24 *.133.150.203

한 때 오늘을 살라는 말이 크게 유행이었죠 


과거는 이미 멈추어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은 그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원인이다. 

그리고 오늘은 아무 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 

"바라보는 자의 마음과 행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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