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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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소파 수술을 하고 한동안 많이 아파 누워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열흘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출근을 해야 하니 낫는데 집중하며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월이 되어 다시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휴직 기간에 연말이 끼어있어서 제가 없는 3개월 동안 담당 임원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조직 변경은 크지 않아서 기존에 일하던 팀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잠깐 멈추었던 업무를 다시 재개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다행히 이때쯤에는 유산과 관련된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른 상태여서 3개월 만에 만난 동료들을 따로따로 만나 티타임을 가지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차분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PT를 한 번 열심히 해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임신 과정을 지나면서 몸 상태가 더 좋았다면 여러 고비를 더 쉽게 지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3월 중순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PT를, 그리고 거의 매일 헬스장이나 한강공원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식단도 건강을 생각한 도시락 위주로 변경했습니다.
무엇보다 빠른 회복을 위해 노력하자고 생각했던 것은, 어쨌든 다시 임신을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를 갖는 것이 계획이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체험하고 나서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일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다행히 노력의 성과가 있었는지 몸도 잘 회복되어 4월 말에는 두 번째 이식을 시도해 보자고 주치의 선생님에게 계획을 받았습니다. 다만, 지난 유산 후 검사에서 혈전이 굳는 증상이 있어서 항응고제 주사를 추가해 보자고 하셔서 그러자고 했었는데, 이 주사가 바늘도 두껍고 약재가 퍼지는 데에도 고통이 심해서 매일 밤 주사를 놓을 때마다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식 예정일인 4월 28일 이전으로 23일부터 매일 항응고제 주사와 처방을 받았는데, 두 가지다 주사기를 사용하여 제가 직접 복부 피하지방에 주입하는 형태였습니다. 이식 전후로 처방이 필요한 주사여서 5월 중순까지 거진 한 달을 처방받았는데 5월 들어설 때부터 배 전체에 멍이 심하게 들어 더 이상 주사를 놓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23일 동안 마흔여섯 개의 주사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밤마다 놓아댔으니 그럴 수밖에 없기는 했지만, 만약 이번에도 이식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 과정을 또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컸습니다.그 외에도 이 당시 회사에서 티타임을 가질 때 아이스 음료를 잘 먹지 않았는데, 주사를 놓을 때마다 이를 너무 꽉 물어서 차가운 음료를 먹으면 이가 시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는 힘을 빼려고 노력은 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것을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일상을 보내면서 자기 자신을 회복하고, 또 그 과정에서 다시 원하는 것을 도전하는 것이 좋은 선순환을 이루며 알찬 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좋은 일상에서 새로운 시도도 나오는 것이겠지요. 혹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난 분들이 있다면, 내면의 일상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시간을 확보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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