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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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행법
이곳은 호주 시드니 중심가의 한 호텔. 지난 6일 간의 멜번과 근교 여행을 마치고 시드니에 도착해 이 글을 쓴다. 출국일에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노트북을 인천공항으로 향하기 직전 애프터서비스 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찾아 이곳까지 가져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행의 시작은 나였다. 여행을 제안했고, 나라도 제안했으며, 상세 일정도 예약도 모두 내가 직접 했다. 그 많은 나라 중에 왜 하필 호주였을까? 덥지 않아서? 남반구에는 한 번도 가 보지 않아서? 호주로 10일 간의, 그야말로 우발적인 여행을 오면서 ‘그곳에 한번 정착해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테다.
참 많은 이들이 이민을 떠난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들 때문인지 요새 부쩍 주변의 젊은 친구들이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차근차근 준비해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이 년 나갔다가 되돌아온 동료들도 꽤 된다. 미국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나 캐나다의 경우 젊은 인재일수록 유리하다니 너무 각박한 우리 사회 보다는 나가서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들이 여전히 팽배한 것 같다.
나는 외국에서 사는 것에 대한 동경을 버리는 작업을 최근 몇 년간 거치고 있다. 이번주 과제 도서였던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에서 지적된 것처럼, 동양의 관계성에 질려버린 나는 십대 초반부터 끊임 없이 국외로의 탈출을 꿈꾸었다. 나를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회로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것만이 나를 숨통 트이게 해줄 거라 믿었던 것 같다. 말 안 통하고 물 설은 남의 땅 생활이 쉽지 않다는 걸 지난해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얼마나 늦되었는지. 그래도 알게 된 게 다행이다.
이번 호주 여행에서 마주치는 이민자들이 그리 부러워 보이지 않았던 건 한국에서라면 고민하지 않을 여러 문제를 그들은 이곳 땅에서 매일 마주치고 있을 거란 짐작 때문이었다. 어떤 것을 피하고자 나간다면, 그 것이 세계 어느 구석에 가도 더 견고한 모습으로 도사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나는 내 오랜 꿈 하나를 또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어디서든 따라다닐 고민이라면, 나를 수용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내 고향 땅에서 한 번 대면해 보자고 다짐하게 된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생긴 대로 여행한다. 겨울 코트를 껴입고 호주 대륙 최남단의 해안을 달리고 있는 나는, 지난해 유럽 구석구석을 누비던 나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나 그대로다. 귀 뒤로 그냥 흘릴법한 말에 파르르하고 상처받기 일쑤에다, 보고 느끼는 것도 지난해 유럽 어느 역, 성을 보았을 때랑 무엇 하나 다를 바 없다. 그 와중에도 계산은 빨리 돌아가 지난해부터 외국 여행에 써온 돈을 계산해 보니 아찔할 정도다. 그 과정에서 물론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겠지만, 더 알고 삶을 겪고난 뒤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쉬워지기도 한다.
무조건 외국에 나가 체류하는 그 시간에 벼르던 외국어 하나를 더 배워 익히고, 더 넓은 그물망을 쳐 새로운 정보의 원천을 내 것으로 만드는 편이 돈을 많이 들이는 것보다 나은 일임을 이제는 조금 알겠다. 이제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새로운 세상을 품에 안는 세계인을 꿈꾸겠다. 내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프로필 이미지](/2011/modules/pxeboard/skins/PXE_flat_board_list/img/default/comment/avatar.gif)
호주 O사에도 예전에 같이 일하던 지인들이 많이 가 있는데 기술이민이라 영주권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기는 해도 대부분이 아이들을 위해서일 뿐 각자 개인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는 보이지 않아. 특히, 아직도 그들의 무의식 중에 살아있는 백호주의를 상대하는 것은 질릴 정도이고....
경험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은 그 숫자적인 크기가 아무리 커도 써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투자로 인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애. 써 본 후에야 보다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온 몸으로 고민할 수 있으니까.
아인 돌아보면 '아인 번개' 함 할까 하는데 어떠신감?^^ 돌아올 때 시드니 공항에서 번개용 와인 한 병 사오는 쎈쑤 미리 요청 헤헤헤^^.
남은 여행 기간 좋은 시간 보내고 잘 돌아오삼. See ya t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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