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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4일 11시 32분 등록


2006년 앨빈 토플러의 신간이 나오고 한 경제단체의 후원으로 기자간담회를 하던 자리였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는 자리였지만 그날따라 자원해서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이가 들어 구부정한 자세였지만 유난히 빛나던 그의 눈을 기억한다. 그날, 나는 아마도 회사를 그만두고 더 공부를 해서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던 것 같다.

<제3의 물결>은 우리 세대에는 다소 먼 얘기였다. 하지만 그의 최근작 <부의 미래>를 읽고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쓸 수도 있구나. 그리고 통찰력으로 가득찰 수 있구나. 그때 나는 미래학이라는 것이 무엇 하는 학문인지, 어디 가서 어떻게 제대로 배울 수 있는지를 꽤 알아봤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앨빈 토플러를 역할 모델로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작가가 되면 배고프다는 만류에도 영문학을 전공했고, 밑바닥 공장 생활(나는 닥치는 대로 각종 아르바이트)에 정치부 기자 생활까지 오르내리며 여러 가지를 경험했다. 그와 나와의 유사성을 찾으며 언젠가 나도 사람들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안내해주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어보는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는 소수 권력층에만 집중된다. 내가 생각하는 몇몇 미래학자들의 대단한 점은 바로 이 점이다. 고위층에만 자신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료를 받는다면 대중 서적을 쓰고 인기에 비례하는 만큼 비판도 받으며, 피곤하게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는 것보다 결코 적게 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소수 엘리트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는 사회를 경계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책값이라는 저렴한 비용만 있으면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대단한 인류애를 가진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 뿐일까?

한국 교육의 문제인지 선생님들을 잘 못 만나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부해서 세상에 공헌하고남들에게 팍팍 퍼주라는 이야기는 그리 많이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과 가족의 이름을 드높이라는 말보다 동기부여가 덜 되기 때문일까.

올해는 유난히 주위에 유학을 가는 동생들이 많다. 짧게는 일 년, 길게는 몇 년 동안 못 볼 그들에게 한 끼 밥을 사며 나도 실천 못하는 잔소리를 늘어놓아야겠다. 제대로 공부해서 세상에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라고. 그건 또 다른 나에게 하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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