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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5일 23시 29분 등록

사자#3 : 바보같은 마음

 

‘사랑 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어라’

 

우리가 창조적 소수를 얻고 싶다면 내가 먼저 과연 다른 사람에게 창조적 소수로 선택될만한 사람인지 그런 자격과 인격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자문하고 성찰해 볼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정말로 훌륭한 창조적 소수이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기 관련 분야의 전문성은 당연히 필요하고 이는 별도의 필살기 프로젝트에서 다루므로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기로 하자. 여기에서는 인격 혹은 마음자세에 집중해서 보기로 하자.

 

우리는 대인관계에서 흔히 ‘손해 보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 생각은 정말로 옳은 생각인가?

 

저서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찰스 핸디는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 단지 이윤(돈)이라고 하는 수단만을 쫓을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비즈니스인가?’에 대헤서 직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비즈니스의 목적은 단순히 돈만을 버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더욱 큰일 또는 더욱 훌륭한 '뭔가'를 위해 돈을 버는 것임을, 따라서 필요(돈)와 목적(기업의 존재 이유, 즉 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을 혼동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여기서 비즈니스를 대인 관계로, 이윤(돈)을 이익 혹은 손해보지 않음으로, 기업의 목적을 창조적 소수의 확보로 치환해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될까? 내가 보기에 ‘손해 보지 않음’은 필요이지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창조적 소수의 확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는 ‘손해 보는 것’도 하나의 수단으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동일 저서에서 찰스 핸디는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었다. 즉, ‘사회적 기업들은 이윤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윤 보다 목적에 강조점을 둔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최근 ‘고객과 직원을 회사의 최우선 순위로 놓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지혜로운 기업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다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기업에만 통용되는 지혜일까? 혹시 1인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은 아닐까? 1인 기업가로서 나의 이윤을 추구하되 항상 손해보지 않겠다는 무모한 전술보다는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나의 고객인 다른 1인 기업가를 최우선 순위로 놓고 그들과의 창조적인 관계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놓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사기 열전>에 ‘여불위열전’이 있다. 진나라의 상인 여불위는 진나라에 볼모로 와있던 자초에게 투자하여 그를 왕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자초의 왕(실은 여불위의 아들로 추측됨) ‘정’이 진시황이 되니 자초의 등극 이후 진시황 10년까지 여불위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이에 대한 투자로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다. 즉,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명제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가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마천은 그 이유를 ‘여불위가 소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인이란 무엇인가? 소인은 겉으로는 어진 모습을 취하나 행동은 그와 다르다.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채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회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소인인 것이다. 여불위는 이익을 취함에 있어서는 탁월한 인물이었지만, 이익 앞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았다. 이익을 보면 마땅히 그것이 옳은 것인지를 물었어야 했고, 이익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계략과 거짓으로 난관을 넘겼다. 오직 이익이 이끄는 데로 갔다. 그리하여 사람에게 투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에게 투자하여 좋은 사람이 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익이 없는 비즈니스는 없다. 그러나 의로움이 없는 비즈니스 역시 단명한다.  그러니 이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의 가치를 묻는 일이다. 이익이 자신을 망치지 않도록 언제가 경계하고 먼저 자신을 수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문을 남기되 또한 사람을 남겨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상도인 것이다. – 구본형, <사람에게서 구하라>

 

이익 보다 옳고 그름을 먼저 묻는 것. 옳은 것을 하기 위해 때로는 이익도 포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대인의 길일 것이다. 가져야만 가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익과 지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그 소수들의 호의와 마음을 얻는 것, 그것이 결국 다 가지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손해 보는 사람을 ‘바보’라고 부른다. 하지만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바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이 과연 진짜 바보일까? 오히려 우리 보다 더 큰 시야를 가진 대인 혹은 철학자인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마음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바보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즉, 먼저 배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도움과 동행을 요청하고, 작은 이익은 기꺼이 양보하고 보다 큰 목표를 추구하며 함께 전진하는 것, 바로 ‘바보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사람이 삶에 대한 열정과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넘쳐 나는 참으로 만나기 힘든 창조적 소수라면 이러한 마음 자세는 더욱 더 필요할 것이다. 작은 눈 앞의 이익은 모두에게 나누어 주고 소중한 사람들 자체를 얻는 것, 나는 이것이 바보의 철학이자 힘이라고 생각하며 창조적 소수를 얻고 그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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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0.26 03:06:33 *.206.74.51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잖아.
어쩐지 이 글을 읽는데, 오빠 생각이 나면서 문득 그 생각이 떠오른다...
오빠의 머리는 천재일지라도 오빠의 가슴은 바보야.
그래서 오빠가 진짜 멋진거라구~!  글고 난 그런 오빠야가 넘 좋구. 알지...?
나? 난 머리가 바보니까, 맨날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찡찡거리잖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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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10.26 03:14:40 *.126.231.227
아 누나가 내가 먼저 해야할 말을 해버렸네~
캬~ 머리는 천재일지라도 가슴은 바보야! 이런 멋진 표현이 있을까~!
나는 형님을 이렇게 생각해요.
머리는 슈퍼컴퓨터! 가슴은 슈퍼인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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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10.26 03:32:55 *.126.231.227
그래 누나가 맞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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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별이
2009.10.26 03:22:03 *.206.74.51
오빠~ 머리는 슈퍼컴퓨터, 가슴은 슈퍼인간보다, 내 표현이 더 맘에 들쥥~??
(얼랑 내께 더 맘에 든다고 행~ 안그러면 나 또 버둥거리고 운당~! ㅋㅋㅋ).

에공. 인쟈 그만 놀고 언능 숙제 해야지. 낼 아참에 따부님하고 오빠한테 혼나겠당~ 쿠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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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10.26 04:56:13 *.108.48.236
가져야만 가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캬! 여기에 희산의 철학과 도량이 들어 있는 것 같네요.
어디선가 본
인생 최고의 기쁨은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고 갖는 것이다
라는 표현도 생각나게 하구요.
소유라는 것은 정작 그 본질을 잃게 하는 수가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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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09.10.26 12:58:06 *.12.21.60
바보같은 철학자,  이것은 이성적인 인간인가, 비이성적인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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