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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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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9일 17시 37분 등록

Chapter 4: 멀리 가는 법(갈등 해소하는 법)


Q1. 구성원간에 갈등요인은 무엇이며 갈등 해소는 어떻게 하였는지?

1. 예컨대 외부에서 피아노를 기증하겠다고 했을 때 회의를 통해 연구소에서 안 받기로 결정이 났다. 피아노를 놓을 공간이 여의치 않고, 조율비등 유지비가 발생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피아노를 기증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피아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시종 굽히지 않았다. 결국 기증 받기를 원하는 이가 음악회를 열어 유지비로 충당한다는 훌륭한 대안을 내놓았고, 그것이 통과가 되었다.
 구성원의 갈등양상에는 다른 욕구가 있어 상충되는 것이라는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 욕구를 파악하여 더 나은 안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갈등을 부정적요소가 아닌,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긍정적작동의 키워드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피아노의 예로 보더라도 그 일을 많이 고민 하는 사람. 필요에 의한 절실도에 따라 설득이 가능한 대안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갈등을 피하려 하기보다 긴 회의를 거쳐서라도 갈등의 원인과 그 대안을 직면해야 관계가 성숙된다. 그 결정에 따라 구성원에서 탈락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이 아닌 , 가치관이 같은 코뮨 생활에서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친구는 깨우쳐 줘야 하는 관계, 싸움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관계이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는 사람이 승자라고 할 수 있겠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닌 자신을 배려하며 타자를 배려하는 사람만이 오래간다. 변화하려는 것에 저항하는 항상심을 배려하면서도 권리, 정의, 계약 위반, 도덕적으로 정의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동체의 안정은 고여 있는 물과 같은 상태이다. 치열하게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가를 고민 하는 것이 공동체의 결집력이다.


2. 팀 운영에 큰 위기가 있었다면?

이제 우리 공간은 코뮨으로 분화되고 있다. 분화되기 전에 우리 연구소는 상근자 60명, 매주 100명 규모의 세미나인원이 순환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로 존재하면서 이렇게 가는 것이 적합한 형태이고 개체가 무한 양산되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그러다 그 대안으로 분화를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심각한 의견대립이 있었고 오랜시간,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야 일치를 볼 수 있었다. 위기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고, 결정되기까지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다.


3. 앞으로 팀을 이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창조적 소수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삶은 내가 지나온 뒤에야 옵션이 있을 수 있다. 스스로가 누군가가 바라는 ‘나’ 가 되지 않는다면, 그 누군가가 되어 주지 않는다. 자기자리에서 3년이나 5년 후, 또는 10년 후에 다르게 살고 싶은 일을 하는 실천력은 생활리듬을 바꾸며, 다른 옵션이 좋아져서 그 속에서 다른 대안을 출산하기 시작한다. 그런 삶을 꿈꾸면서도 주변화 된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유에 앞서 주류에 복종 하게 된다. 힘의 논리에 적응해야만 했던 대표적으로 우리 아버지들, 권위에 좌절한 아버지들이 잘 적응하는 게임이었다. 적응하지 못하면, 다수자가 소수자를 보면서 본인이 소수자라고 착각하면서 응징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중 어떤 사람들은 삶을 위해 싸움을 광장으로 끌고 나오기도 한다.

소수자, 다른 삶의 특성인 팀을 구성하는 일은 그들을 돕고자 내 삶을 확장시키는 일, 행복해지려고, 다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결핍감에 빠져 들면, 나눌 수 없어진다. 내 삶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로워지는 것, 거기서 패턴화 되어버린 삶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고 타자를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깊이에 대한 환상 때문에 표면만을 다루어서는 안되고 지향하는 목표로 일상을 전환해야 하는 본질을 봐야 한다.

4. 앞으로 연구소의 운영 계획은?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코뮨으로 분화해 여러 개로 성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들의 실패가 있었고, 여러 실험을 했다. 강좌매니저와 함께 수 십 개의 강의를 열었고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강사를 수용하기도, 폐강하기도 했다. 또 어떤 것은 잘 이끌어 가고 있다. 작년 8월, 분화 모델로 구로수유공간너머를 독립, 지금까지의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분리했다. 이는 동물과 비슷한 조직 실험인데 임신한 철학자들의 공통점은 독립하면서 자생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해외로 코뮨들을 찾아 가게 될 것이다.

고병권 이진경의 우리는 모두 코뮨주의자이다 선언 중에서 서문.

우리는 코뮨주의자다. 가장 고독한 순간에도 우리는 고독한 채로 무리를 이룬다. 우리에게는 ‘고독’조차 ‘고독들’이다. 모든 것들이 더불어 있다는 것, 더 나아가 더불어 있는 것만이 실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출발점이다. 우리의 코뮨은 동일체가 아니라 다양체이다. 소통을 꿈꾸면서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차이를 해소하는 것만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꾸로다.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동일성 안에서다. 동일성 안에 있는 존재들은 둘일 때조차 한 사람처럼 독백한다. 차이들만이 소통할 수 있다. 우리는 매번 그 방법을 발명해야 한다. 우리는 우정의 정치학을 꿈꾼다. 우리는 누구와도, 그 어떤 존재와도 친구가 될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정이라는 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 적대의 정치학이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적이 된 타자가 아니다. 우리가 겨냥하는 것은 타자를 적으로 만드는 체제 자체이다. 계급 투쟁은 두 계급 사이에서 일어나는 적대적 투쟁이 아니라, 적대를 양산하는 계급 사회에 대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

코뮨주의는 타자들, 대중들의 운동에 대한 사유이다. ‘나’만이 아니라 이 사회, 이 우주를 이루는 대중들의 흐름을 사유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낯선 무리들, 우리 안에도 우리 바깥에도 있는 이 무리들을 사랑한다. 생성의 순간마다 닥치는 이 이방인들을 우리는 사랑한다. 그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정체성을 지닌 자가 아니라 정체성을 벗어나는 자들이고 주어진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자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코뮨주의자란 누구인가. 그는 그 자체로 활성화된 대중이면서 또한 대중을 활성화하는 자이다. 그의 신체는 아주 낮은 발화점에서도 불이 붙고, 아주 축축한 환경에서도 다른 이에게 불을 전한다. 그는 불길을 지도하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타올라 다른 이들에게 불을 지르는 자이다. 그의 신체는 매우 민감하다. 코뮨주의자는 왜 착취당하는 자, 소수자, 광인과 긴밀한 유대를 맺는가. 그의 신체 속에 그들이 대중으로서 생생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들을 만나자마자 견디지 힘든 대중들의 난동이 자기 신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그의 신체 안팎을 가로질러 대중들이 소통한다. 그래서 단 한 사람일 때조차 혁명가는 혁명가들이고, 코뮨주의자는 코뮨주의자들이다.

우리의 구체적 실험에 대해 “그렇게 해서 세상이 바뀌겠냐?”라고 묻는 사람들, 총체적 플랜을 제시하라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답한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자신의 삶을 바꾸지 않는 변명으로 삼지 말라고. 중요한 것을 당신의 삶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대안적 실험들을 소통시키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세상이 바뀐다.”

코뮨주의는 언젠가는 도달해야 할 세상의 이름이 아니라, 언제든 도달할 수 있고 언제든 실현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머무를 곳을 찾아 이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행 속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여정을 코뮨주의라고 부른다. 우리가 시도하는 매번의 실험을 코뮨주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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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01 07:57:16 *.45.42.63
그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정체성을 지닌 자가 아니라 정체성을 벗어나는 자들이고 주어진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자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공감이 가는 ...  이야기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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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
2010.05.06 11:54:09 *.71.76.251
먼곳에서 잘 지내시지요. 종종 가오기들 편에 소식을 듣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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