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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5일 07시 12분 등록
 

  로고.jpg   심스홈 이야기 1



 '지금 바로 여기에서'


오늘의 내 모습은 어제의 내가 바라고 꿈꾸던 모습이길 바랐다. 그런데 삶은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러 있는 것 같다. (아니, 더 많았던가?)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뜻하지 않았던 일이 내 삶을 이끌기도 한다.


유 선배 : “가게 이름은 뭘로 하지? 언니, 신애야, 유 갤러리 어때?”

이 선배 : “이부자리 만들어서 전시하려구? 아무거나 해.. ”

      나 : “선배님, 유 갤러리도 괜찮은데요. 어째, 어감이.. 갤러리 유.. 어때요? ”

유 선배 : “그래, 그게 더 좋겠다.”


오랜 회사 생활에 지치고 일과 육아의 경계에서 고민하던 선배가 꺼낸 말이었다.


유 선배 : “신애는 가게 이름 뭐로 하고 싶어?”

      나 : “네?, 그런 거 생각 안 해 봤는데요.”

이 선배 : “언제까지 회사 다닐 건데.. 한번 만들어봐.”

      나 : “(엥? 오래 다닐 건데.. 좀 망설이다가..) 음.. 흠.. 그럼.. 심스홈? ”


누가 그랬다. 말이 씨가 된다고.


회사는 참 좋은 곳이었다. 스승님 같은 상사, 친구 같은 선배와의 인연으로 마음껏 배울 수 있었고, 환상의 팀워크로 적지 않은 기회와 보상이 주어졌다. 좋은 사람, 좋아하는 일,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밥벌이까지 되어주니 잦은 야근에 비록 몸은 고되었으나 힘든 줄 몰랐고 웃음이 그칠 새 없는 하루하루는 나의 미래를 차곡차곡 만들어 가고 있었다.


좋은 일, 좋은 사이는 신도 질투를 한다는데,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회사의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만 변하지 않으면 나를 잘 성장시키면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젊은 열정은 불공정한 회사의 변화를 참지 못했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일보다 사람을 더 신뢰했다. 그들과 쌓아온 그 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린 함께 회사를 나왔다.


책의 숲에 빠져 자유로운 삶을 산 조셉 캠벨의 5년여 우드스톡 시절에는 미치지 못해도 색에 물들어 자유를 만끽했던 대학원 생활. 내 방에 걸어 놓고 쓰다듬으면서 평생을 함께 할 그런 그림 딱 한 점만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오랜 망설임, 힘든 설득의 과정을 거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용기 냈고, 최선을 다해 즐겼고, 그래서 행복했다. 보장된 미래는 아니었지만 나의 길은 내가 만들 수 있다는 나의 마음을 믿었다.


그리고.. 나의 진심에 후회하고 눈물 흘렸던, 나의 발걸음에만 의지했던 날들이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시간, 지난하고 지난했던 2년여의 깊은 어둠을 견디고서 찾아온 나의 빛. 새로운 나의 꿈을 찾아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결정해 버렸다.


심스홈, 들었을 때 받침이 똑 떨어지는 것이 어감도 괜찮고, 딱 세 자라 복잡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나의 이름이 들어 있으니 나를 그대로 표현하고 나의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 온전한 나만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오픈을 도와주던 이 선배는 ‘아, 그래 생각난다’, 유 선배도 ‘그대로 풀이하면 심가네? 뭐 김밥집 이름 같기도 하고 친근해서 좋다’고 놀리면서도, 어떻게 두 번을 생각하지 않느냐고, 너무 밑도 끝도 없어서 웃음만 나온다고 하면서도, 나의 승질을 너무나도 잘 아는 두 선배는 나의 결정에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2004년 6월 7일, 이렇게 해서 내가 만든 나의 공간 심스홈이 태어났다.        


심스홈은 집을 꾸며주는 곳이다. 이 곳의 홀로 주인인 나는 혼자의 노동과 소수의 인원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 잘 하지는 못해도 나답게 그들답게 만드는 일이 좋아서 그냥 즐겁게 하고 있다. 나의 발품과 손품을 팔아 정성껏 공간을 꾸미는 이 일이 나는 좋다.


한 때는 이 공간이 좀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매일매일 만나는 고객이 달라져도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고 일에서 느끼던 흥분도 잃어버렸다. 똑같은 일상이 지겨워질 때쯤, 내 안의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책읽기였다. 책 속에는 내가 찾는 것이 있었고 내 맘과 똑같은 맘이 있었고 내가 걸어가고픈 길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찾아온 우연이었다. 이상한 변경연, 첫 만남에서 나를 노래하게 했다. 처음 만나는 세상에서 나는 글을 쓰는 모험을 했고 유치한 사람들을 만나 가슴 뛰는 경험을 했다. 알 수 없는 끌림 변경연, 지금은 그 우연이 필연이 되어 내 삶의 커다란 한 조각을 이루고 있다.


변경연에서의 1년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안타까움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나의 첫 책쓰기를 준비하면서 깊은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생각에 허탈하기도 했다.


두꺼니들을 다시 꺼내어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신화는 나에게 절망의 위기, 혹은 기쁨의 순간, 실패, 혹은 성공의 순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가르쳐줍니다. 신화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쳐줍니다.

- <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내가 돌아온 곳은 바로 심스홈, 나의 집이었다.

나는 다시 시작한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IP *.40.2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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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5 11:19:40 *.119.66.58
어감. 승질. 이상한 변경영. 딱 너다.
글이 딱 너라구.

"지금 바로 여기에서"
한달 휴지기하면서 캠벨한테 지대로 어디있는지 알고 왔군 ㅋㅋ
이제 준비 끝났다고, 이대로만 가면 된다고 먼별이가 전해달래 ㅋ

근디 너 말이야, 아이디 불확으로 올린거,
가오기들 질서지켜서 언능들 글 안올리면 불확~! 내겠다고 협박하는거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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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08:39:46 *.40.227.17
단군 언니~ ^^

ㅋㅋㅋ.. ㄲㄲㄲ..

바로 여기에.. 있었는데.. 늘.. 나의 집에.. 있었는데..
전.. 맨날.. 늦게 깨달아여.. ㅎ

언니.. 봄은 걷기에.. 참 좋은 계절인 거이.. 같아여..
제가.. 봄을 젤루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개가 있지만..
뭐니뭐니해두.. 따뜻한 바람이.. 화~악 땡길 때.. 맘껏 앵길 수 있기 때문.. 이기도 할  거에여..
(넘.. 야했나여? 헤헤^^)

언니.. 석촌호수 불빛이.. 들어오라구.. 자꾸만 유혹하는데여..
날도 풀렸구여.. 물.. 별루.. 차지두 않을 거에여.. 뭔 말인지.. 알져..
모른 척 하믄.. 아무리 언니야라두..  화~악..

불확..
받침이 똑! 떨어지는 것이.. 딱! 두 글자!  화~악하구 지대루 세트인 거이두.. 맘에 들구여.. 
어감도 좋구여.. 기냥.. 좋아여.. ^^ 

단군 언니~, 이거이두.. 무쟈게 어감.. 좋아여..
단군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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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5.05 15:13:31 *.254.8.243
타이틀 좋고, 첫 문장 선명하고, 문장 팍팍 쪼개고, 이야기 흐름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것이 보이네요.^^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매끄럽게 풀려 가는 그 희열을 맘껏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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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08:05:33 *.40.227.17
명석 썬배님~

헤헤^^ 
아침부터.. 웬 웃음..? 하구 계시져..  흐.. 흐흐.. 흐흐흐... 
저두.. 잘 몰라여.. ㅇㅎ..ㅇㅎㅎ..ㅇㅎㅎㅎ... ...............

넘.. 과찮이세여.. 감?.. 사드려여.. (쏘오리.. )
열씨미.. 하겠습니다..

ㅎ..ㅎㅎ.. 근데여.. 썬배님.. ㅎㅎ.. ㅎ..  
아마도.. ㅅㅈ ㅈㅅ? ㅇㅎ 때문인 거이..  같아여.. (전.. 보고 말았어여..???)
100년 고택  자연의 풍광이.. 100년 구신 놀이하던? 유머, 애교의 정기가.. 썬배님을.. ㅇㅎㅎㅎㅎ
넘.. 유치하세여..  엥?..  무쟈게 구여우세여.. 헤헤^^

명석 썬배님~
이 봄.. 그렇게.. 마음껏 누리시기를.. 바래여..
썬배님~, 알라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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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05 17:59:44 *.20.50.155
승질 팍팍 부려도 이쁜 불확아!
난 언제나 성깔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거든,

보고 싶었다. 니가 쓰는 글을 ..
그리고 보고 싶다. 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왼쪽에 앉아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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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08:20:13 *.40.227.17
백산 오라버니~ ^^

방가~방가~ 에여..
건강히.. 잘 계신지여..

저두.. 넘.. 보고 시퍼여..
우리 가5기.. 모두.. 오라버니가.. 무쟈게.. 그리워여.. ㅎ

왼쪽.. 정말.. 기러네여.. 
근데여.. 오라버니.. 이번에.. 돌아오시믄.. 제가..오른쪽에.. 앉을께여.. 
아, 이거이는.. 또.. 뭔 소리냐구여.. 음.. 흠.. 오시믄.. 알려드릴께여.. 
중요하긴 한데.. 또.. 뭐.. 별거 아닐 수도 있어여.. 헤헤^^ 

거는.. 머리 자르는 거이가.. 비싸다 카던데여 잉~
긴 머리.. 휘날리며.. 오시나여.. 기다릴께여.. 

백산 오라버니~, 몸 조심?.. 아, 이거이는.. 갸들?이 해야 할 거이구여.. ㅋㅋㅋ
그저.. 건강.. 또 건강하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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