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범해
  • 조회 수 2464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0년 5월 5일 21시 22분 등록

응애 9 - 천의 얼굴을 가진 호랑이

죽음을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눈앞에 닥친 숙제를 먼저 잡아먹어야 하겠다. 어흥~
호랑이 프로젝트는 호랑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그림을 하나 그려본다. 옛날 이야기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다.

1. 2010년은 호랑이 해인 경인(庚寅)년이다.

역(易)에서는 경신(庚辛)은 서쪽 방위[西方]에 속하며, 오행(五行)에 있어서 금(金)을 상징하며, 색상으로는 백색(白色)에 속한다. 고로 경인(庚寅)을 풀이하자면 흰 백호(白虎)에 속하는 것이다. 본디 범은 백수의 왕으로 통칭되는데, 그 중에서도 흰 호랑이는 그 위엄과 기품에 있어 단연 으뜸이 된다. 소위 운명론에 있어서는 백호 살이라는 것이 있거니와 이 강한 기운을 잘 살리면 큰 장점이 되어 발복의 기운이 되지만, 역으로 강한 기운을 잘못 쓰게 되면 재앙을 초래하는 것으로써 해석해 내곤 한다. 그만큼 호랑이 중에서도 단연 무서운 것이 백호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는 공간적인 위치상 동북방[간방艮方]에 속하며, 열두 방위에 해당하는 십이지지(十二支地)중에 축방(丑方)과 인방(寅方)에 속하여 호랑이의 방위인 인(寅)방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굳이 호랑이해가 아니더라도 새해가 되면 호랑이의 위용이 담긴 그림으로 새해의 액막이를 하고자 세화(歲畵새해맞이 그림)로써 즐겨 쓰였던 점이나 88올림픽에서 호돌이라는 어린 호랑이를 상징물로 하였던것을 보면 우리 민족의 성향 속에서 호랑이를 좋아하는 공감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상 우리 민족은 기질적으로 호랑이의 속성을 닮은 면이 많다.
예를 들어, “한 산에 한 호랑이”란 말이 있듯이 독불 장군적인 개인적 성향이 있기도 하여 무리를 짓거나 단합하는 면모가 조금은 부족하다는 점도 있다..

2. 민족의 터전과 시원은 산과 호랑이, 그리고 산신령

우리나라 절에서는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하여 존칭하고 산신신앙의 주체로써 존중한다. 이것은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부터 민족의 기본 풍토의 토착 신앙을 불교의 화엄사상으로 수용하고 공존하게 되어 왔던 것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연원적 정서를 엿 볼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중요한 바탕이라고 생각 된다.

그러므로 사찰에서는 도량의 제일 위쪽에 산신각을 모시는데, 이는 윗 조상을 상석에 모신다는 기본 원칙을 따름이라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단군이 1908세에 산신령이 되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더라도 산신신앙의 시원이 민족의 태동과 함께 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국조(國祖)께서 산신이 되었다는 것으로도 우리 민족의 터전이 곧 산과 함께 하였음을 볼 수 있다.

[후한서] 동이전(東夷傳) 예(濊)조에서는 우리민족의 풍습에 대하여 기술하기를 “그 풍속은 산천을 존중한다. 또한 산신과 호랑이를 위한다” 고 적음을 보아 국토의 70%이상이 산에 해당하는 다산국(多山國)의 풍토적 면모를 짐작하게 한다.

산은 모든 약초와 그리고 밭의 양식들을 인간들에게 수혜 하고 또한 너른 들판이 정착지였던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미지의 하늘과의 중간 매체적 공간으로써 제사장의 공간이 되기에도 적절했다. 그리고 영감을 얻거나 인격을 수행하거나, 심지어 하늘의 계시를 받아야 할 때는 산의 품속에 들어야 했다. 그런 산이 경외의 대상이 되었고 조심스런 대상이 되었던 것도 호랑이의 위엄이 산신령으로 인격화 되었거나 산신령의 수호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산과 호랑이, 산신은 일체적 관계라 할 수 있다. 이는 산이 영험하려면 호랑이가 살아야 하고, 호랑이가 살려면 산이 온전해야 한다. 산에 위엄이 사라진 오늘날의 현실은 비단 이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무분별한 계발로 인해 산들은 헐리고, 망가져 그 위엄이 상실된 지 오래다. 다시금 산을 살리고, 그 영험한 산에 호랑이의 위엄이 깃들게 할 수는 없는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서는 진정으로 잊어져 가는 산들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공감대를 키워 갈 때 굳이 원시적 호랑이나 산신님을 찾지 않더라도 그 본의의 참뜻이 신령한 산신령이 되고 호랑이의 위엄이 될 것이다.

3. 해학(諧謔)적 호랑이의 이유

호랑이가 한번 포효하는 기갈은 그 위세가 산하를 진동하게 하고 그 앞에 선 사람은 물론이고 뭇짐승들이 다 혼비백산하고 만다.

그러나 우리 전통 민속탱화나 전래되어오는 이야기들 속에서는 백수의 제왕으로써 기정사실화 된 호랑이는 굳이 더 이상의 위세나 위엄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너그러움으로써 우리네 마음속에 다가 오는데 그것은 태산 같은 든든함의 자신감이 스스로 다소 부족하게 보이는 눌태(訥態)랄까! 흡사 전장에서 무소불위로 천군만마를 호령하던 맹 노장이 전쟁이 끝난 뒤엔 그 위세를 내려놓고 인자한 모습으로 손자의 재롱을 받아주는 모습과도 같은 모습이다.이 점에 있어 우리 한민족의 해학적이며 편안한 모습의 호랑이 묘사와는 달리 중국이나 일본의 호랑이 묘사에서는 분명 대별됨이 있다.

중국 사람들에게서 호랑이는 호전적이고 일본인의 호랑이는 공포로우며 괴기스러운 면이 있다. 이처럼 다른 면이 있는 사자상이나 호랑이 상들이 한국적인 면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근래에는 너무 극사실적인 묘사에 충실하고자 했던 중국 사자상들을 분별없이 사찰에 적용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정서를 빼앗기고 있구나 하는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근래에 불교 조각가 오채현씨가 한국적인 호랑이 조각을 20여년의 관록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선보인 바있는데 해학적 분위기가 담긴 전통적인 한국 호랑이를 익살스러움 속에서도 숨은 위용을 잘 표현 하고있다. 잊어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정신이 눈 밝은 예술가에 의해 다시금 재현되고, 발전하여 새롭게 창작되어 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다행함을 넘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4. 호랑이의 관찰과 소의 걸음-호시우행(虎視牛行)

중국 당대(唐代) 마조(馬祖) 도일(道一)이란 스님이 있었다. 출가 한 후 줄곧 구도열에 불타 올라 6조 혜능의 심인을 전해 받은 남악 회향 스님 문하에 수행하기 시작 하였는데, 한결 같이 좌선만 하고 앉아 있기를 9년 동안이나 하였다. 하루는 스승 회향선사가 마조 앞에서 기와를 갈기 시작하였다. 스승의 기이한 행동에 의문이 난 마조는 뭘 하려고 기와를 갈고 있는가 물었다. 선사는 기와를 갈아 거울을 만들려 한다고 말하였다. 마조는 너무나 어이없는 일에 그게 어찌 가능한 일이냐고 말하자, 스승은 “그러한가!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서 좌선만 한다고 부처가 되는가?”하고 되물었다. 이 한마디에 마조는 크게 각성하는 바가 있어 행주좌와(行住坐臥),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간의 일체 행위 중에 불법을 수행하였다.

이렇게 변화된 마조선사의 도행(道行)의 모습을 호시우행(虎視牛行)의 덕행(德行)이라 전하고 있다. 호시(虎視)란 범처럼 본다는 뜻으로 마치 호랑이의 눈빛이 뭇 짐승들을 제압하여 꾀 뚫어 보듯이 수행자가 일체 경계에 미혹되지 않고, 흐리지 않고 통찰하여 보는 예리하고 깊은 안목을 의미한다.

우행(牛行)이란 듬직한 소가 서둘지 않고 걸어가듯 수행자의 삶이 여일한 진중함으로 일관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호시는 내면적 성찰이며, 그 성찰력은 우행의 외면적 실천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범해를 맞이하여 호시우행(虎視牛行)의 덕장(德將)를 생각한다.  경인년! 기품과 위용 넘치는 백호의 새해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절대승자로써 상징표상이 되어야 한다.

“전쟁터에 나아가서
백만 대군을 이기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기는 자야 말로
가장 위대한 승자이다”
          <법구경>

5. William Blake의 The Tyger

Tyger! Tyger! burning bright
in the forests of the night,
What immortal hand or eye
Could frame thy fearful symmetry?

호랑아! 호랑아! 밤의 숲 속에서
극렬하게 불타는 호랑아,
어떤 불멸의 손 혹은 눈이 있어
네 무서운 균형을 빚어낼 수 있었겠니?

이제 이 호랑이를 타고 앉아 겁나는 세상의 물결을 헤쳐 나가보려고 한다. 길을 떠나는 사람이 맨처음 해야 할 일은 내가 서있는 이곳이 어드메며 내가 나아가려는 곳은 또 어딘지를 찾아내야 한다. 물론 물결 흐르는 대로 발길 닿는데로 떠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 시인의 마음을 갖고 떠나기에는 마음 수련이 덜 된지라 전문가가 되어 탁월함을 우선 펼쳐보기를 욕망한다. 그것이 호랑이의 혼으로 필(必)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곧 나이며 내가 곧 호랑이가 되어 이제 나는 떠나려 한다.

우선 네이버에서 호랑이론을 찾아다가 읽어본다. 호랑이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번 읽어보아 주면 계속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IP *.67.223.107

프로필 이미지
2010.05.06 09:20:46 *.70.143.142
샘, 글 멋져요!
깊은 철학을 가진 호랑이로 한 단계 더 도약 가능할 것 같아요^^
역시 좌샘은 깊이가 있으세요. 죽음 글도 잘 읽고 있습니다.
일일이 토로하진 못하지만, 샘 글 읽으며 제 자신도 죽음에 대해 마니 객관화 혹은 가벼움의 길로 접어든 것 같아요^^
그럼 일욜 뵐게요~
프로필 이미지
2010.05.06 20:43:09 *.67.223.107
이제 칼 막스로 왔어.
책- 밥- 잠  ,책-밥-잠,  책밥잠,  밥잠,  잠......
아무래도 진행방향이 이러쿠롬 가게 생겼넹...

마케팅 툴 이 호랑이 밥그릇  같은데....
밥은 못챙기고 ... 그냥 자본. 노동. 생산 .상품.  가치.   ...요로쿰 딲딲한 것들만 먹을려고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단단다.  
중상주의, 중농주의, 페스트, 교역, 말코폴로, 실크로드, 아담스미스,......일반적등가물 , 화폐.     휴..... 

호랑아, 날 살려라~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12 6기 오프수업 첫 과제 <나의 신화> -'카시파괴의 전설'과 '샘을 찾은 소녀' [13] 이선형 2010.05.11 2558
1611 나의 신화 file [10] 이은주 2010.05.10 2146
1610 [패러독스경영 3] 쓸 게 없어요. [6] 송창용 2010.05.10 2273
1609 응애 10 - 축제 [1] 범해 좌경숙 2010.05.10 2242
1608 라뽀(rapport) 11 - 100명의 아줌마 군단 [1] 書元 2010.05.09 2463
1607 <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 애드거 앨런 포우 > 5. file [6] 정재엽 2010.05.08 5903
1606 감성플러스(+)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file [2] 자산 오병곤 2010.05.07 5301
1605 #3. 강사가 지녀야 할 중요한 역량 하나 [2] 이희석 2010.05.07 2581
1604 소심인으로 사는 3단계 방법 (3) - 1단계 [8] 차칸양 2010.05.07 2152
1603 <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 애드거 앨런 포우 > 4. file [6] 정재엽 2010.05.06 3895
1602 마에스트로의 길을 찾아서 10 : 물처럼 적절한 행동의 습득은? [2] 백산 2010.05.06 2674
1601 도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5] 양파 2010.05.06 2312
1600 컬럼2-4 : 프롤로그 – 자연, 선비, IT, 그 따뜻한 어울림을 위하여 [4] 희산 2010.05.06 2233
1599 마에스트로의 길을 찾아서 9 : 아프니? [3] 백산 2010.05.05 2409
» 응애 9 - 천의 얼굴을 가진 호랑이 [2] 범해 2010.05.05 2464
1597 마에스트로의 길을 찾아서 8 : 얼마나 노력해야 합니까? [2] 백산 2010.05.05 2111
1596 [먼별2] - 필살기수련3 <먼별샤먼, 마크툽!- 단군신화를 준비하며> [13] 수희향 2010.05.05 2750
1595 심스홈 이야기 1 - 지금 바로 여기에서 file [6] 불확 2010.05.05 2440
1594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애드거 앨런 포우> 3. [9] 정재엽 2010.05.04 3127
1593 응애 8 - 따귀 맞은 영혼 [14] 범해 좌경숙 2010.05.04 2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