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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7일 07시 38분 등록


사람의 성격과 소심의 구분


사람의 성격은 선천적이다. 가족과의 관계든, 타인과의 관계든 어떠한 사건, 사고, 일에 의해서도 자신 만의 고유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다 타고난 대로 자신만의 형질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형질 혹은 기질에 의해 자신 만의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소심은 후천적 영향에 의해 지배 받는다. 삶을 살아가며 예기치 못한 또는 불의의 어떠한 사건, 사고에 의해 각인되어진 하나의 상처이다. 마치 주홍글씨처럼 말이다. 풀어 보자면 사람의 성격은 교육, 학습 그리고 의지와 노력을 통해서도 바꿀 수 없는 것이지만, 이와 반대로 소심은 후천적이므로 바꾸거나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을 살펴 보았을 때 소심을 극복한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소심한 사람이 자신 만의 어떠한 노력에 의해 대범해지고, 적극적이며 주체적으로 일순간 확 바뀌어 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소심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악순환의 반복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그 가장 큰 이유는 소심의 발생 원천에 대해 스스로 제대로 파악하거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소심이 시작되었는지, 어떠한 경위로 나의 성격 위에 소심이 덧씌워지게 되었는지, 왜 소심이 나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등을 본인 스스로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거나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 안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진 소심을 자신의 성격 때문으로 치부하며, 그로 인한 여러 수 많은 불편한 상황들을 타고난 성격 때문이려니 하며 넘겨 버리려고만 한다. 소심의 극복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소심한 사람들이 우선 순위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성격과 소심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심에 대해 파고 들어가야만 한다. 소심을 낱낱이 다 헤치고 파악해야 하며 분석해야만 한다. 그것이 소심을 극복하고 본래의 자신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구적 모습들이 많이 포함되어져 있다. 본질의 자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허상적 자아’라고 부른다. 반대의 개념인 ‘실제적 자아’는 자신의 내면 안에 꼭꼭 숨겨져 있다. 소심한 사람들은 덧씌워진 소심에 의해 ‘실제적 자아’가 일반인보다 더 깊이 안쪽으로 숨져겨 있는 사람들이다. 내면에 파묻혀 있는 자아를 제대로 인지하고 외부로 표출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필수적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자신의 소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서 유아기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에 대해 낱낱이 훑어 보아야만 한다. 일단 백지와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보자. 어떤 누구에게도 터치받지 않을 가장 조용한 시간대를 택해 자신 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늦은 밤도 좋고, 이른 새벽도 좋다. 가장 맑은 정신으로 자신의 살아온 시간에 대해 과거여행을 떠나보자.



과거 여행을 떠나기 위한 3가지 원칙


과거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자신의 살아온 과정을 되새김질하고 낱낱이 뒤돌아 보는 과정에서 거름종이나 필터는 무용지물이란 사실이다. 부지불식간에 어떠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어떠한 사건이 떠오르게 될 때, 특히나 그것들이 자신에게 부정적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되거나 빨리 지나쳐 넘어가려 하는 등의 마인드의 필터로 작용될 때, 우리는 스스로 그것들 제거해야만 한다. 나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생각의 제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여행은 주관적이 아니라 철저히 객관적이 되어야만 하며, 마치 제3자의 시각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듯 그렇게 접근해야만 한다.


둘째, 건너뛰지 말자. 차근차근 하나하나 마치 돌다리를 두들기듯 신중하고 또 조심스럽게 생각들을 정리해 나가도록 하자. 떠오르는 생각, 사건, 일, 에피소드, 관계, 아쉬움, 그리움, 눈물, 탄식, 절절한 아픔, 흐릿한 미소 어느 것 하나 이 여행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리고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하나도 빼먹지 않도록 주의하자. 특히나 자신의 감정을 움직였던 것들은 어떠한 표현을 쓰더라도, 심지어는 제대로 된 문장이 되지 않더라도 그 당시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 필요하다면 글이 아니라 녹음을 통해 말로 기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과거여행을 통해 나를 다시 알아가는 것이다. 그 당시 어린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다시 경험해 보고, 힘들거나 괴로움에 고통 받던 어린 나 자신을 보듬고 안아주는 것이다. 시간의 경계를 뛰어 넘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감정이입(感情移入), 감정의 동화(同和)를 경험하기 위한 것임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멈추지 않도록 하자. 어느 순간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어깨가 들썩거리며, 입에서는 참기 힘든 신음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글을 쓰고 있는 손은 멈추면 안된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글쓰기를 진행해야만 한다. 과거의 감정과 현재의 감정이 연결되어 소통되는 경험은 쉽지 않은 기회이다. 눈물이 멈추고 북받쳤던 감정이 가라 앉아 평상시의 평온한 마음을 회복된 뒤에 다시 글을 쓰고자 한다면 그 느낌은 되살아 나기 어렵다. 그러므로 어떠한 감정의 소요가 일어나더라도, 한번 마음을 뒤흔든 그 일, 사건, 경험에 대해서는 마무리를 지어야만 한다. 이 여행의 일시중단은 어렵게 연결되었던 과거와 현재의 소통 경로를 스스로 차단해 버리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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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5.07 08:59:10 *.53.82.120
어제 나만의 신화를 찾겠다고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멋진 신화를 고를 생각이었습니다.
당연 스크린의 1차 기준은
'화려한 영웅의 이야기여야 한다'였습니다.
그런데 욕심껏 책을 쌓아놓고 아무리 뒤적여도
마음에 닿는 놈이 없었습니다.

'이 인간들은 도대체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하는 의문만 깊어져 갔습니다.
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동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채로는
그들의 성공도 그저 또 하나의 잘난 남 얘기일 뿐이었습니다.

자연히 관심은 그들의 과거로 향했습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이런 모험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고
또 그렇게 어렵게 손에 넣은  '성배'는 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관점을 바꾸고 나니 금방 탐색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구해낸 신화가 영~ 환상적이지가 않다는 겁니다.
우울하고..궁상맞고..찌질하고..
왜? 맘에 닿는 얘기마다 하나같이 이런 걸까?

내가 이렇게나 비극적인 존재였던가?
깜짝 놀라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직 부족해서였구나..
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여행을 기획하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불안했던 거였구나..
"우선은 과거다!"

들어갈 때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갖고 도서관을 나오면서도
왠지 훨씬 가벼워진 마음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본격적인 과거여행을 시작하려는데
친절하게도 저의 수호천사께서
'과거여행 메뉴얼'을 보내주셨네요!  ^^

이러니 제가 어찌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어찌 변경연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어찌 차칸양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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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15:30:56 *.53.82.120
독자가 작가를 '사랑'하기 위한 조건이
머리카락, 털 한끝이라도 만져봐야 하는 거였다니..
소심한 저로선 감히 상상이 안가는걸요.  ㅎㅎ

책 내시면
그 수많은 독자들과 일일이 스킨십을 주고 받으실 계획이셨다니..
포부가 넘 장대하신 건 아니신지요.. ^^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그리 부담스러우시다면 깔끔하게 거둬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제 '사랑'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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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17:08:55 *.53.82.120
ㅋㅋ
글게요. 많이 놀래신 거 같아요.
죄송스러버서 어쩌죠..
그래도 역시 이 칼럼은 계속 '사랑'하게 될 거 같아서
더 걱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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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5.07 16:52:38 *.30.254.28
미옥이의 '대쉬'에 차칸양님, 황당양 된 듯..
ㅎㅎㅎ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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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10.05.07 13:42:42 *.122.143.214
미옥님...
삶을 사랑하고, 변경연을 사랑하는건 백번 천번이라도 이해가 가지만...

아직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본 적도 없고,
아직 털 한끝 만져본 적도 없는,
그런 차칸양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소심한 제가 봐선 아무래도 오바인듯 싶습니다....요...
암먼요... 끄덕끄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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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10:42:31 *.70.143.40
음...그러게요 선배.
내향과 소심 그리고 우유부단, 겁장이. 이런 단어들이 전부 동일어인지 나름 다른 의미를 지닌건지 생각하게 되네요.. 저도 MBTI 검사결과 사적인 관계에선 심한아이, 공적인 일은 어느 정도 외향성을 지니고 있다해서 혼란스러웠거든요. 허상적 자아와 실제적 자아라..
무튼 담 야그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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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10.05.07 13:53:20 *.122.143.214
향기만발 수희향님~~
내향, 소심, 민감함, 부끄럼, 떨림증 등등 이러한 것들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따로 정의를 내려둔게 있지만
이 칼럼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선 언급되지 않을거에요.
필요하다면 자료 보내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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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엽
2010.05.07 14:52:59 *.216.38.10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구적 모습들이 많이 포함되어져 있다. 본질의 자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허상적 자아’라고 부른다. 반대의 개념인 ‘실제적 자아’는 자신의 내면 안에 꼭꼭 숨겨져 있다. 소심한 사람들은 덧씌워진 소심에 의해 ‘실제적 자아’가 일반인보다 더 깊이 안쪽으로 숨져겨 있는 사람들이다." 
--> 나 소심한 사람할래염 ㅋㅋ
허상적자아랑 실제적 자아.. 정말 어떤게 내 모습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나 자신에 대해서 누구보다 아는 게 나라고 하지만.. 때로는 객관화가 되질 않아요. 하기사.. 객관화가 되는게 말이 안되는 지도 모르지요. 암튼, 저도 덕분에 과거 여행을 한번 떠나보렵니다!! 필 듬푹~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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