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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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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7일 08시 48분 등록

 

 

인간은 자기만의 기질을 가진 존재다. 예술가들이 창작하려는 기질을 지녔다면, 자기계발 강사들은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려는 기질을 지녔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기질을 지녔다는 말은, 누구나 자기 기질로 스스로를 구원하고 세상에 공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계발 강사들은 ‘격려하고픈 욕구’를 살려냄으로 자신의 세계를 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2가지의 사실을 알아야 한다. 1) 자기 기질의 고유함을 믿고, 2) 자기 기질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나 역시 격려하려는 욕구를 지녔다. 누구나 이런 욕구를 가진 것은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당시, 나는 이십 대 초반의 열정적인 청년이었다.

 

“알려 줄 게 있어야 가르쳐 주지.”

 

나는 교회와 대학교에서 20대 청년들 앞에서 자기계발을 주제로 강사의 삶을 시작했다. 첫 강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자신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가진 지식을 전함으로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흥분되는 일이었다. 사람들로부터 얻는 칭찬과 인정도 달콤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나보다 삶을 더 잘 살아가는 사람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교회 동기 중에 예림은 그런 친구였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순진한 학생과 같은 자세가 된다.

 

예림은 신앙심도 좋아 공동체 생활에 헌신적일 뿐만 아니라, 서울대와 연세대에 동시 합격한 실력이니 공부도 매우 잘 했다. 예림은 연대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하여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삼성에 취업했다. 가끔씩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예림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평온함이다. 자신의 에너지가 여기저기에 흩어진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산만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예림의 삶은 단조로웠지만 깊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예림에게, 10년 전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다. 너의 공부 방법이나 삶의 비결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생각이 없냐고.

 

“내가 무슨... 난 못해. 내가 뭐 알려 줄게 있어야 가르쳐 주지.”

겸손의 말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예림의 진심이었다. 그녀에게 공부비결 등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정적으로 예림은 무언가를 전해주려는 욕구,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려는 욕구를 가지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고 싶고, 어려움을 보면 뭔가 돕고 싶은 마음이 남들보다 강하다면, 그런 기질은 자기계발 강사로서의 좋은 원석을 가진 것이다. 잘 가공하면 보석이 되어 빛날 수 있는 원석.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걸요.”

 

제대로 격려하는 비결은 전달한 내용이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 진짜를 전해야 한다. 전달하려는 내용이 사실인지, 유용한 것인지 확인하고 전해야 한다. ‘격려하고픈 욕구’가 앞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둘러 가짜를 전해서는 안 된다. 나의 후배 수철은 불확실한 정보를 전달하곤 하는 성향을 가졌다. 방배동 내방역 근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헤어지면서 수철로부터 길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내방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고속터미널로 가려던 참이었다. 수철은 버스를 타면 5분도 안 걸린다며 지하철 대신 버스 타기를 권했다. 나는 그러냐며, 마침 버스가 와서 버스에 올라탔다.

 

창밖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버스가 첫 번째 사거리를 지나갔을 무렵,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내방역과 고속터미널역은 여느 지하철 간의 거리보다 멀고, 유난히 신호가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날따라 차까지 밀려 25분의 시간이 걸렸다. 지하철로 5분이면 갈 거리였는데 말이다. 훗날, 수철이를 만났을 때 그 날 이야기를 하며 물었다. 내방역에서 고속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가 본 적 있냐고. 예상했던 답변을 들었다. “아니요.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어서 금방 갈 줄 알았어요.” 몇 블록인지 혹시 알아? “아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걸요.”

 

강사의 핵심 역량, 전달력

 

격려하고픈 마음, 전달하고픈 마음이 앞서 경험해 보지도 않고, 확인해 보지도 않은 것을 전달하는 것은 ‘가짜 유통업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문제점은 유통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유통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좋은 유통업자가 되려면 격려의 욕구만으로는 부족하다. 격려에 사용되는 콘텐츠의 효용과 지속성을 따져 잘 선별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유통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다. 강연장에서만 유효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은 불성실함이다. 불성실하다고 한 것은 자신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수의 생명은 가창력이다. 싱어송라이터들도 있지만, 모든 가수들이 곡을 직접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가수는 자신의 분위기와 목소리에 맞는 곡을 선택하고, 곡을 잘 이해하여 멋지게 불러낸다. 이것을 가창력이고 한다면, 가수의 핵심 역량은 가창력이지 작곡 능력이 아니다. 강사의 핵심 역량은 전달력이다. 자신이 전하는 모든 콘텐츠를 직접 창조할 필요는 없다. 창조적인 지적 생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강사들은 좋은 콘텐츠를 분별하고, 그 콘텐츠를 잘 이해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효과적인 전달력, 이것이 강사의 생명이다. 모든 강사가 사상가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기계발 강사는 대부분 전달하고 싶은 욕구를 지녔다. 좋은 강사가 되려면, 격려하려는 욕구에 더 좋은 것, 더 깊은 것들을 실어야 한다. 진짜만을 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가짜를 전하는 것은 강사라는 직업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던가. “어떤 일을 조금 잘 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 어떤 일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그 일을 한다”고.

 

마지막으로 ‘진짜’가 어떤 것인지 느낌으로 보여 드리고 싶다. 앞서, 가수의 생명이 가창력이라 말했다. 댄스 가수나 방송인이 아니라면, 가수에게 춤과 예능 감각은 부차적이다. 1980년에 태어난 팀원에게 김광석 동영상을 보여 준 적이 있다. 그는 김광석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했다. 몇 편의 동영상을 보고 난 후, 그의 소감은 간단했다. “가수를 본 것 같아요. 진짜 가수요.”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요즘 춤 잘 추고 잘 생긴 가수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것 같아요.” 직관적인 표현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IP *.135.2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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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10:36:39 *.70.143.40
와, 대단한 우연이다! 바로 위 병곤 선배 댓글에 김광석 얘기 쓰고 내려왔는데! 세상 참~ ㅎㅎ

나도 그래. 난 댄스가수라는 말 별로 안 좋아해.
가수는 일단 기본이 노래지, 그게 안되니까 억지로 붙인것 같아서 말이야.
차라리 그냥 엔터테이너라든가 먼가 다른 말이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

그래서 계속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 중.
글쟁이가 되려면 좋은 책 계속 잘 인풋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 그대야를 본받으려 노력 중^^
이 봄에도 그대야 여전히 성실한 모습에 이 누나야 또 한번 배움을 얻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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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엽
2010.05.07 15:08:46 *.216.38.10
예림과 수철의 예를 통해 공감이 가는 예를 들어주셨어요. 감솨~
그런데, 전 왜 그런지 김광석의 예는 의외로 앞선 두가지 예에 비해 가슴을 파고들지 않네요. 제 감성이 무뎌서 그런가요? ㅋ  
전달하고 싶은 욕구, 진짜를 전달해야 한다는 당위, 그리고 진짜의 예로서의 가창력과 진솔함, 그리고 진정성을 지닌 가수의 예...
아!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이젠 글의 의도가 이해가 가네요.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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