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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7일 11시 36분 등록

"나는 그들이 읽는 동안 살았다."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그의 할아버지가 들려준 말에서)


저는 요즘 '산다'는 단어에 무척 끌립니다.  그건 삶을 정말로 잘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삶에 대해 배우는 동안에도 저는 언제나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간, 뜻모를 답답함이 내 속에 늘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었던 것은 바로 삶을 제대로 '살고있지 못하다'는, 나 자신도 미처 모르는, 내 안의 무의식의 자각 때문이었음을 갑자기 알게 되었습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모두' 환영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모두'라고 쓴 것은 좋은 것만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것도 환영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러면 편견이 없어야겠지요. 편견이 없다는 말은 가슴이 열려있다는 말일 거구요. 가슴이 열려있다는 말은 나 아닌 다른  것에 대해 이해와 연민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겁니다. 그것은 차이와 같음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말은 쉽습니다. 그러나 나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것들까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환영하여 내 삶으로 끌어안지 않으면 삶이 주는 온전한 기쁨은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내 경우, 인생이 왜 그리 힘들었나 생각해보니, 싫은 일(납득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저항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아무리 저항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밖에 없는 환경에 내가 있다는 자의식 때문이었습니다. 야수의 성에 갇힌 벨의 기분이랄까요, 구원의 빛이 스며들 기미가 없는 거대한 성벽에 갇힌 기분 말입니다. 

실은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내가 내 삶을 주장할, 내가 내 삶을 살아낼, 그런 용기 말입니다. 거대한 야수의 성은 사실 내가 만든 두려움의 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실체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가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재빨리 그것을 알아차리고, 저항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이제는 많이 보입니다. 무엇이 저를 그렇게 바꾸어놓은 것일까요. 그걸 설명하려면 아마 하루저녁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유용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저항해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까지 모두가, 수많은 저항과 저항 사이에 녹았던 내 번민과 수고와 눈물과 한탄들까지 모두가, 오늘의 내 삶의 피륙을 짜는데 필요한 무늬들이었다는 것입니다.그러나 그런 말로 내 과거를 정당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나 나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는 이길을 거쳐서만이 오늘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그만의 길을 거쳐 그의 오늘에 도달했을 것이니까요.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의 오늘에 이르기위해 지금 그만의 길을 걷고 있을테니까요.

'삶을 살아라!'

지금부터 이 말은 저의 모토입니다. 남의 눈이 무서워서, 싸움과 갈등이 두려워서, 삶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삶을 피해가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삶을 살지 않고 삶에 대해 배우기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살지 못해 그 대용품으로 무엇을 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글을 쓰는 일마저도 이제는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주하기 위해 할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보호막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것에  '내 삶의 방식'이라고 그럴싸하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었습니다. 이제는 상처마저도 그냥 받을 것입니다.  내게 오는 것은 무엇이든 피하지 않고 맞을 것입니다.  받고자 가슴을 여는 순간, 더 이상 상처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집안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날아드는 삶의 모든 향기들을 그대로 호흡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 되게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내 삶의 반짝임을 위한 것이 되게 할 것입니다. 아픔마저도 씩씩하게 맞아서 삶의 물결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 '사는 것'을 도와주지 않는 것이라면, 삶을 피해 도망가게 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도 내 삶에 불러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오로지 희망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순간마다 살아있는 것(to be alive)입니다. 나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IP *.70.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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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29 00:02:50 *.74.248.179

요즘 ...  뭔 일이 있나비여 ~ 
삘을 계속 받고 있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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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10.05.29 15:02:47 *.22.88.41
그러게요 ㅋㅋ
요즘 운동화 신고 서울 시내를 막 뛰어다닌당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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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5.29 07:58:47 *.53.82.120
선배님!!
저..제가 쓴 글인줄 알았슴당.. ^^
요즘 제 맘을 물들이는 '화두'
바로 그것!
정리해 풀어낼 엄두가 안나 안고만 있었는데
이렇게 풀리는 거였군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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