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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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후예들이 어느새 3주차를 지나고 있다. 가장 어렵다는 첫 21일의 고비를 넘긴 이 시점에서 현재까지 1분 1초도 어기지 않은 영웅 전설상 후보들은 11명. 대단하다.
하지만, 더 대단한 건 나머지 부족원들 대개 출석률이 80%를 상회한다는 사실이다. 혼자 새벽 기상을 시도할 때 작심 삼일에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랍고도 놀라운 “단체의 힘”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을까..?
우선 숨을 구멍이 없다.
혼자 할 때는 알람이 울리면 그냥 끄고 자기 일쑤지만, 이젠 컴퓨터를 켜고 연구소 홈피에 접속하여 자신의 부족을 찾아가 출석 체크를 해야 한다. 우리의 출석룰은 단 1초도 결석으로 카운팅을 할 정도로 엄격한데, 이것이 주는 나름의 긴장 또한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만 천하에 공개되는 나의 기상과 출석 시간. 혼자 어둠 속에서 알람을 끄고 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안 보이면 찾는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부족원 중 한 사람이 안 보이면 어디 갔냐고 그 새벽에도 꼬박꼬박 챙긴다. 거기에 한 걸음 더해 나타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새벽에 문자를 날리기도 한다. 혹시 깜빡 잠에 골아 떨어졌을까봐. 어찌 새벽 기상을 멈출 수가 있으랴..
출석하고 자고 싶다고..?
그럴 수 없다. 문화부족에서 불을 당긴 아침 질문 놀이가 서서히 타 부족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루 한 가지씩 서로를 알아가는 짧은 질문들. 거기에 답하다보면 눈이 떠지고 잠이 달아나기 시작한다. 솔직히 컴퓨터를 키면서는 눈이 반쯤 밖에 안 떠진다. 그러나 불켜고, 출석하고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 답변 읽고.. 이러다 보면 5분에서 10분은 훌쩍 가고, 이 시간이면 잠은 깬다. 첫 100일은 습관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만큼 서로 질문을 던지며 읽고 답하는 이 방법 아주 좋다.
그래서일까? 다같이 힘을 모아 3주차까지 끌고 오더니만, 이번 주에는 부쩍 “저절로 눈이 떠졌다”는 부족원들이 많아 졌다. 그 전날 취침 시간과 상관없이 눈이 떠진다고 한다. 드디어 작은 승리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작은 승리를 위해 낮 시간 피곤하고, 밤에는 고군분투 많은 유혹들과 싸워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서서히 작은 승리를 이뤄내고 있다..
그리고 각 부족별 1차 부족 모임
6월 12일 외국어부족의 스타트에 이어, 어제 6월 15일 문화부족의 두 번째 부족 모임이 있었다.
샤먼인 게 너무너무 좋다. 모든 부족들의 모임에 참여해서, 부족에 따라 달리 채워지는 시간들을 다 구경(?)할 수 있으니 ㅋㅋ
외국어 부족 모임.
모인 사람은 나까지 포함해서 5명이었지만, 그런 만큼 끈끈했다. 원래 사람들은 소수가 모이면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부족 모임 이후 외국어 부족의 출석 체크가 눈에 띄게 길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강하게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강남역에 있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퓨전 한정식 집에서 맛깔스런 저녁을 먹고, 이번엔 분위기 반전, 도시풍의 카페로 이동하여 노천에 앉았다. 여기까지는 아주 고상하게 진행되었으나, 너무나 끈끈한 우리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다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해 단체 사진을 찍었다! ㅎㅎ
그러면서 누가 보면 우리 시골에서 온 줄 알겠다, 라고 킥킥 거리면서도 그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얘기한 L님의 말처럼 대화가 고팠던 거일 수도 있겠다.. 타 부족에 비해 상대적 숫자는 조금 적은 외국어부족이지만, 아주 끈끈하게 뭉쳐 완주할 것 같다.
문화부족
시끄럽다! ㅎㅎㅎ 개성만점이다. 무슨 기운에 저럴까 싶을 정도로 새벽 출석부에도 난리가 아니다. 음악을 올리지를 않나 동영상을 올리지를 않나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주거 경로를 밝히라고 하지를 않나 (그러면 또 포스팅보다 더 긴 댓글이 올라온다. 참으로 놀라운 사람들이다! ㅎㅎ).
그러더니 역시나 어제의 부족 모임은 무슨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 같았다. 그저그저 흐르는 시간이 아쉬울 뿐. 그 짧은 시간에도 선물 교환에 마니또 정하기 등등 이벤트를 펼치고, 끝에는 민토 입구에서 단체 사진까지. 참으로 대단한 부족이다.
외국어 부족이던 문화 부족이던에 상관없이 이제 샤먼인 나는 한 걸음 물러서 열심히 지켜봐드리면 될 것 같다. 이젠 진짜 눈이 뭉쳐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스스로들 7월 더위가 최대 고비인 것 까지 인식하고 계시니, 난 7월에 힘찬 북소리를 울려드리면 될 듯.
자, 다음은 이번 주 토요일에 있는 글쓰기 부족 모임이다. 글쟁이들답게 토요일 오전 중 브런치 모임이란다. 실은 금요일 저녁이냐 토요일 저녁이냐를 놓고 각 저녁 별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 비슷하니까 자상한 부족장이 내놓은 제3의 대안이다. 멋있다.브런치 모임, 어쩐지 낭만적이다.
이들은 또 어떻게 토요일 오전 시간을 채울 지 지금부터 기대된다..
어제 산사를 다녀왔습니다.
말씀 듣기를, 기도를 시작한지 7일이 되면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요
21일은 발심의 기간이요, 49일은 인연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요
100일은 계절이 바뀌듯 인과 연이 바뀌기 시작하는 시간이요
1000일이면 뿌리부터 우리들의 삶이 바뀌는 시간이라 합니다.
우연히 시작한 단군의 후예지만, 우리 모두의 꿈과 소망 그리고 삶을 끌어안고
가능한 오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헌님. 아직 뵌 적은 없으나 글로써 제 안에 많이 들어와 계십니다.
제 역할이 멀리서 북을 울려야 한다면 북을, 언젠가 함께 일 수 있다면 좀 더 가까이
인연 허락되는데로 힘을 모으겠습니다.
언젠가 사부님께서 제게 슬픔 또한 기쁨의 또 다른 면이니
삶이란 나쁘지 않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헌님과 함께 하시는 언니분들을 위해 멀리서나마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