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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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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2일 19시 48분 등록

‘수니온’에 다녀오던 길

 

신타그마 광장에서 여권과 지갑이 든 가방을 도둑맞았다. 한 순간이었다.

일행들이 아테네를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뒷통수를 내리치는 직감이 있었다. 설마.. 하고 뒤돌아 의자다리 밑을 본 순간, 방금 전 그 느낌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 묘한 느낌이었다. 순간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1~2초 전의 느낌이었임을 분명히 기억한다.

 

선생님은 신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일행들을 따라 아테네 공항에 배웅을 나간 자리였다. 그러시면서 뒤적뒤적 포도주 한 병을 꺼내 주셨다.

"선생님, 참 신기하죠. 지난해 ‘파리스의 사과’에 관한 에세이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게 만약 그 ‘사과’가 주어진다면 저는 아테네에게 주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아테네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정말이예요. 저도 아마 아테네, 그녀가 제 발목을 잡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선생님도 따라 웃으셨다.

 

일행들을 떠나보내고, 공항에서 터키로 가는 비행스케줄을 조정했다. 그리고선 영사관으로 택시를 잡아 탔다. 이미 시간은 7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마침 휴가철에다, 금요일 오후라서 문을 연 사진관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일단 영사관으로 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수완 좋은 김순자 선생님과 젊은 영사관 직원들의 도움으로 ‘여행허가증’을 받을 수 있었다. 여행사에서 호텔을 따로 잡아 주었고, 버스와 트램을 번갈아 타는 색다른 체험을 하며 한 시간 남짓 아테네 외곽의 바닷가 옆에 호텔에 도착했다. 이미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저녁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김순자 선생님은 신고부터 하시자고 하셨다. 신고하면 어찌되는지를 여쭸더니 사실 물건을 되찾기는 어렵고, 한국에 돌아가 혹시라도 몇 푼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신고는 포기하자고 했다. 나도 좀 쉬고 싶었지만, 하루종일을 애쓰고, 예상치 않았던 일정까지 성심으로 해주신 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었다. 굳이 저녁식사도 마다하시고 호텔을 나서면서, 호텔 식당에 나의 저녁식사와 맥주까지 값을 치러버리셨다. 말릴 염치마저 허락지 않으시고선, 그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로 호텔문을 나서면서, 한 번 더 ‘혹 심심하면 수니온에 다녀오라’는 그 오지랖 넓은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호텔 방에 들어와 짐을 풀었다. 우선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담배를 하나 피워물고서 짐을 뒤져 얇은 공책을 하나 꺼냈다.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를 적어 보았다. 우선 여권, 지갑, 구형 소니카메라, 전자사전 그리고 한국을 떠나오면서 틈틈이 적어 왔던 공책과 아끼던 펜들. 늘 여행길에 기념품을 대신해서 챙겨오던 영수증 그리고 주머니칼. 그리고 그 가방.

정말이지 어느 것 하나 사연 없고,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없었다. 유난히 쓰던 물건들에 정을 들이면 잘 버리지 못하는 나의 버릇 때문인지 정말 아쉬웠다.

 

현금이야 쓰다 남은 유로가 150정도, 달러가 30불 정도에 한국에 돌아가서 쓰려고 찾아둔 한화가 15만원 정도였지만. 돈이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의 상실이 더 컸다. 한 15년째 써오던 지갑, 더구나 이 지갑은 석 달 전 쯤 한번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지갑이었다. 늘 여행길이면 함께 해왔던 전자사전이며, 아는 사람에게 50만원을 주고 중고가격으로 구입했던 구형소니카메라도 벌써 6년째 손에 익은 물건이었다. 워낙 유행이 빨라져서 지금은 그렇게 크고, 불편한 카메라를 쓰지 않았지만, 구입할 당시만 해도 최신식이었고 무엇보다 늘 함께 하면서 더러는 내가 찍히기도 하고, 내가 세상을 보고, 담아오던 친구였다. 가방은 또 어떤가. 10년쯤 전에 살아오던 틀을 깨며 안 해봤던 것을 해보겠다면서, 보이스카우트에서 주관한 스키캠프를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그림자같이 챙겨 다니던 것이었다. 주머니칼에도 추억이 있었다. 나를 참 아끼시던 분이 스위스 여행길에 비싸게 주고 산 진품이라며, 상표까지 확인해주시던 물건이었다. 오른손잡이인 나의 바지 앞쪽 오른쪽 주머니에 늘 그 무게감을 느끼던 물건이었는데, 특히 와인을 즐겨먹기 시작하면서는 어느 상황에서건 와인 코르크를 따내던 공신이었고, 덕분에 나는 늘 와인 먹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는 덕담을 들을 수 있기도 했다. 굳이 시를 적고, 짬짬이 글감들을 스케치 해놓았던 공책과 필기구들의 이야기까지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듯 했다. 여하튼 그냥을 못 헤어질 것 같았다. 가방에서 선생님이 주신 와인을 꺼냈다. 떠나보낸 나의 아바타들을 위해 한 잔, 홀로 남겨진 나를 위해 한 잔, 이스탄불로 먼저 떠난 동료들을 위해 한 잔, 나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 아테네.. 그녀와의 밤을 위해 한 잔, 이제 닥쳐올 내 앞의 운명을 위해 한 잔, 그리고 이 의식을 위해 제주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을 위해 딱 한 잔만 더.

 

열어둔 창문 사이로 아폴론의 화살이 사납게 와서 꽂혔다. 알람소리를 대신해서 울어대던 아테네의 여름 전령은 매미였다. 절규하듯 울어 제치는 것이, 오늘 하루도 얼마나 뜨거울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바람을 느껴보았다. 뜨거웠지만, 무덥지는 않았다. 젖은 몸이 금방 말라갔다. 노트북을 켰다. 세상을 향한 접속, 인터넷을 연결하고선 또 다른 세상에 송신을 하기 시작했다.

 

아테네에게 신탁을 물었다.

트로이 전쟁을 피하려고 섬으로 여장을 하고 숨어들었던 아킬레스를 찾아내 기어이 적의 땅으로 보냈던 그녀였다. 오디세우스를 통해 장사치로 변장을 하게하고, 여인들 속에 숨어 있던 아킬레스를 칼과 방패로 스스로의 운명을 알게 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굳이 트로이의 땅으로 가겠다는 애인의 발목을 잡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그랬다.

“당신을 그 땅에 보낼 때가 아니기 때문이었지요. 여권과 지갑 정도는 잃어야 당신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헤르메스에게 도움을 청했지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이제 곧 알게될 겁니다. 굳이 당신을 잡아둔 까닭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 포세이돈에게 다녀오세요.”

“포세이돈?”

왠 뜬금없는 ‘포세이돈’이란 말인가. 이 땅 어디에서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을 찾는단 말인가. 그러다가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곳을 찾았다. 바로 어제 김순자 선생님이 남기고 간 그 곳. 수니온 곶이었다. 그 곳에 포세이돈 신전이 있었다. 부랴부랴 가방을 꾸렸다. 아침 식사 때 챙겨 온 사과 한 알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 어떻게 가야하는 지를 물었더니, 버스 타는 곳과 요금 그리고 묻지도 않았던 걸리는 시간까지 가르쳐 준다. 싫지 않은 그녀의 과잉친절을 뒤로 하고, 이미 닳아 오르기 시작한 아폴론의 화염 속으로 몸을 던졌다.

 

‘만야’라고 했다. 몇 차례 이름을 불러주며, 따라 외는 어색한 나의 발음을 그리스 발음으로 잡아 주었다. 꽃 이름이라고 했다. 어떤 향기가 나는지를 물었더니, 그냥 ‘씩’하고 웃는 그녀에게 ‘지금 그녀에게서 나는 냄새’냐고 물었다. 선글라스 너머로도 얼굴이 붉어진다. ‘수니온’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그녀는 시종일관 상냥했다. ‘퍼블릭 릴레이션십’을 공부한다는 스물 세 살의 그녀는 내가 하는 일이며, 내가 여행을 하는 목적을 궁금해 했고, 내가 아테네에 남겨진 사연을 듣고서는 아테네를 대신해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사과를 받을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아테네, 그녀의 뜻일 뿐이고, 나는 지금 그녀의 심부름으로 수니온에 간다고 했다. 그녀가 나의 사랑을 물었다. 내가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잠시 후 버스가 왔고, 수니온 가까이까지 한 시간쯤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보다 한 정거장 앞에 먼저 내린 그녀가 두어 번 뒤를 돌아본다. ‘씩’ 웃어 보였다. 그냥 한 번 더 ‘bye'라고만 했다. 만남처럼 이별도 쿨했다.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순간, 아테네의 선물일까? 내가 따라 내렸어야 했을까? 라고 물었지만, 아니었다. 아테네는 사랑을 관장하는 신이 아니었다. 파리스처럼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면, 혹시 그녀가 헬레네의 분신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파리스가 아닌 것처럼, 그녀도 헬레네가 아니었다. 한 10분을 더 달려서 버스는 종점에 다다랐다. 굳이 여기가 ‘수니온’이냐고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버스 기사는 시동을 끄고 내렸고, 관광객처럼 보이는 대여섯명이 느릿하게 일어선다.

 

지중해의 최남단에서 만난 ‘수니온’은 황량해 보였다. 육지의 끝이면서, 바다가 시작되는 곳, 그렇지 이런 곳이라야 포세이돈을 만날 수 있었겠지. 그의 신전도 다른 올림포스의 신들의 신전처럼 무너져 있었다. 척박한 그리스의 땅덩이보다는 푸른 바다에 의지하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 그들에게 포세이돈의 분노는 목숨을 건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어제 보았던 ‘파르테논’보다는 많이 작았지만, 겨우 십여개 남은 도리안식 기둥만이 과거의 영화를 짐작케 할 뿐이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신, 그들도 질투를 한다. 바다의 신인 그는 아테네 여신과 아테네의 수호신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아테네 여신으로 결정되고 난 뒤, 그는 거센 파도를 일으켜 아테네인들을 괴롭혔다. 그의 질투와 자존심을 달래기 위해 지어진 신전이었다. 그래서일까. 벼랑 끝에서 본 지중해는 조용했다. 그도 이제는 성질머리 죽이고 사는 것일까. 그를 불렀다.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나를 그대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말이 없었다. 절벽 끝에서 바다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금방이라도 내지를 것 같은 붉은 사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 사자의 얼굴을 하고서, 다시 한 번 지중해를 향해 내질렀다. 한 번 기가 죽은 포세이돈은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직도 뜨겁고 건조한 그의 숨길만이 조용하게 스쳐갈 뿐이었다.

 

터벅터벅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오다 잠시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같이 못 온 동료들에게 줄 다섯 장의 엽서를 한 장 한 장 고르고, 값을 치루면서, 이곳 날씨가 항상 이런지를 물었다. 코밑까지 안경을 걸친 나이 지긋한 그녀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오늘 기온이 41도란다. 요즘에는 항상 이렇다면서, 지난 주에야 잠깐 비를 보았을 뿐이란다.

 

카페 그늘로 나와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차려진 메뉴에서 맥주를 찾았다. 세가지 뿐이었다. 하이네켄, 스텔라, 알파. 영국시절부터 좋아하던 스텔라를 고를까. 아릿한 추억 속에 그녀가 즐겨 먹던 하이네켄을 시킬까 망설이다가 결국 주인에게 물었다. 그는 단연코 ‘알파’를 권했다. 그렇지. 여기는 그리스 땅이지. 그리스에 왔으니, 그리스 맥주를 마셔야지. 호탕하게 웃는 그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다시 공책을 꺼냈다. 가방에 꾸려온 사과를 꺼내 한 입 깨물었다.

 

트로이를 떠올렸다. 아킬레스가 보였다. 사자 같은 영웅은 이미 오랜 전쟁에 지쳐보였지만, 화려한 투구 속에 그의 눈빛은 여전했다. 그가 말한다.

 

Achilles: Let me tell you a secret, something they don"t teach you in your temple. The Gods envy us. They envy us because we"re mortal, because any moment may be our last. Everything is more beautiful because we"re doomed. You will never be more lovely than you are now. We will never be here again. *

아킬레스 : 신전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 신들은 인간들을 질투해. 신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을 질투하지 왜냐면 신들은 마지막 순간이란게 없거든.. 이 세상 모든 것들보다 인간들이 더 고귀한 존재인 이유가 죽기 때문이지. 넌 지금보다 더 사랑받을 순 없을걸.. 지금 이 순간은 다신 돌아오지 않아.

 

질투.. 마지막 순간.. 세상 모든 것들보다 고귀한 존재, 인간..

넌 지금보다 더 사랑받을 순 없을걸.. 지금 이 순간은 다신 돌아오지 않아.

 

그렇지. 나는 이미 충분히 사랑받고 있었다. 수많은 영웅들이 고작 사과하나로 시작한 전쟁. 여신들의 질투로, 아니 파리스의 운명의 여인 헬레나를 둘러싸고 피를 불렀던 전쟁을 시작했고, 결국 신들까지 패를 나누어 벌였던 그 전쟁. 아테네는 나를 그 잔인한 기억의 땅에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펠로폰네소스 산맥을 따라 그리스 반도가 내달리다가 만나는 육지의 끝자락. 그리고 다시 에개해를 만나는 운명의 종착역.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던진다는 이 곳. 미노소스의 황소괴물을 물리친 테세우스의 아버지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해 몸을 던진 곳. 그 벼랑 끝에서 내가 들은 말은 ‘사랑’이었다. 육지의 끝에 서야, 바다를 만날 수 있고. 벼랑 끝에서 몸을 날릴 수 있어야, 저 푸른 바다를 품을 수 있고. 테세우스의 아버지 아이게우스를 비롯한 수많은 목숨들이 죽음을 남기고, 전설이 시작되었던 곳. 지루한 일상을 떠나와 멀리 이곳까지 찾아온 이방인에게 남겨진 것은 '죽음과 새로운 만남, 거기에 엇갈린 사랑'이었다. 아직도 뜨거운 아테네의 육신같던 정열의 끝에 다다라서야 본 새로운 시작이었다. 소중한 것들을 몽땅 잃고서도,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나, 영웅처럼 살아 남을 나의 운명이었다. 신들의 질투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을 목숨이었다.

 

다시 아테네로 돌아오는 길. 그녀의 치맛자락처럼 주름진 해안을 따라 고불고불 한 길. 그 길 너머 푸른 빛 돌던 애게해로 해가 지고 있었다. 바이런도 그랬을까.** 비로소 그제서야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보고 싶었다. 하루 더 그녀의 품에서 지낼 밤이 그리워졌다. 오늘밤이 마지막이겠지.

 

Place me on Sunium's marbled steep

Where nothing, save the waves and I,

May hear our mutual murmurs sweep... ***

 

IMG_0285.jpgIMG_3880.jpg 

 

 

* 영화 ‘트로이’에서 인용한 아킬레스의 대사

** 바이런(Byron, 1788~1824)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1810년에서 1811년에 아테네에 머물면서 수니온에 다녀갔다. 그리스를 사랑했던 바이런은 후에 그리스 독립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1823년 다시 그리스에 왔는데, 마솔종기오에서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었다.

*** 바이런의 시, ‘돈 후앙’ 중에서 인용.
**** 사진인용 http://cafe.daum.net/b-3927  성경의힘

 

* 이번 주 [칼럼22]는 여행기 ‘수니온에 다녀오던 길’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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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8.22 20:11:54 *.36.210.171
칼럼 22라고 앞자락에 쓰면 되겠네.

가이드 순자 여사가 서울에 온다는데 바쁘더라도 짬을 내어 만나서 따뜻한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면 좋겠네. 말보다는 실제의 앙가픔(?)이 훨씬 중요하겠지. 참으로 인연이란 알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녀가 보고 싶어지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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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8.22 20:59:36 *.36.210.171
그대가 물으니 한마디 남기겠네.

계속해서 쓰렴. 외계인아,
아테네 여신에게 받치고 그냥 모른척하고 돌아오고 말 걸 그랬다. 이틀 새 부쩍 자란 느낌이다.^^ ㅎㅎㅎ

그냥 버려두었으면 죽순이고 말았을 것을 변경연 연수까지 다녀오고 나니 그새 서슬푸른 대나무가 멀지 않은 듯하이.

그러나 항시 주의할 것이 있다고 이것만 잘 지키면 좋은 끝이 있다고 어제 만난 형아가 내게 귀뜸해 주었다.  느닷없이 불려나가 술값 많이 치르고 들은 덕담인지 교훈인지다. 그대도 새겨두면 나쁘지 않을 듯. 
 
첫째,  항시 낮은 포복 자세로 임할 것.
둘째, 내가 잘하는 일을 들추려 들지 말고 남의 도움이 되게 할 것.
셋째, 묵묵히 꾸준히 오래 무던히 열심히 임할 것.

그러면 탈이 없데. 지천명에 이른 형아가 30대, 40대의 생각들과 더불어 간결하게 세 가지로 일러주는 지침이니까 사부님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네. 그대는 어떠한가. 겸허하고 또 겸허해 질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자신감이다. 지구로 돌아오라 철아, 알라뷰~~~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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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8.22 20:29:46 *.154.57.140
순자샘 만나기로 한 날, 안동으로 출장이 잡혀 있어요. 아직은 직장에 매인 잔인한 목숨이라. ㅎㅎ
대신 전화를 드릴 생각이예요. 너무 고맙게 해주셨어요. 순자선생님.
칼럼 제목을 안 쓴 건, 글의 맛이 떨어질까봐서..ㅋㅋ 그래서 글 맨 뒤에다 살짝 달았습니다.
글 감상 좀 써주... 써니 누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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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8.22 21:06:36 *.42.252.67
알람소리를 대신해서 울어대던 아테네의 여름전령 그리스의 야한 매미들이 갑자기 생각나네.

우리나라 매미는 맴맴맴 우는데 그리스 매미는 찌찌 찌찌 이렇게 울잖아.

그리스 매미는 아마도 제우스신과 나무 밑에서 사랑을 나누어 얻은 자식을 헤라가

질투로 인해 빼앗가 갔을거야. 그리고 사랑을 나눈 나무에다 버린 아기는 늘 엄마

품의 찌찌를 그리며 울다 속이 타서 검게 말라버린 매미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리스의 매미는 오늘도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더라. 찌찌 찌찌.....

난 너가 그리스에 남을 때 걱정이 되지 않았어. 단지 아쉬운건 너가 남겨 놓은 글들 그리고

정든 물품들과 사진. 이스탄불보다 그리스가 더 어울리는 너는 분명 그리스에서

이처럼 글이 나올줄 알았어. 벌써 이 또한 다 지나간 시간이 되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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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8.23 20:07:03 *.154.57.140
맞습디더.. 그리스 매미가 더 에로틱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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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8.23 17:43:08 *.236.3.241
진철이는 왜 무적의 전투력을 주겠다는 아테네를 선택했을까?

신타그마 광장에서의 일이 훗날 어떤 결론을 낼 지 자못 궁금하다.
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거잖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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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8.23 20:06:04 *.154.57.140
아마도... 이제 곧 신들과의 전쟁.. 아니 지금껏 신의 존재를 팔아왔던..
인간들 사이의 전쟁이 벌어질거야.. ㅎㅎ
아마도 내가 아테네의 전사로 나서게 될 거 같아..
용기와 지혜, 세상을 향한.. 같이 가자..상현아..
우리 오딧세우스 같이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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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8.23 17:59:11 *.10.44.47
언제나 항상 잘 먹던 저는 그리스를 힘들어하고 있는데..
걱정하던 진철오빠는 그 짜고 기름진 음식을 고향밥먹듯 해치울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 싶었습니다.

글고보면 삶의 복선이란 참 치밀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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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8.23 20:11:51 *.154.57.140
맞아.. 사과 하나로 시작하는 저 무한한 세계...
신탁과 신타그마 광장..
해질녘 그리스 서쪽 바다로 그리운 사람들 생각을 하다가..
문득 초승달과 어울어진 별하나를 보았지..
그리스와 터키는 바다를 두고서도 그렇지만,
하늘을 두고도 서로 나누어 가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파란 하늘과 흰구름, 붉은 노을에 초승달과 별.
언젠가 다시 갈 거 같아.. 그 땅에.. 그 하늘과 그 바다에..
그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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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2010.08.24 13:19:54 *.203.200.146
수니온에서 다시 아테네로 돌아오며 해안을 따라 달린 꼬불꼬불한 그길을 저도 달려보고 싶습니다. 제 머리로는 버스를 타고 달렸던 변산반도 해안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보는데 쳇...오빠의 감칠맛나는 글을 읽고 떠올리기엔 뭔가 많이 부족합니다. 여행을 못간 아쉬움이 더욱 가득해 지는 여행기입니다.
세상의 이치가 음양이라더니...오빠의 소중한 물건들이 떠난 자리에 이렇게도 멋진 수니온의 추억이 담겨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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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8.24 19:47:38 *.154.57.140
아직 젊고, 뜨거운 가슴이 있잖아.. 나중에 좋은 사람생기면, 꼬옥 같이 가보셈..
변산반도하고는... 글쎄... 많이 다르쥐.. 30번 국도 그 변산반도 순환길도 무쟈게 좋지만...
뭐랄까.. 암튼 맛이 달라...ㅎㅎ 글고, 그 중간에 에덴이라고 표지판이 붙은 정말 그림같은
작은 바닷가도 있어.. 꼭 찾아보셈.. 좋은 사람이랑.. 여섯번째.. 그 머시마랑..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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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8.24 22:24:06 *.34.224.87
진철이 글은 특징이 있구나..

바람내음이 날 때
글은 더 빛나고
삶은 또 흐르고...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교도소 간수에게 도움을  주고 동료들에게
맥주 한병씩을 선물로 주게 했던
그 나른하고 환상적인 오후의 바람!

시인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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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8.25 19:47:28 *.154.57.140
형, 잃고나니까.. 멍하더니..그냥 허탈하니 웃음만 나오데..
뭐, 더 한 것도 잃고 사는데... 어짜피 영원히 쥘 수도 없는 것들인데..싶기도 하고..
대신, 궁금해졌어.. 그 빈 자리 대신 채워질 것들이...
새롭게 만나게 될 운명들이...
쇼생크 탈출... 킹을 좋아하게 했던 영화... 그 장면 지금도 생각이 나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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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8.25 02:05:07 *.129.207.200
가방 잃은 값을 톡톡히 뽑으셨네요. 피가 맺힌 경험이라, 형의 다른 글 보다 힘찹니다. 장대한 서사와 풍부한 인용과 디테일한 묘사. 

동시에, 형이 가방을 잃어버리고 난 후의 표정과 겹쳐서 묘한 느낌을 주네요. 

신화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십니다. 저는 삼국지와 그리스 신화, 인물들이 헤깔려서 종잡을 수가 없어요. 

위의 이야기에 살을 더붙이면, 책 한권 쓰셔도 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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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8.25 19:48:03 *.154.57.140
과찬이다 싶으면서도..기분은 좋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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