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신진철
  • 조회 수 2167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0년 8월 30일 02시 52분 등록

강에서 배우는 것들

낙동강 물길이 휘돌아 가는 자리, 기러기처럼 마을이 하나 앉았다. 저마다 얼마쯤의 시간들을 거슬러 이 곳에 모였다. 하회마을이었다. 벌써 9회째를 맞는 '강의날대회'가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 곳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년 한 번씩 서로 만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다른 이들의 경험을 나누고, 배우는 축제의 자리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전주천이 인연이 되어, 지금껏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강살리기 네트워크'. 나는 운영위원 중 한 사람이고, 대회의 예선과 본선의 진행을 맡았다. 매년 대회 장소가 다르듯, 매번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새롭다. 강을 사랑하기에, 강을 닮아가는 것일까.

강에서 배운다.
강은 흘러야 한다. 흐르는 모든 것들은 누구도 막아설 수 없다. 그가 비록 유명한 어느 교회의 장로이고, 그가 이루어온 신화가 한때 대한민국의 부를 가져다 주었던 토건신화일지언정 강은 말한다. 그것은 이미 흘러간 과거의 것이라고. 세상은 이미 오래 전 민주주의 물결 위에, 숨가쁘게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고, 한 번 흘러간 것은 되돌아 흐르지 못한다. 자유를 갈망하던 국민들의 염원이 길거리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던 것이 벌써 20여년 전의 일이다. 서울광장에 촛불을 밝혀가며, 그 간절한 마음들을 모으기도 했던 것이 그리 멀지 않는 일이다. 그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던 이들의 최후가 어떠했는지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빨간 깃발이 꽂히고, 포크레인과 덤프트럭들이 바쁘게 오가기 시작한다. 근심이 흙탕물이 되어 흐른다. 잠시 콘크리트 장벽을 세워, 그 흐름을 막아볼 지언정, 물은 아래로.. 바다로.. 하나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오로지 과거만을, 자신만을 고집하고 있는 그 낡은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강에서 배운다.
강은 모든 다른 것들마저도 자신의 이름으로 품어 안는다. 온갖 쓰레기 조차도 강으로 흘러들어 하나가 된다.  NGO, 주민센터의 말단 공무원, 아이들의 미래를 가르치는 교사, 그리고 얼마 전 수원시장이 된 이부터 유치원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천 여명이 모였다. 멀리 일본에서도 왔다. 컨테스트라는 형식을 빌어, 얼핏 상을 다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에게 상은 별 것도 없다. 스스로 이름지은 상이름 적힌 상패 하나에 참가자들의 박수가 부상으로 주어질 뿐이다. 그래도 좋다. 만송정 솔밭사이로 빗발이 내려도 그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서로 다른 물을 먹고, 서로 다른 강에 기대어 살지언정 그들은 '강'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다.
다만, 지난 해부터 4대강사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참여단체 중 촛불시위에 참여한 단체가 있다는 구실로 후원마저 끊고, 인연마저 팽계치는 그 옹졸한 품이 답답할 뿐이다. 그 좁은 품으로 누구를 품어 안을 수 있단 말인가.

강에서 배운다.
잔잔하게 흐르던 그 고요함도, 분노가 일면 두려움이 된다. 그 작은 또랑들이 하나 둘씩 모여 한 데로 흐르기 시작하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된다. 사공은 안다. 물길을 거스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소속된 단체들이 특별회비를 걷었다. 10만원씩, 20만원씩. 십시일반이라고 했던가.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 해야할까. 몇몇 단체들이 후원물품들을 모아왔고, 환경교육 재료들을 만들어 파는 에코샾 홀씨라는 기업이 기념손수건으로 천장을 보내왔다. 즉석에서 판매를 맡은 자원봉사자가 나오고, 각자 돌아가는 길에 기념품으로 팔아주기 시작한 꾸깃꾸깃한 돈이 백만원을 넘었다. 행사 규모에 비하면 많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돈이 아니었다. 마음이었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일구어낸 기적이었다. 그들에게 권력과 돈이 있다면, 우리에겐 나눔과 함께 하는 가치가 승리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회마을, 만송정 솔숲 사이로 바람도 좋은 밤. 우리들은 그렇게 거센 물살이 되었다. 강이라는 이름으로.

강이 죽었다면서, 강을 살리자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강이 왜 죽었는지, 무엇을 살리자는 것인지.
강을 따라 걸어 본적이 있는지. 모래톱에 누워 별을 본 적이 있었는지. 물수제비를 뜨며, 소망을 빌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지. 친구들과 멱을 감고, 고기를 잡던 추억이 있었는지. 여울을 지나 흐르는 그 물길에서 무엇을 들었는지를.

IP *.186.57.62

프로필 이미지
우성
2010.08.30 16:49:21 *.30.254.28
마음이 힘들면,
대부분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하지

산에 오르거나
강에 이르거나

난 주로 강에 가는 편이야.. 가서 강을 보고, 노래를 하지...강의 노래를..
왜냐하면, 강에서 술먹으면 너무 맛나거든.. ㅎㅎ 노래도 맛나고....
강을 벗삼아 질펀하게 먹어보자..

프로필 이미지
진철
2010.08.31 01:46:44 *.186.57.62
누구는 빗방울에 슬픔을 삼키고...
누구는 강물에 마음을 숨기고
누구는 술잔에 노래를 안주삼아 근심을 덜자하고
이번 가을 어느 한 자락즈음.. 섬진강따라 한번 걸읍시다.. 형.
프로필 이미지
상현
2010.08.30 23:03:12 *.212.98.176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구나.

진철이는 강에서 배우고 나는 빗방울에서 배운다.
진철이는 홀로있음에서 배우고 나는 함께없음에서 배우고
우성 형은 강을 벗 삼아 거문고로 외로움을 달래고
진철이는 바다를 애인 삼아 사과 놀이로 고독을 던다

참 잘 만났다 
프로필 이미지
진철
2010.08.31 01:43:47 *.186.57.62
사람마다 보는 것이 달라도 배우는 것은 결국 하나구나..
상현이의 빗방울이나.. 우성 형의 강이나... 내가 애인삼은 바다나..
결국은 흐르는 것들... 아래로 ... 바다로... 하나로...
결국 만나야 할 것들이 만나는 것일뿐이구나...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92 [컬럼] 목표를 버리세요. [18] 최우성 2010.08.23 2230
3391 칼럼. 내 인생의 길찾기 [8] 낭만연주 2010.08.23 2233
3390 수직과 수평의 조화 [13] 박상현 2010.08.23 3426
3389 감성플러스(+) 22호 - 직장인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 file [2] 자산 오병곤 2010.08.25 2500
3388 심스홈 이야기 11 - 집에 어울리는 색이 따로 있다 ? file [4] 불확 2010.08.25 8231
3387 응애 28 - 신탁 1 : 네 자신을 알라 ! [6] 범해 좌경숙 2010.08.27 2467
3386 마음의 평온 [1] 백산 2010.08.27 2291
3385 응애 29 - 밧줄에 대롱대롱 - 메테오라 [1] 범해 좌경숙 2010.08.28 2606
3384 새로운 집에서의 작은 깨달음 [5] 은주 2010.08.29 2372
3383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 -사랑과 전쟁 1 - [3] 백산 2010.08.29 1989
3382 하계연수 단상3 - 서점 file [2] 書元 2010.08.29 4971
3381 하계연수 단상4 - 델피의 돌기둥 file [3] 書元 2010.08.29 3433
3380 라뽀(rapport) 21 - 취중(醉中)의 공간 [1] 書元 2010.08.29 2366
3379 자영업자로 살아남기 위해, 회사에서 준비해야 할 것 [4] 맑은 김인건 2010.08.30 2443
» 강에서 배우는 것들 [4] 신진철 2010.08.30 2167
3377 깨어있으라! [6] 박경숙 2010.08.30 2079
3376 [컬럼] 미래의 창조 [6] 최우성 2010.08.30 2249
3375 나의 무의식이 나의 눈을 찔렀다 [7] 이선형 2010.08.30 2196
3374 가을을 선언하다 [11] 박상현 2010.08.30 2254
3373 진태의 살아남기 [5] 낭만연주 2010.08.30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