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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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쓴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대학시절에 신학과목에서 ‘신의존재 증명’을 주제로 논술시험을 봐서 A+을 받았던 기억이 유일하다. 직장에 들어감과 동시에 나의 쓰기는 멈추었다. 그리고 읽기도 같이 멈춰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IT 분야로 전직을 하게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생길이 시작되었다. IT에 일자무식인 내가 업무를 새로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동료직원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라 나랑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편도 아니었다. 나는 탈출구를 찾아야했다. 그 때 시작한 게 쓰기였다. 나는 업무일지를 매일 썼다. 오늘 한 일에 대한 기록이기 보다는 오늘 내가 새롭게 배운 지식과 경험에 초점을 두고 썼다. 매일 기록하는 습관을 통해 나는 업무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고 경험적 지식을 계속 축적할 수 있었다.
요즘 직장인을 대상으로 강의나 교육을 할 때면 나는 ‘오늘 내가 새롭게 배운 것은 무엇인가, 새롭게 시도한 것은 무엇인가’를 주된 내용으로 업무 일지를 쓸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가급적 그 내용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피드백하라고 조언한다. 일전에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업무 일지를 쓰게 하고 지식관리시스템인 위키(Wiki)를 통해 내용을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지식의 자연스런 선순환을 도모하여 팀을 학습조직으로 변모시키는 모범사례가 되었다. 인문분야의 대표적인 출판사인 휴머니스트도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편집일지를 쓰고 전 직원이 함께 공유한다. 지식의 공유와 피드백은 성장을 가속시킨다.
직장인의 일상은 반복적인 생활같지만 자세히 보면 배우고, 보고하고, 깨지고, 나동그라지고, 또 전의를 불사르는 밑바닥 체험의 연속이다. 이런 일상적 체험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치부하면 삶이 시시해진다. 그런 과정을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르는 것처럼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자신의 경험을 반추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범용적으로 일반화함으로써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모범 사례, 나아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르며 전문가가 되기 위한 좋은 방법은 글쓰기다.
일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탓하지 마라. 지금 맡고 있는 일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당신의 현장을 둘러보고 중요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라. 당신이 그 동안 해온 일 속에서 얻은 노하우를 정리하라. 자신이 일한 분야에서한 족적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한편 쓰기는 자신과의 만남이다. 자신을 발견하는 열쇠다.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삶의 전환점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천복(天福)과 소명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글을 쓰게 되면 관심을 갖는 대상을 이전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긴밀한 만남과 공명(共鳴)이 시작된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 나오는 표현처럼 나는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게 되고 그것은 나에게로 와서 비로소 꽃이 된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포함한 대상을 깊게 바라보게 되고, 다시 발견하게 된다. 글은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을 의식으로 끄집어내는 자석과 같다. 이른 아침에 조용히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써보자. 그대의 손길에 신의 은총이 함께 할 것이다.
요즘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유행이다. 이제 온라인 공간에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쉽게 소통이 가능해졌다. 물론 나도 이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하루에 두 개 정도의 단문을 게시한다. 페이스북에는 일상의 기록, 트위터에는 주로 칼럼이나 감상을 게시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쓰기는 내가 글을 쓰는 기초 단위이면서 소통의 창구가 된다. 다른 사람들과 통하는 기쁨은 매우 크다.
내가 쓴 책이 사람들의 책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 글이 읽는 이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마음이 환해진다. 나는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나 혼자 울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읽는 이에게 메아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너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리. 지워지지 않는 의미가 되리’라는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나는 잊혀지는 않는 의미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독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점 하나를 남기고 싶다.
쓴다는 것은 훈련이다. 훈련이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쓰는 능력은 배우고 부단히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으로도 쓰고 발로도 써라. 온 몸으로 써내려가라. 그리하여 마침내 내일을 활짝 열어 젖히고 연탄처럼 활활 타올라 세상을 따뜻하게 하자.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요즘 열심히 일지를 쓰고 있긴 한데..
잘 하다가도 문득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카피해놔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일상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내 삶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딴 생각 말고 쓰고 또 써보겠습니다.
적절한 타이밍, 적절한 코멘트를 받은 것 같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함당~ ^^
P.S. 글구 저 드뎌 Diigo 유저가 되었답니다. ㅋㅋ
낼 모레 저녁에 뵐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