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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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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일 22시 01분 등록

to. 선생님

어느덧 1학년 생활도 1년이 다 되고 크리스마스도 얼마 남지 않은 날이 되었네요. 자각도 많이 하고, 말썽도 피우고 선생님을 많이 힘들게 했지만 이제 크리스마스와 방학이 남았으니 앞으로 좀더 잘하고, 2학년 올라가서 열심히 생활할테니 걱정 마시고요. 이렇게 말씀 안 듣는 이 어린이를 1년동안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려요.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할께요.

존경합니다.

2010년 12월 18일 토요일

남은 인생 Good Luck.

by 박찬희(발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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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희에게~

안녕^^ 우리 만난지 벌써 1년이 되었네.

학기 초에 찬희 모습이 떠오른다. 하얀 얼굴에 뒷자리에서 반달눈이 되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선한 인상에 매력적으로 보이던지 완전 살인미소였어. 그리고 몇 달 뒤에 랜덤으로 자리 뽑기를 하는데 맨 앞자리가 걸려서 ‘어~ 이건 정말 아닌데’하며 툴툴대던 모습도 참 귀여웠단다.

그런데 샘이 알고 있는 찬희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제보가 1학기 중반 무렵에 들려왔었지. 그때 선생님이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몰라. 처음엔 ‘에이 설마 찬희가 그랬을까?’하며 믿지 않았거든. 우리반 분위기 조사를 하며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에 대해 자신이 겪은 것과 자신이 본 것 모두를 빠짐없이 적어 달라고 한 설문지에 거론된 우리반 대여섯명 중에 네 이름이 3분의 1정도가 나오더라. 어찌나 깜짝 놀랐던지. 그날 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이 적혔을 것 같은 사람들 자진 신고하면 참작해준다고 모두 교무실로 오라고 했잖아. 그때 3일 동안 기회를 주었는데 네가 2번째 날 치헌이가 함께 가자고 했다며 왔었잖아. 그래도 선생님이 지목하기 전에 솔직하게 고백해주어서 참 기뻤어.

그날 선생님이 아이들을 왜 괴롭혔냐고 질문했을 때 ‘이유없이 그냥 장난으로 그랬어요’라고 했을 때  많이 놀랐단다. 네가 힘이 세니까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괴롭히니까 재미삼아 심심해서 그렇게 힘없는 아이들을 괴롭혔다는 사실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는 것이거든. 그래서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고 특별히 로또 당첨보다 더 기쁜 상담선생님과의 단둘이 하는 상담기회를 주었지. 기억나니? 그때 상담선생님이 찬희와 상담을 하고나서 선생님한테 참 착한 아이더라고 말해주시면서 아버지가 많이 엄하셨다는 이야기를 살짝 해주시더라. 선생님이 명색이 담임선생님인데 네가 그런 힘든 일을 겪었는지도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을 하니 많이 미안하더라. 그래도 네가 명랑하고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해주어서 전혀 몰랐지 뭐야. 상담선생님께도 이젠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히지 않겠다고 진심으로 약속했다고 들었어. 그때 네가 상담을 잘 받고 예의바르게 해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그리고 2학기가 되어서 10월 어느날 점심시간에 맨 앞 네 자리가 비어있고 급식을 받는 줄에도 없었던 것이 기억나는구나. 치헌이가 와서 네가 영어 시간에 얼마나 힘든 일을 겪고 점심도 못 먹고 교무실로 불려갔는지 모두 이야기해주더라.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선생님은 가슴이 막 떨리더라. 얼마나 황당하고 많이 아팠을까 생각을 하니 점심도 잘 넘어가지 않더구나. 아이들이 배식을 다 받고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에야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교실에 들어서는 네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날 뻔 했어. 선생님은 어떻게 널 위로해 줄지 몰라 치헌이가 받아놓은 급식을 주면서 점심 굶지 말고 꼭 다 먹으라는 말 밖에는 못 해줬구나. 그래도 네가 화내지 않고 자리에 앉아 묵묵히 점심을 먹어주어서 한편으로는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단다.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그날 종례 후에 너에게 영어시간에 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었는데 선생님이 참 미안하고 부끄럽더라. 물론 그날 이야기했지만 네 말투가 자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잖아. 그건 선생님도 너도 인정을 하는 부분이지만 그렇게 심하게 체벌을 하신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물론 그 선생님도 앞으로 지나친 체벌을 하시는 것은 삼가야 하겠고, 찬희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서 분위기에 맞는 말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겠지. 찬희는 그 말하는 태도만 고치면 정말 최고인데 말이야. 알지?

앗! 말투 하니까 우리 수련회 다녀오던 날 생각난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안내방송하는 데 누군가 맨 뒷자리에서 “입닥치고 가만히 있을께요!”라고 말을 했지. 선생님은 단번에 ‘헉 찬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다행히 네가 ‘제가 했어요’라고 인정하고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사과를 해주어서 다행이었지 뭐야. 우리반의 이미지가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찬희가 수업시간에도 종종 그렇게 선생님들에게도 전투적인 말투를 사용하잖아. 그렇게 불쑥불쑥 말을 해 놓고도 너 스스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걸 샘도 잘 알고 있어.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들이 제어하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것도.

하지만 이제 네가 크리스마스 카드에 적은 대로 2학년 올라가서 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네 말투를 고치는 연습을 해야될 꺼야. 아마 찬희는 똘똘하니까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

그리고 선생님이 책에서 읽었는데 “매 순간 당신이 하는 불평이나 불만은 당신의 인생에서 원치 않는 것을 불러들이는 부정적인 확언이라는 것을. 화를 내면 낼수록 당신은 자신의 인생에서 화가 더 많이 생기기를 확언하고 있는 것이다.-『나는 할 수 있어 - 루이스 L. 헤이』”라는 구절이 있었어. 이제부터 부정적인 말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나의 부정적인 말이 나의 부정적인 미래를 만든다’라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떠올려봐. 예전에 찬희가 멋지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너도 기억하지? 부정적인 말은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고,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미래를 만들게 될 꺼야. 우리 긍정적인 말과 생각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보자. 어때? 너도 OK이지?

그리고 2학기 들어서 유난히 지각하는 횟수가 많아졌더라. 우리반 지각대장 동기를 종종 앞지를 만큼. 엄마가 일찍 일을 나가셔서 찬희를 못 깨워주시는 날이 많다고 들었어. 엄마가 많이 미안해하시며 말씀해주시더라. 찬희도 이제 중학생이니까 스스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야겠지? 혹시 모닝콜이 필요하면 샘한테 부탁해. 샘도 예전에 완전 지각대장이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어떤 스승님 덕분에 연습을 해서 고쳤단다. 샘도 해냈으니, 너도 반드시 할 수 있어.

그럼 이제 시작된 겨울방학 의미있게 보내고 종종 연락하자. 찬희가 어떻게 신나게 놀고 있는지 선생님은 많이 궁금할 꺼야. 그리고, 존경합니다. 이 다섯글자가 선생님을 정말 많이 설레게 하는 구나. 사랑한다. 박찬희!!!

2011. 1. 1
미모의 담임샘

추신 - 발칸은...그 유명하다는 축구화? 사고 싶은거야? 지금 신고다니는겨? 사고싶다면 착한 일 많이 해야 산타할머니가 선물로 주실테고, 지금 신고다니면 선생님 구경 좀 시켜주셩~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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