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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3일 12시 50분 등록
소년의 마음.JPG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짜짱가 엄청난 기운이~ ‘

그렇다. 마법의 주문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주문만 외우면 바람같이 나타나는 우리의 영웅.

 

나의 초년시절은 애니메이션에 흠뻑 빠진 시절 이었다.

침침하고 어슴푸레한 형광등밑 만화방 귀퉁이.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내가 방과 후면 매번 들려 독서 삼매경에 홀리는 곳이었다. 어찌나 열공을 하였던지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곳 사장님이 고객 관리 차원에서 매년 카드를 보내 주었다. 지금으로 보면 우수고객 이었기에.

어깨동무, 소년 중앙, 바벨탑, 독고탁, 로봇 킹 등은 부단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갔고 TV 만화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면 가족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채널 우선권은 나에게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폴, 마징가 제트, 꼬마 자동차 붕붕, 바람돌이…….

그중에서도 가장 나의 눈길을 잡아끌었던 것은 미래소년 코난 이었다.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소년의 모습 이었지만 극한 상황이 닥칠 때면 물러서지 않는 끈기와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숨겨진 엄청난 힘을 통해 상황을 반전 시키곤 하였다.

나는 환호 하였고 감탄 하였다.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질리질 않았다.

한마디로 통쾌 하였다.

그렇지.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어떤 상황들이 닥쳤을 때 나의 머릿속에는 먼저 수많은 만화속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내용들은 달랐지만 그 속에 공통점은 선은 이긴다는 것, 그리고 순수한 마음과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는 한 언젠간 바라는 꿈들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가. 복잡한 업무 관계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직장 후배 한사람이 뜬금없이 나에게 건네는 한마디가 오래전 잊혔던 기억의 불씨를 되살렸다.

“부장님은 좋으시겠어요. 천진난만 하셔서.”

천진난만? 무슨 의미일까.

어찌 보면 다른 시각으로 여길 수도 있는 말이겠지만 한편으론 그 멘트가 싫지가 않은 건 왜일까.

마흔이 넘어가는 나이임에도 어찌 보면 남들이 보기에 철딱서니 없는 어른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진 모르겠으나 나의 심장은 아직도 피터 팬 소년의 마음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 하거나 신기하고 무언가 흥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어릴 적 만화에 탐닉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어린아이처럼 이게 뭐야를 외치고 우와 신기하다 우와 재미있다의 감탄사를 연발한다.

상상 속에서 로봇을 만나고 우주선을 타고 날아오른다.

깡통 로봇이 되어 어수룩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고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활약하기도 한다.

독고 탁이 되어 아픔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나기도 하고

좌절과 나약함으로 인해 알라딘 마법 램프로 숨겨진 거인을 불러내 소원을 빌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 아파하고 넘어져 생채기를 느끼면서도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소시민의 한사람으로 살아가지만 그래도 나의 가슴은 아직도 따뜻하다.

그때 그랬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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