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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7일 06시 05분 등록

외모로 보면, 나는 공무원같다. 대학교수나 학교 선생님, 군대 장교를 직업으로 삼았으면, 어울렸을 것 같다. 무표정하고, 사무적이다. 공무원이나, 대학교수, 선생님이 무표정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수요가 보장된 직종에 종사한다. 고객의 비위를 장사하는 사람만큼 맞추지 않아도 된다.(요즘은 많이 바꼈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골라, 골라' 외쳐대는 장사꾼 이미지와 나는 맞지않다. 나를 보는 사람들도 장사는 나와 어울리지 않다고 한다.

장사꾼 중에는 동물같은 감각으로 돈을 벌어내는 사람이 있다. 수완이 좋다고 말한다. 경기나 시장의 상황에 상관없이 매출을 올린다. 난 돈에 욕심이 없어보인다. 매출이 떨어지면, 안절부절하지만, 매출이 올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한다. 밑도 끝도 없는 욕심과 탐욕이 장사꾼의 기질이라면, 나는 아니다. 적당히 기분 좋게 벌면 그걸로 만족한다. 기분 내키는대로, 팔아도 그만, 안팔아도 그만이다. 

나는 왜? 장사를 시작했을까? 부모님이 장사를 하시는 덕에,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랐다. 부유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것 먹을 정도로 돈을 버셨다. 당시에는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하고 싶은 것을 '지금 바로' 할 수 있다면, 부자다. 적어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못하는 쪼들림이 싫다.

의사집에서 의사 나오고, 판사 집에서 판사 나온다.부모가 어떤 업으로 돈을 벌었다면, 자식도 그 업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태진아, 김용건, 전영록, 나미, 김영하의 자녀들이 같은 업을 선택했다는 것은, 부모세대가 그들의 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반증이다. 귀한 자식일수록 험하게 키우라고 하지만, 밥벌이에서만큼은 자식을 고생시키고 싶은 부모는 없다. 업을 잇는다는 것은, 암암리에 이런 논리가 있다. 일본인중에는 대학교수도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다는 말을 곧잘한다. 가업을 잇기 보다는, 가업이 벌이가 낫기 때문이리라.

두번째는 트라우마때문이다. 집안이 폭삭 망한 적이 있다. 재산은 없어지고, 아버지는 장애인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 월세 받으러오는 집주인의 발소리, 무기력한 아버지, 아침에 먹다 남은 밥상, 담임 선생님의 편애, 혼자 집에서 먹은 도시락, 이것들이 나에게는 상처가 되었다. '돈이 없으면 죽는다'라는관념이 다른 사람에 비해 강한 것 같다. 돈이 없으면 필요 이상 움츠러든다. 매출이 작아도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

세번째는 돈버는 능력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돈은 거저 버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알아야 하고, 해박해야 하며, 자기를 관리해야 한다. 자기를 완성하는 일이 돈버는 일이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이용해서 성과를 올린다는 것이 매력있다. 피터드러커도 이야기했듯이, 새로운 과업에서 필요한 것은 특별한 지식이나 능력이 아니다. 일에 집중하는 것이 전부다. 새로운 것을 배울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성과를 올리는 것이 좋은 공부다. 아무것도 새롭게 배울 필요가 없다. 책 100권 읽는것보다. 혼자 힘으로 100만원을 벌어보는 것이 삶의 진리를 진하게 느낀다.

여기서 100만원은 회사에서 월급으로 받는 100만원과는 다르다. 아무것도 없이, 맨바닥에서 100만원 벌기다. 상상만 해도 아득하지 않은가? 아무리 심오한 진리라해도, 책에서는 이런 느낌을 피부로 얻을 수 없다. 장사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는 하지만, 책과 두뇌,지성 부분이 과장된 면도 있다. 100만원 먼저 벌어서, 그 돈으로 필독서 100권을 사 읽는다면, 책이 전혀 다르게 읽혀질 것이다.

장사가 나와 어울리지 않음에도, 장사를 하는 이유다. 책만 읽은 지식은 반쪽 지식이다. 어떤 일이든, 성과를 올리는 능력을 쌓을려면 예외없이 고통스럽다. 운동도 그렇고, 실무능력도 그렇다. 초반에 눈물이 쏙빠지게 당해야, 노련한 실무자가 된다.  고통이 없는 지식은 성과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먹물은 필연적으로 비판적이 되기 때문이다. 비판적으로 말해야, 똑똑해 보이고,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할 수있다.

장사에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있다. 고객의 거절, 직원들의 배반, 고만고만한 매출. 싸한 느낌. 홧병. 반대로, 매출이 수직상승할 때 골을 때리는 느낌, 가르쳐줘도 모르는 나만의 노하우, 자유로움등.
 
책을 읽지말라. 책에는 길이 없다. 자기 길이 맞다고 우겨대는 안내자만 가득이다. 몸으로 수행하다. 장사로, 사업으로 성장한다.

IP *.111.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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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1.05.17 07:47:35 *.122.11.217
안녕하세요,  제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기본적인 실천력은 떨어지면서 존재의 에고는 더 커져서 현실적 존재 이상의 자아만 품고 살아가게 되는것 같아요..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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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1.05.17 11:53:08 *.169.188.35
달팽이크림님..

요즘 늘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It is more important to do what you know than to know what to do.

실천이 따르지 못하는 지식이 늘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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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7 15:26:19 *.230.26.16
100만원을 먼저 벌어서, 그 돈으로 책을 사보라. 책이 전혀 다르게 읽혀질 것이다...

참 마음에 들어오는 말이다. 요즘 직접 돈을 벌지 않으니 더 세상에서 멀어진 느낌이 든다.
가끔은 내가 보내는 이 시간과 하는 이 일들이 세상에 보탬과 빛이 되는 일들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가. 아님 시간을 버리고 있는가. 이것이 '견딤'의 조건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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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05.17 17:09:51 *.236.3.241
고생스럽겠지만 책을 읽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어찌보면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힘으로 100만원 벌어서 100만원어치 책 사서
읽어봐야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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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5.17 20:21:34 *.42.252.67
100만원을 벌어 100권의 책을 사서 읽으려고 했는대

마지막에 결론을 보니 책을 읽지마라. 책 에는 길이 없다.

어떻게 하라고 달팽아 ~~ 난 100만원어치 달팽이 재생 크림을 사서

주름을 펴 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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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8 09:38:55 *.10.44.47
저자가 쓴 책에 '나만을 위한 맞춤형 길'이 펼쳐져 있으리라 기대한다면
책은 읽어봐야 암 소용없는 거겠지?

그래도 우리가 책을 읽는 건
우리 자신의 '응용력'을 믿기 때문 아닐까?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제대로 된 질문 하나만 얻을 수 있으면
책값과 들인 시간값은 뽑은 거라 생각하는데...
거기에 그렇게 얻은 통찰을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력만 뒷받침된다면
독서만큼 남는 장사가 또 있을까 싶다.

결국 여기서도 '균형'이 관건인 것 같아.
이글의 요지는 바로 '책속에서만 길을 찾으려고 들지 말라'는 얘긴거지?

문제집만 많이 푼다고 실력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한권을 풀더라도 스스로 풀고 꼭 오답노트를 만들어 점검하라.
그래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그게 진짜 실력이다.

이런 얘긴거지?
그렇담 120% 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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