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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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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3일 12시 53분 등록

07. 라디오 스타      


안녕하세요! 이슬비가 내리는 오후입니다.
한낮의 여유를 드리는 [음악이 흐르는 병원]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점심식사는 드셨습니까?

병원 밥이 맛있다고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몸이 아픈데 밥맛이 있을 리 없지요. 그래도 치료를 위해서 드시는 보약이라 생각하시고, 꼭꼭 씹어서 천천히 드시기 바랍니다. 장마가 계속 되면서 허리 아프신 분들 많으실텐데, 명상음악을 들으시면서 잠시나마 편안한 시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은 기쁜 소식이 많습니다.  

첫 번째 소식은 방귀 소식입니다. 
아이들은 방귀대장 뿡뿡이를 참 좋아하는데, 병원은 아이들보다 방귀를 더 좋아합니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하게 되는데, 수술 후에 가스가 나왔다는 것은, 전신마취가 풀리면서 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거든요. 복막염 수술을 받으셨던 710호 박OO님! 방귀가 뿡~하고 잘 나왔다고 아주 기뻐하시더군요. 박OO님, 방귀대장 뿡뿡이가 질투할 정도로 방귀를 많이 뀌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수술을 앞두신 분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미리 방귀 뀌는 연습을 좀 해두시지요.
다 같이 해볼까요! 
뿡뿡뿡~ 
 

두 번째는 관절센터 간호사님이 보내준 사연입니다. 
6개월 전에 퇴원하셨던 김OO 씨. 이분 대단한 매력남인 것 같습니다. 이 분은 무릎관절 수술을 하고 입원 중에 자신을 간호해 주었던 간호사와 사랑의 불꽃이 튀었다고 하네요. 퇴원후에도 계속 연애를 하시다가, 다음 달에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병원장님이 주례를 보신다고 하네요. 사연을 보내주신 간호사 분 얘기가, 미혼 간호사들이 괜찮은 남자환자만 입원하면 서로 간호를 맡겠다고 싸운답니다. 이거, 참 흔치 않은 일이군요. 병원에서 만난 두 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겠군요. 어쨌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두분에게 걸을 때마다 깨소금이 쏟아진다는, 고급 만보기 세트 2개를 선물로 드립니다. 행복하게 사세요.  


세 번째 소식은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뇌사상태로 한달 째 의식없이 누워 계셨던 외과중환자실 강OO님! 지난 주에 엄지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는데, 오늘 아침에는 발가락을 움직이셨다고 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이라고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환호성을 올렸다고 합니다. 아침에 제가 보호자실에 있던 아드님과 커피 한잔 했었거든요. 식물인간이 되신 아버님 때문에 밤낮으로 마음 졸이며 수척한 얼굴이었는데, 부인과 아드님에게는 희망을 알려주는 기쁜 소식이네요. 빨리 회복하셔서 퇴원하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삶을 뼛속까지 느끼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라구요.    

그러나 병원에서는 존재만으로도 커다란 힘이 됩니다. 
하루 하루가 소중한 날이고, 오늘도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지요. 아마, 존재의 힘을 뼛속까지 느끼며 사는 곳이 병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벌써 시간이 다 되었네요   

마지막 곡은,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특별한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의 주제가입니다. 영화 소개를 잠시 해 드리지요.
안성기와 박중훈의 명콤비가 돋보이는 영화인데, 보고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따뜻한 영화입니다.   

아직도 스타라고 믿고 있는 왕년의 가수왕 최곤(박중훈)이
자신을 떠나는 매니저(안성기)에게 방송을 통해 말합니다.

“형, 듣고있어? 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이 없다며.와서 좀 비쳐주라.쫌.”    

버스안에서, 라디오 방송으로 나오는 그 말을 듣고, 돌아 온 매니저가
비를 맞는 최곤에게 우산을 펴주는 마지막 장면!  캬~.. 끝내줍니다!!
안 보신 분들은 말을 마세요.  
 

왜 내 인생에만 힘들고 어려운 빗방울이 쏟아지나 하고 느껴질 때 있으시죠?
그럴 때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그 힘을 의지삼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요, 아무리 비가 와도 견딜 수 있습니다. 우산이 있으니까요.   

네?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구요?  
아..예..그러실 것 같아서, 준비해 놓았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오후 2시, 병원강당에서 영화를 상영한다고 하니까,
가능하신 분들은 많이 많이 오셔서 관람해주시기 바랍니다.
오기 힘드신 분들은 병실에서 채널 66번을 맞춰놓으시면 됩니다.   

우산이 필요하신 분들 많으시죠?
특히 장기간병으로 힘들어하시는 가족 분들 오셔서, 영화 보시고 힘 좀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906호 장OO  환자 간병하시는 아주머니~, 거 복도에서 그만 우시고 꼭 와서 보세요. 
 

‘라디오 스타’의 OST 타이틀 곡  ‘비와 당신’을 들려드리면서
저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건강친구, 최우성 이었습니다.

 

IP *.30.2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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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07.13 13:23:33 *.236.3.241
좌우당간 속절없이 쏟아지는 비에
엿가락처럼 축축 늘어지는 날,
DJ 박스에서 날리는 우성 옵~~빠~아의
달콤한 라디오 스타~
오늘 몇 여자 골로 가겠구만. ㅋㅋㅋ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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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7.13 17:59:03 *.237.209.28
그래서 오빠의 존재감이 그런 가봐요.
있기만 해도 힘이 되는...
그러나 늘 나타났다 하면 뼛속까지 사무치게 하고 마는... 

그런 소중한 존재를 저희에게 나눠주신 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 건 줄만 알았던 오빠가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아픔도 기껍게 감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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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2011.07.13 21:14:48 *.76.171.57

정말로 병원에서 DJ 하시는거예요?

방귀에 대한 무한한 공감대를 형성해보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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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7.14 08:22:42 *.42.252.67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처음으로 골로 갔다.
꺄악 ~ 도끼 빛은 뒤 주머니에 그리고 빨간 스카프
정말  마음이  붕어 꼬리처럼 살랑거리며 움직인다.
우성아  보인다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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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07.14 16:34:51 *.111.51.110
완전 재미있고, 감동이 넘칩니다.
그렇군요. 존재만으로 충분한데, 평소엔 잘 모르고 사네요.
병원의 일상을 통해서 삶의 진실을 엿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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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7.15 08:24:48 *.163.164.179
굵고 나지막한 선배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읽어보니
삘이 더욱 나네요.
비가 내리니 그 삘에 마음이 더욱 반가워하고...
병원의 일면들을 통한 레시피...그 맛이 더욱 깊어지고 있네요.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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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17:43:09 *.124.233.1
형님..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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