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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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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8일 15시 01분 등록
서른 무렵 중요한 화두로 삼았던 테마 둘.

'직업', '결혼'

변변한 일 없이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더 없는 민폐를 끼친다는 결론에 이르고, 때문에 결혼은 우선순위에서 저만치 밀리고 직업 문제가 제일 앞으로 옮겨졌다.
멋대로 살아보고 싶은 욕구, 사회 통념에 대한 반발심, 경제적인 문제, 이성에 대한 근거 없는 컴플렉스, 거기에 복수심이 더해져 수년 동안 결혼이라는 테마는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 중 컴플렉스와 복수심은 시간이 약이었는지 아니면 숨은 노력의 결과인지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고 그때와 비교하면 결혼관은 상대적으로 관대해진 듯도 하다.

그럼에도 앞의 세 요소 - 멋대로 살아보고 싶은 욕구, 사회 통념에 대한 반발심, 경제적인 문제 - 의 힘이 만만치 않다. 한참 젊은 시절,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싶고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누구는 그렇게 말할지 모른다.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라고.... 하지만 자신보다 집단(사회 또는 가정)을 중시한다고 해서 그러한 행동이 꼭 집단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냥 이 한 몸 잘 관리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사회에 보탬이 될지 모른다. 빵 제조업자들의 박애심 때문에 사람들이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때가 되면 대충 만나서 짝 짓고 살라는 말에는 정말 동의하기 힘들다. 그렇게 해서 잘 사는 사람이야 상관 없지만, 그런 식으로 행동해서 잘 살 자신은 없다. 어떤 사람은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니' 이왕이면 해보라 한다. 조금만 뜯어보면 논리적인 오류를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는 말이다.

6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직업'과 '결혼'은 화두로 남아 있다. 당시에는 그 정도 시간이 지난다면 어느 정도는 정리되어 있을 줄 알았다. 지금은 평생 화두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직업이나 결혼 모두 선택이 중요하다. 어느 업종을 선택하고 어떤 회사에서 일할 것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 평생을 함께 할지를 고르는 문제이다. 그나마 직업의 경우 잘못 선택했을 때 오류를 수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결코 쉽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의 경우는 한번 선택하면 결과가 어떻든 그것을 되돌리기가 어렵거니와 되돌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올해 들어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새로운 만남이다보니 자신에 대한 프로필을 얘기하게 되고 다수의 사람들이 미혼이라는 신분에 관심을 보이곤 한다. 소개해주겠다는 사람도 많아졌다(정작 소개받은 적은 없고 그렇게 만나고픈 생각도 별로 없지만). 더불어 잔소리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편으로 얼마전 여동생이 첫 출산을 했고 아직 초보엄마라 종종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곤 한다. 어머니께선 아이 때문에 밤잠 설치고 함께 고생하시곤 했지만, 그래도 아이 얼굴이 눈에 선하신 듯 하다. 평소에 그렇게도 가족에 무심하신 아버지께서도 손주를 보시고는 싱글벙글 하시고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손주 안부를 물으신다고 한다.
몇번 조카를 직접 안아 들곤 했는데 이구동성 너무 잘 어울린단다(그 말 듣는 느낌이 참 묘하다).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업이 일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없다. 그 한편으로 밀린 숙제를 계속 미뤄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 순간 고집이 와르르 무너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다. 절대로 남의 뜻에 이끌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는 싫다.
IP *.38.2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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