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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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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6일 22시 05분 등록
‘내 삶의 최고의 장면은 언제 어디서였는가?’

대답하고 싶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 안 온 것인지,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조차 모른다.
없다면 슬픈 일이다.
30년 동안 그런 장면 하나 없다니 말이다.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은 나를 과거로 돌려놓는다.
그리하여 가슴 속에 박혀 있던 조각 하나를 들춰낸다.
그 어느 장면, 그 장면은 음악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다.

그것이 최고의 장면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잊을 수 없는 것임은 틀림없다.


언제인지 모른다,
여름에서 가을로 지나가는 계절이었고, 몇 년 전이었다는 것 밖에는.

당시에 나는 조카들에게 1년에 4번은 함께 좋은 곳에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아마 그 날은 그런 4번 중 하루였던 것 같다.

조카들을 데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어딘가를 가고 있었다.
여자친구의 손을 잡은 조카들은 들떠 있었고 나는 조금 뒤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성혜는 2학년이었던 것 같고, 승원이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나이였다.
둘 다 어리고 키가 작았다. 키 큰 여자친구와 있으니 난장이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연신 떠들었고 그녀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뒤에서 보고 있었다.

담배를 끄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 장면이 내 눈에 들어 왔다.

여지친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기 위해서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있었다.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아이들은 떠들고 있었고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장면은 햇빛보다 더 눈부셨다.

나는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었다.
야단치고 통제만 했던 나였다.
내게 조카들은 ‘해도 되는 것’보다 ‘하면 안 되는 것’이 더 많아 보였다.

그런데,
그 장면은 나를 바꿨다.
나는 좀 더 여유 있고 차분한 삼촌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늘 조카들이 그저 아이들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변화는 어려운 것이지만
장면 하나 이야기 하나로도 사람은 변할 수 있다.
IP *.147.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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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뺨
2005.06.27 10:39:47 *.216.22.154
그려지는 화면이 참 아름다운 장면이네요.
문득 타고르의 '바닷가에서 '라는 시가 떠오르는 비오는 아침 나절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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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6.27 10:46:02 *.190.172.39
성공이란 마음의 안정이라는 생각을 해보게됩니다. 욕망이 채워지는 순간, 잘 깨어있어서 삶의 소소한 것이 행복으로 보이는 순간, 삼촌중심적이기보다는 사랑하는 좋카들중심이되듯이 너와 우리가 중심이되는 순가, 이러한 순간순간이 모여져서 선순환을 이루면 성공은 자연스러운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순간 글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됩니다. 좀더 여유있고 차분한 내가 되기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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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6.30 09:28:22 *.248.117.5
그 여친은 지금 어디 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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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5.07.03 18:31:22 *.147.17.42
지나간 시간 속에, 기억 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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