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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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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16일 03시 43분 등록
“거역하는 것 보다 견디어 내는 것이 더 강하다. ”

아침 훈련시간에 1.2 분 늦게 나오는 선수가 있다. 이런 선수에게는 나는 처벌이라는 강경한 대응을 한다. 그러나 30분, 어떤 경우엔 훈련이 거의 다 끝나가는 데 나오거나 아예 못나오는 선수가 있다.
그럴 경우에 나는 “어제 밤에 뭐했는데... 그러니? ” 하고 피로 상태나 개인사를 묻고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는 주장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정말로 많이 늦은 사람은 안 나무라시고 일 이 분 늦은 사람에게는 화를 내세요 ? ’
‘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 이분 늦은 사람은 아침 기상 음악을 듣고도 이불속에서 꾸물거린 사람이다. 조금 만 서둘러도 일 이분은 늦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가만 두면 반복되고 점점 더 심해 진다. 그러나 아예 늦은 사람은 분명 잘못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은 고민이나 과도한 피로 탓일 것이다. 그러니 그 내용을 알아 보는 것이 옳다. 그런 사람은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지 잘못된 습관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계 프랜차이즈 한국 현지법인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9시 10분, 20분에 출근하는 직원들을 보게 되었는데...
‘마포대교가 밀려서..’ ‘통근 열차를 놓쳐서...’ ‘깜빡해서...’ ‘어제 한 잔 하는 바람에...’
하며 그들은 항상 자신의 습관의 문제가 아닌 상황이나 환경의 문제로 원인을 돌리곤 했다.
나는 항상 내 자리에 앉아 있으므로 늦어서 슬그머니 문을 열고 후다닥 자기자리로 가서 앉았다가 우물쭈물 거리며 내 앞에 와서 머리를 긁적이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그 때 마다 그들을 향해 눈을 약간 크게 뜨고 어깨를 들었다 놓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이상하게 딱 한 달 째 되는 날 모든 직원(본사 직원은 여섯 명 밖에 되지 않는다.)이 정시에 출근을 했다. 모르긴 해도 항상 거기 버티고 앉아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나한테 계속 늘어놓는 궁색한 변명에 자존심이 상해서 일찍 나왔을 것이다.

간단한 미팅에서 ‘출근시간이 10시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들에게 말했다.
‘습관이란 그릇 속에 담긴 내용물이 아니라 내용물을 담는 그릇과 같은 행동체계다. 출근 시간이 열시가 되면 안 늦을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은 모르긴 해도 그 때가면 열시 오 분, 열 시 십 오 분이 될 것이다. 왜냐면 환경은 바뀌었지만 그 사람의 습관은 바뀌지 않 았기 때문이다.’
‘ 나는 한 번도 출근 시간에 늦지 않지만 나오기 싫으면 아예 출근 안 할 생각이요. 그래도 사장님이 내게 전화해서 “당신 왜 출근 안 해!”가 아니고 “어제 무슨 일 있었소? 아예, 푹 쉬든지 아니면 점심 먹고 오후에나 오시오” 라고 할 거요... ’

‘사람들은 항상 운명의 사슬을 끊고 싶어 하면서도 한 번도 끊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운명의 사슬을 끊고 싶어 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얽매이지도 않소 ’

우리는 먼저 자신의 삶의 굴레 속에서 견디어 내고 스스로의 힘을 얻어, 그 힘으로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타인이나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이다.

나는 순발력이 없어서 민첩하고 탁월한 순발력을 요하는 펜싱이라는 운동에 부적격자였다. 처음 펜싱을 시작한 고등학교 일 학년 때는 100m를 아주 잘 뛰어야 15초 대였으니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학 3학년 때 100m를 11초까지 뛸 수 있었다.
가끔씩 선수들에게 말한다.
‘ 내가 펜싱을 하면서 가장 하기 싫어했던 것은 뛰는 것(running)이었다. 그러나 내가 펜싱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 한 것은 뛰는 것이었다. 그것은 필요한 것이고 그렇다면 어떠한 댓가를 치러서라도 해야만 하는 것이다.’

30년이 지난 뒤에 나는 알게 되었다.
하루에 적게는 4km에서 많이는 15km를 뛰어서 얻은 것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탁월한 순발력과 스피드 같은 그런 민첩성이 아니다. 바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질이나 뛰어난 머리가 아니라 ‘부족한 것을 얻기 위해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고통은 행복의 천적과 같다.
대부분, 견디어 내고 성취한 자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영광스런 상처가 되지만 견디어 내지 못하고 물러선 자에게는 변명과 불평불만이 되어 더 큰 고통을 짐 지울 뿐이다.

전술전략에서도 그렇다. 상대의 기세 좋은 공격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 무리하게 달려들게 되면 승리는 요원한 것이 된다. 강공은 내가 100% 우세할 때 취하는 전략이다.
고통을 보류하는 것 같이 두려움을 피해 상대에게 쫓기고 밀리다보면 마지막에는 옴짝달싹도 못하고 치명타를 맞게 된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에게 한 순간에 고통을 몰아서 받게 하는 것과 같다.
자존심을 지킨다는 이유로 고통에 도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겁 모르고 달려드는 파악이 안 된 풋내기한테 대안 없이 맞받아서 대응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저 견제만 하다가 끝나는 그것은 패배를 면할 수는 있지만 다시 붙어도 이긴다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그저 패배의 보류일 뿐이다.

견디어 내는 것 그것은 스스로에게 뱀 같은 지혜와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순간을 찾을 수 있는 기회와 힘을 준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모든 고통을 한 순간에 상대에게 맛보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통이라는 것은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자신이 한계점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다. 문제는 생체항상성에 따라 현재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초월하여 새로운 안정성을 위해 극복할 것인가 일 뿐이다.
신체적인 고통이나 정신적인 고통도 극복하고 나면 그것은 이미 고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칼날에 서슬을 세울려면 갈아야만 한다. 그것도 아주 예리하고 면밀하게.... 강력한 자아를 원한다면 마찬가지로 고통의 숫돌로 연마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상대의 잡다한 속임수와 기세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리고 세상과 그 속의 사람들과의 불편한 투닥거림과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어설픈 기억과 경험, 승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그저 상대를 예의 주시하거나 뻔뻔한 상사나 고객의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즐기면 된다. 마치 이 층에 올라가 아래 층을 내려다 보는 것처럼...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고통의 원인이 서투른 나의 칼 솜씨 때문인지, 알아주지 않는 자존감에 대한 피해의식인지 아니면 상대의 치밀한 의도속의 유혹 때문인지, 상사와 고객의 부당함 때문인지를 구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 다 자신에게 합당한 지혜를 줄 수 있다.
하나는 잘못 알고 있었던 자신에 대한 진정한 발견과 그로 인한 개선을 통해 발전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냉철함과 정당함에 힘입어 자신의 대응능력에 인내라는 에너지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견디어 내는 자에게 고통은 승리를 예감하는 전조다. 그것은 이미 고통이 아니고 행복과 기쁨을 더 해 주는 에너지가 된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이라는 삶의 여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참고 견디어 내는 것이라고... 그리고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거역하는 것보다 견디어 내는 것이 더 강하다.”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진정한 삶은 스스로 일어서서 강자가 되고 자기 자신과 남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을 때가 아닌가?’
IP *.163.15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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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2005.08.17 13:01:55 *.98.168.115
삶이 배어난 글이라 생명력이 느껴지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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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5.08.18 01:34:26 *.163.157.95
서투른 글솜씨를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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