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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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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3일 14시 59분 등록
코리아니티 경영모델 - 내가 쓰고 싶은 책

1. 도대체 뭘 쓰고 싶은 건데?

나에게 시간이 있으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언제부터인가 이런 고민이 생각의 주된 고민이 되었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 어느 때 시점에서부터 또 하나의 목적 아닌 목적이 되어버렸다. 자유롭게 사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한번 뿐인 인생 살고 싶은 삶을 살다 가는 것, 나와 세상에 가치있는 일을 하고 가는 것 이 모두가 같은 말이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막연하게 이러한 고민들을 현실에 접목시키려 여러 해를 보냈고 지금도 이렇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연구원 생활도 벌써 한 해를 넘기고 있는 중이고, 졸업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나와야 하는 시점도 벌써 지나버렸다. 뭘 쓰지? 어떻게 쓰지? 왜 쓰지? 정말 써야 하나? 숙제니까 써야지, 안 그러면 잘리니까. 그런가? 그런 것인가? 이 길 역시 내가 갈 길이 아닌가? 역시.

연구원이 된 후 서너 달이 지났을까 연구방향에 대한 여러 번의 논의와 관심이 가는 분야에 대한 곁눈질 끝에 ‘노동과 경영’이라고 하는 분야로 나의 전공을 정했다. 학교 다닐 때 사람에 대한 많은 애정으로 시작하였던 청춘의 도전, 그 후 3년간의 노동현장에서의 경험, 그리고 10여년에 걸친 사업과 경영자로서의 생활 등 근 20여년에 걸친 삶의 과정들이 어쩌면 이 분야에 적합한 외피적 조건을 갖추지 않았을까 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조금씩 이 분야로의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복종의 시대로부터 자기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성공의 시대, 프리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이 일이 하고 싶어 한시바삐 서두르는 모습에 절로 힘이 솟는 일이던가? 반문하고 또 반문하면서 관련된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노동과 경영’이란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기업과 경영자, 노동조합에 관한 내용, 인사관리에 관한 서적,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서적 등을 읽기 시작하였다. 인사관리와 인적자원관리는 그것이 그것인 동류의 내용이었고, 깊이 있는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읽을수록 인적자원관리라는 부분으로 나의 관심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그 관심은 전문가라고 하는 부분으로 곁가지를 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읽은 후였다.

불과 두 달 사이에 나의 관심은 ‘노동과 경영’이라고 하는 대 주제에서 ‘인적자원관리’라고 하는 중주제로 옮겨와서는 개인 즉 ‘전문화된 사람’의 작은 주제에까지 흘러온 셈이다. 어쩌면 이 길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졸업 작품과 연구원이라는 형식을 통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관심과 직업이 아직 하나로 묶여지지 못한 느낌이 있다. 아니면 이 방향으로 가다 보면 관심 있는 세 가지의 가능성이 하나의 길로 회통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과 경영 - 인적자원관리 - 인재’라는 과정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공부해야 할 내용이 무지 많다. 어디서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봐야 하고 보고 싶은 책이 수십 권도 더 되는 것 같다. 아! 이 막막함이란 ···
그렇지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과연 이 길인가 하는 의문보다 앞선다. 이 차이가 연구원 이전과 이후의 차이라고 보여 진다. 아직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방황하며 수많은 유혹을 낳고 그 새끼친 거미줄들은 채 만들지도 못한 상상의 씨앗들을 뺏어가 버린다. 온몸의 진이 빠져 방구석으로 몸을 움츠리면 또 다른 먹일 기다리는 거미가 그 음흉한 독수를 날름거린다. 왜 더 해보지 그래? 니가 생각할 수 있는 상상은 다해 보란 말이야. 내가 다 먹어 치울 테니까. 점점 더 작아지는 내 몸뚱아리는 구석으로 졸아져만 가고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는 이미 부서져 날수조차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날 원망하고 있다.

그러기를 몇 날인지 한 동안 다른 일에 몸과 정신을 빼앗겨 잊고 살다 문득 방안으로 들어와 보니 그 생각의 편린들은 채 거미의 먹이가 되지 못하고 아사직전의 숨을 헉헉 내쉬고 있다. 깨끗이 씻고 따듯한 방에 뉘여 정성스레 간호하면서 무관심했던 자신을 아쉬워한다. 이제 걱정하지 마. 언제나 곁에서 널 지켜줄게. 다시 생각 속으로 애네들을 집어넣으며 잊어버렸던 내 자유를 끄집어낸다.

책을 쓰는 것이 형식이라면 무엇을 써야 하는지는 나의 품질 기준이 되어야 하겠지. 내가 이해하고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제시한 기준을 인정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닌가? 몇 권의 책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청춘표류, 열정과 결핍, 사자같이 젊은 놈들, Me Story, 선생님 신간 원고, 홈페이지 선생님 글들 ··· 일단 이 책과 글들이 나의 첫 번째 책의 내용을 찾아 줄 안내서들이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책의 구상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내용들을 적어보자. 한 며칠을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 정도 잡히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먼저 [코리아니티 경영모델]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려고 하였다. 그것도 기업의 경영모델을 연구대상으로 잡아서, 한 6개월 정도 구체적인 기업사례를 잡고 거기에다가 대상자들의 인터뷰까지 넣고 하면 그런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한국내 기업으로는 유한킴벌리, 예치과브랜드, 그리고 두세 개 기업들을 추가로 하고 외국기업들로서는 캐논, 도요타, 너미, 핀란드와 스웨덴의 기업들로 해서 정리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면 괜찮은 작품이 나오겠지 싶었다.

1주일 만에 나는 손을 들었다. 경영이론과 사례에 문외한인 내가 혼자 힘으로 그것도 1년 만에 정리를 해서 책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무무한 도전인가를 느꼈다. 쓸 말이 없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무엇을 써야 할 지 몰라 한 두 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오히려 글을 쓰기는커녕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고민이다. 말은 번지러하게 했는데 과연 해낼 수나 있을까? 걱정이 앞을 가린다. 나보다 날 걱정해줄 남이 난 더 걱정이다. 난 이런 놈인데··· 그런 고민에 한 동안 빠져 있다가 내가 맡은 지역 내 벤처기업들의 행사 준비에 빠져 버렸다. 그것도 소리 소문 없이. 작년 행사대로만 하면 큰 걱정 없이 치러질 텐데 단 하루 행사, 아니 3시간 행사에 근 5천만 원을 투입하는 내용인데다 요즘 지역 정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직 지사가 직접 참석하겠다고 그러질 않나 중기청장이 참석하면 의전문제까지 참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그렇지만 실무준비를 맡은 나에게는 코피 터지는 귀찮은 대단한 일 하나가 호박 굴러오듯이 찾아온 객이었다. 이 일로 인하여 어느 틈인지 나는 책 쓰는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행사준비의 진두지휘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놈이다. 이것을 고민하다가도 저것에 가서 괜히 집적거리고, 다시 이쪽으로 와서 또 다른 일을 벌여 놓고 하는 ··· 그래서 적이 없고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평은 듣지만 자기 내용이 없어 혼자 있으면 쓸쓸해하고 막막한 그런 사람이다. 지역 행사, 꿈 프로그램 전체 모임 준비 등으로 약 2주일이 금방 지나가 버리고 어제 북한산 등산을 갔다 오니 책 내용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냥 편하게 내가 요즘 생각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책에 대한 작은 생각들을 연결시켜 나가보자. 그런 과정이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글들이 정리되지도 않을 내용으로 폼 잡고 하는 것 보다는 이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코리아니티 경영모델이라는 의미가 기업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한민족 다수의 문화적 DNA라고 한다면 기업의 전체적인 경영의 툴을 분석하는 일과 그 것을 채워나가는 하나의 사람이 그 DNA를 가지고 있음을, 또는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그려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더 쉽게 말하면 코리아니티 경영모델이라는 큰 타이틀 속에 기업과 개인으로 분류하고 당장은 개인을 조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다. 기업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경영에 관한 문외한인 내가 덤벼들기에는 너무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하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적어도 몇 년의 계획된 작업하에 진행해야 될 프로젝트로 구성하고 그 시작으로 사람의 중요성 또는 1인 기업가, 하루 일정한 시간을 자기를 위해 투자하는 일상의 군상들을 분석하고 조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쓰고 싶은 코리아니티 인재경영 모델 -[열정과 결핍, 기타 신문 등]에서 발췌함

번역가 이윤기는 ‘누구도 하루 여덟 시간, 꼬박꼬박 한눈팔지 않고 정진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고 하였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그런 삶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윤기는 10년 동안 하루 15시간을 일하려고 하였다. 번역으로 무슨 금자탑을 세우려는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고 단지 생업이 필요했었고, 무엇보다 그 일이 못 견디게 즐거웠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2~3년간은 완전히 신들린 듯했죠. 한 달에 한 권꼴로 책이 나왔어요. 카사노바가 여자 낚아 자는 재미가 그런 거였을까 몰라. 잘한다 잘한다 하니 더 신나고, 공부할 것이 자꾸 생기니 기분도 좋고.”
중학다닐 때 빠진 예수와 성경에 대한 탐구욕은 철학과 문학 책으로 정신없이 빠져 들었단다. 점수에 도움 안 되는 공부에 골몰하느라 하루 걸러 날밤을 세우고 코피를 쏟아냈다. 왜 그랬을까? “글쎄······ 일단 알고 싶었어요. 여기에 뭐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책이든 무엇이든 놓을 수가 없었어요. 감자 줄기 캐듯 한없이 파고들었죠. 그게 참 재미가 있었어요.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외기만 했나 몰라요. 사전 통째로 외우기, 교향곡 통째로 외우기. 돌이켜보면 참 천박한 짓인데 말이죠.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체하고 싶었나? 경제적 열등감을 지적 허세로 만회하고 싶었나? 꼭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삼면 벽을 들러 천장까지 맞닿은 책장속 5,000여 권의 책과 그 가운데 늙은 전사같은 그의 이야기는 살고 싶은 데로 살아간 이 시대의 그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남자. IMF 외환위기 상황이 만들어 낸 스타. 주식시장에 간접투자 열풍을 일으키고 금융자본시대를 열어가는 미래의 CEO. 바로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다.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평가가 유보적이거나 반신반의하지만 김우중에 이은 2000년대 샐러리맨의 우상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돈을 맡기고 싶어 하는 최고의 투자전문가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책에 대한 열정을 들여다보자. “대학 생활때 경영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리더십에 관심이 많았지요. 경영·경제학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못한 걸 그때 다 한 셈이예요. 책도 좀 읽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제3의 물결]이었습니다. 열아홉 번을 읽었어요.” 이런 집중력이 그의 인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객관적인 평가나 그의 여러 가지 언행들에 대해선 넘어가고 재능 또는 노하우에 대한 말을 들어보자. “제게 어떤 예측력이 있다면 그 상당 부분은 독서에 힘입은 것입니다. 잘 보면 시기마다 시장을 끌고 가는 트렌드가 있어요. 그걸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포착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죠. 시류를 읽는 눈은 독서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잡다한 정부를 많이 접한다 해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당대의 석학들이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경영·경제·미래예측서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어떻게 벤처 활황과 IT 중심의 경제재편 등을 예견할 수 있었느냐고 묻지만 그건 모두 경영서 속에 나와 있는 아이디어였어요.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일로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죠.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과 찰스 슈왑의 발전사를 다룬 [클릭 앤드 모르타르]입니다. 토플러의 책에서 ‘정보화’라는 말을 처음 접했고, 클릭 앤드 모르타르에서는 인터넷 시대에 맞는 올바른 기업문화의 비전, 리더십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래 분석의 핵심은 밸런스입니다. 이건 좀 철학적인 문제인데, 균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판단 결과는 180도 달라집니다. 제가 말하는 균형감각은 실상을 보는 눈입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도 알 수 있듯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진실은 아닙니다. 진실은 늘 현상 저 너머에 있어요. 그걸 감지할 수 있는 직관력이야말로 1급 투자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자질입니다.” 그는 이 직관력 또는 예지력은 독서에서 나온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넘치는 패거리주의, 부족한 자유의 공간에서 편 따지지 않는 도발로 혹은 찬사받고 혹은 경멸당해온 ‘빨간 바이러스’ 진중권. 그는 종종 아군을 씹는다. 그가 말 퍼뜨리는 자로 활동한 수년 동안,적지 않은 아군들이 그의 비판과 조롱 앞에 스타일을 구겼다. 그의 ‘좌파적 사고’와 ‘당파성’ 또는 ‘인간적 친분’을 이유삼아 그를 내편이라 자랑했던 많은 이들에게 그는 유리알처럼 감정없는 눈으로 ‘배신’의 쓴잔을 내밀었다.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세상에, 우리 편이 아니었다니. 진중권의 이 방자한 자유로움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이것이 내가 진중권을 코리아니티 인재경영모델로 삼은 이유다.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가 권해서 본 ‘공산당 선언’과 ‘정치경제학 원론’을 봤는데 눈이 확 트이는 느낌었단다. 그래서 책일고 시위에 참석했다는데. “그때는······ 운동 그 자체보다 지식에 끌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 전위·선봉은 아니었거든요. 그저 선진적 대중, 그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전 MT가서도 남들 운동가 부를 때 빌리 조엘 노래 불렀어요. 정말 좋아하는 노래니까요.” 대학 시절 정통 마르크시즘과 독일 고전 철학에 대한 폭넓은 교양을 쌓은 99년 [당대비평] 봄호에 [지배의 언어, 탈주의 언어]를 기고하면서 사회주의 칼럼바이러스가 되었다. 그후 [미학 에디세이]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등을 발간하면서 범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저 지금 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요. 글 쓰는 거요. 글 자체의 완성도가 높을때,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제게 ‘명예욕’이란 ‘욕을 먹지만 나는 지킬 것을 지켰다’는 거거든요. 진실이나 본질은 언젠가 밝혀진다고 생각해요. 당장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나면 밝혀지는 신뢰, 그런 것들을 쌓아가는 게 저의 명예지요. 저의 궁극적 목표는 학문적 난제에 독창적 해법을 제시하는 책을 쓰는 거요. 세계에서 500명만 읽어도 좋은 책 말예요. 그렇지만 전 조급하지 않아요. 이것도 가치 있는 일이거든요. 미친 짓도 10년 하면 인정받는다면서요. 저는 최소한 10년은 미칠 작정입니다.” 그에겐 지금 그의 행위들이 놀이라는 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대중속으로 비판과 글쓰기의 논쟁속으로 들어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가 더 없이 부럽다.

몸으로 정신을 살고픈 1급 딴따라 박진영. 그는 자신의 과정을 이렇게 말한다. “도발이 아니다. 내 맘대로 살고자 할 뿐.” 그에게 섹시스타란 이미지보다 뮤지션, 엔터테인먼트 경영자, 그 보다는 차세대 모바일 콘텐츠 개발의 핵심 브레인이자, MP3(인터넷 음악파일) 유료화 문제를 놓고 인터넷 사업자들과 일대 격전을 치르고 있는 대중음악계의 대표 논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그의 모습이다. 그런 그에게 관심이 간 이유는 “전 사람을 너무 좋아해요. 인간이란 존재를 되게 믿고, 바뀔 수 있어. 해낼 수 있어, 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해, 늘 그렇게 생각해요.”라는 말과 “솔직히 제가 주장하고픈 경제논리는 1세대 자본주의예요. 자본주의인데 세습은 안 되는 거. 상속세 100%.”라는 말 때문이다. 그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 뜻밖이다. 그에겐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점 들이 그를 코리아니티 인재경영모델로 꼽은 이유이다. 먼저 박진영은 전화로든 다른 일이든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질문에 답하는 자세가 무척 신중하다. 가장 적확한 답, 사실에 가까운 표현을 찾기 위해 질문을 꼭꼭 씹고 또 씹는다. 사고의 지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데뷔전 춤 연습·노래 연습에 몰두하다 작곡가 겸 프로듀스 김형석을 만난 뒤 그의 행동이다. “김건모, 신승훈 씨 안무를 짜고 하면서 형석이 형을 알게 됐어요. 이 사람한테 붙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한 2년 정도 그 집에서 먹고 자고 같이 살았어요. 운전기사 노릇, 심부름꾼 노른 하며 일을 배웠어요. 형이 곡 만드는 거 옆에서 보고 또 따로 연습해 가 평가받고. 학교는 거의 안 갔어요. 졸업 학점이 1.9였다면 알 만하죠.” 또 있다. 6집 앨범 발표에 노래할 한 곡의 5분을 위해 발매를 6개월 미루고 매일 4시간씩 연습을 했단다. 그는 6개월 동안의 고통이 무대에 올라간 5분 동안에 자유, 열광, 행복으로 바꿔지는 환희를 느꼈단다. 믿거나 말거나.

10년째 ‘한국형 감자’ 연구하는 임학태 교수

강원대 임학태 교수는 ‘감자 연구 분야의 황우석’으로 통한다. 감자바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감자의 고향인 강원도 동해시에서 태어난 임 교수는 지금까지 10여년째 오로지 감자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갑자를 더 맛있고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게 만드는 게 그의 일이다.

그의 연구실에서 감자는 겉옷을 바꿔 입고 있다. 자주색, 보라색, 황금색 등 외관이 화려하다. 속살도 다채롭게 변했다. “여기 이 자주색 감자는 ‘고구밸리’라는 이름의 감자입니다. 고구마와 같은 맛을 내죠. 보라색을 띤 건 보라밸리고요. 노화방지에 효능이 있습니다. 저기 안팎이 모두 샛노란 건 골든밸리로 열량이 기존 감자의 40%밖에 되지 않아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습니다. 이건 겉모양만 보통 감자와 똑같지만 당도가 높아 과일처럼 생으로 깍아 먹어도 달콤하고 맛있죠. 저건 프렌치프라이용입니다. 덩치가 크죠. 길이도 길고.”

그는 지금까지 12개 종류의 한국형 감자들을 개발해 ‘대한민국 국가품종’으로 등록시켜 놓았고 앞으로 5개 종류를 더 등록할 계획이다. 특히 요구르트와 비슷한 젖산 성분을 함유한 ‘요구르트 감자’를 선보일 예정이란다. 왜 이런 신품종을 만들어 내는 걸까?
“감자는 국내 유통량이 연간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대표적인 먹거리인 데다 고향 강원도의 첫 번째 농산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르고 먹고 있는 감자의 품종은 거의 모두 외국 원산입니다. 오는 2009년부터 본격적인 ‘종자전쟁’이 본격화되면 우리가 외국에 거액의 로열티를 물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럴때를 대비해서라도 한국 토종 감자를 더 다양하고 경쟁력있게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죠. 강원도 감자 재배 농민들이 로열티까지 내고 나면 뭘로 먹고 살겠습니까?”

감자 신품종은 실험실에서 ‘뚝딱’하고 만들어낸 유전자변형하고는 차원을 달리한다. 남미의 안데스 산맥에서 캔 감자를 엄마 삼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미(미국산), 대지(일본산) 등을 아빠 삼아 1만회 이상의 실제 재배를 통해 이뤄졌다. 한국형 감자의 일부 품종을 지난해엔 캐나다에 수출하기도 했다는 그의 가장 큰 꿈은 ‘껍질 까기 쉽고 요리하기 편한 감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기능장 4관왕 임 반장님

40대 중반부터 기능장 시험에 도전해 4개의 기능장 자격을 잇따라 따낸 현장 엔지니어가 있다. 현대중공업 보전부 임영수 반장이다. 임 반장은 올해 위험물 관리 기능장 국가기술자격검정 시험에 합격해 가스(2000년)·보일러와 배관 기능장(2002년)에 이어 4관왕에 올랐다.

기능장은 기능직이 딸 수 있는 기술분야 최고봉의 하나다. 실무경력이 11년 넘어야 시험 볼 자격이 주어진다. 그가 기능장 시험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1998년, 44세 나이 때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보일러 파트에서 근무하던 중 현장 기능직에 전문대를 졸업한 후배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학교를 2년 더 다녀서인지 뭐가 나아도 낫더라.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도전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현장라인에서의 실기는 자신있었지만 필기시험이 문제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매일 2시간씩 공부했다. 토·일요일은 하루 10시간씩 평일에 공부한 것을 다시 들여다 봤다. 600페이지 짜리 책 한권을 한달만에 뗐다고 한다. 2년여의 노력 끝에 임 반장은 2000년 가스 기능장에 올랐다. 한 번 시작하자 욕심이 났단다. 내친 김에 가스설비 연관 분야인 보일러와 배관, 위험물 관리 기능장도 따기로 마음 먹었다.

임 반장은 “젊은 사람들보다 이해력은 빠르지만 암기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었다”며 주말에도 공부만 하는 남편을 이해해 준 부인이 고맙다고 한다. 쉴법도 하건만 내년 하반기 가스 기술사 실험에도 도전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기술사는 엔지니어들에게 작위로 불린다. 기능장과는 달리 주로 대졸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보는 시험이다. 가스 기술사 부문에선 고졸 출신이 아직 한명도 없다. 그는 공학사를 따기 위해 울산과학대에 최근 등록했다. 매일 퇴근 후 6시부터 10시 반까지 수업을 듣는다. 임반장은 “다행히 기능장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가 있어 내년 여름에는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세상에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젠 전문대를 나온 후배들을 봐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임 반장은 현대 중공업 기능장회 부회장을 맡아 독거노인들의 고장 난 보일러를 고쳐주는 등 지역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하루에 천자문을 한 번씩 쓰는 글쟁이 의암 김정호

나는 이 분을 잘 모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서예가라기에는 대단히 통속적으로 보이고 젊고 소탈해 보이는 반면에 글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은 나같은 문외한이 듣기에는 귀에 거슬리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기인 같기도 한 분이다. 얼마 전 광화문 현판글씨를 의뢰받았다는 여초선생의 제자이다. 한국 서예계에선 몇 손에 꼽히시는 분이란다. 서글하시고 편하시고 말씀도 시원시원하시다. 하시는 말씀 중에 일주일에 두 번 서울 ‘의암서법예술원’에 지도하러 가신다는데 하루에 천자문을 통째로 한 번은 쓰신단다. 제대로 글씨를 쓰려면 중간에 쉬지도 먹지도 않고 8~9시간을 작업(?)하신다고 한다.

젊은 시절 대단히 어렵게 살았다고 한다. 천안에서 조그마한 서예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원에서 먹고 자고 하루 종일 글씨 연습을 하고 살았단다. 친구도 별로 없고 당연히 돈벌이도 어려운 가족과 부모에게도 자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오직 붓글씨 하나에만 미쳐 살았다. 지금에사 남들이 인정하고 자기만의 서법을 가지게 되었지만 세상이 인정하는 전문가로서의 삶이 아직도 어렵고 힘들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 양반은 술도 자주 한다. 밤을 세워 먹기도 하고 술기운에 일필휘지 하며 스스로 그 글에 취하기도 한단다. 어떨 땐 그 글에 두고두고 감상과 자랑을 아끼지 않기도 한다. 이럴땐 기인같아 보인다. 그리고 산을 좋아한다. 지리산을 30시간, 40시간 연속 등반하기도 하고 산행을 하면서 아픈 다리가 낫는 경험도 한다고 한다. 기인들은 산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나 보다.

여초선생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중에 하루에 천자문을 한 번 쓰고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는 올곧은 글쟁이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단다. 천자문을 다 쓰면 2~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 말뜻을 지금에서 깨닫는다는 의암선생은 강의를 나가면서도 대학원도 다니는 선생과 학생의 생활을 지금도 계속하고 계신다고 한다.

3.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1956년 당시 [포천지] 편집인이었던 윌리엄 화이트가 묘사한 ‘조직인간’의 속성 속에 우리는 지금껏 머물러 있었다. 거대 조직에 봉사하느라 자신의 정체성과 개인적 목표를 가슴속에 덮어버린 것이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게 조직은 안정된 일자리를 주었고 고정적인 급여를 주었고, 세상속의 고정된 자기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버지의 직함을 나타내는 명함은 아버지가 이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을 사회에 알리는 자랑스런 표상이었고, 그런 조직은 이 세상의 기댈 곳이었고 세속의 윤리였다. 소속감이 독립적 개성보다 중요하고 개인적 의사보다 집단과의 조화가 우선시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조직에 충성을 서약하고 조직 또한 아버지의 충실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노동의 세계와 윤리는 바뀌었다. 상시 구조조정과 시도 때도 없는 감원은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던 가부장적 지배구조의 뿌리를 흔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기업이 ‘평생직장’을 보장하지 못하자 개인의 수직적 충성도 사라졌다. 어떤 경영자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충성심이 사라졌다고 개탄하거나 흩어진 충성심을 다시 모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다른 세계, 다른 원칙이 준용되는 세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선점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조직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무엇일까?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1인 기업가 혹은 프리에이전트라고 불리는 자유 직업인들이고, 또 하나는 조직의 브랜드를 등에 업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개인화된 정규직 직원들이다. 이들은 기업의 정규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미 1인 기업가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노동인구의 절반 정도는 기업의 정규 직원으로서 자신의 생계와 번영을 직장 속에서 추구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말 그대로 1인 기업가가 되어 자기 스스로를 고용하며 살게 되는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될 것이다.

프리에이전트는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자유롭다. 그들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스스로의 통제와 지배를 받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에 종사한다. 결과로 승부하고, 한 일에 책임을 진다. 자신이 유일한 ‘담당 실무자’인 셈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그들은 성공을 스스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시키는 일을 아주 잘해 낸다고 하여 그것이 진정한 성취가 될 리 없다. 스스로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을 온 힘을 다 바쳐 이루어 냈을 때, 스스로 만족하게 된다. 프리에이전트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성공을 규정한다. 예를 들어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책임을 수반하는 직장 내에서의 승진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더욱 멀어지게 한다고 믿는다. 다니엘 핑크의 견해에 따르면 프리 에이전시는 노동의 한 유형이 아니라 삶의 한 방식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내 생은 곧 회사예요. 차를 운전할 때도 식료품을 사러 갈 때도 나는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곧 기업입니다.” 미국 가정의 1/3은 집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영국기업의 2/3는 1인 기업이이다. 프리에이전시는 이제 개념이 아니라 조직인간을 대체해가는 분명한 사회적 현실이다.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발현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경제의 측면에서 스스로 개인적 운명을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분명한 진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먹고 사는 형태는 커다란 기업에 취직하여 정규직으로 근무하든가 1인 기업가로 남던가로 결정되겠지만 핵심은 하나다.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일하든 그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로 압축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모든 프리에이전트가 부유하거나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프리 에이전트들이 다 자발적으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전문성을 확보한 일부만 스스로 1인 기업가의 길을 선택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의 반 타의 반 밀려 프리 에이전트가 된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현실이라는 데 있다. 스스로 혼자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본적 생계 유지를 넘어 풍요로운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의 확보가 가능하다. 자발성, 그리고 전문성이 자유와 번성을 가져다 줄 것이다.

앞으로 기업의 인력구조는 대략 다음의 세 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하나는 핵심인력이다. 핵심역량을 보유한 전문가 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정규직으로 가변적인 보상을 받으며 부유한 직장인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경영자들은 인력을 반으로 줄이고 남은 사람들이 2배 이상 생산적으로 일하게 되면, 기업의 수익은 3배가 되는 모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한 부문은 협력업체이다. 기업의 핵심 부문이 아닌 경영 활동을, 계약에 의해 다른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아웃소싱 하는 체계이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개념을 파는 세계 최대의 신발 제조업체지만 실제로 신발을 만드는 공장도, 기계도, 부동산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두 협력업체에서 조달한다.
나머지 세 번째 부문이 바로 비상근 인력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는 임시직일 수도 있고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일 수도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기업은 당연히 전문성을 갖춘 핵심 인력만을 뽑아서 유지하려는 인사정책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규직 사원이라는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들 중 반 정도는 정규직 사원으로 경제생활을 영위하겠지만 나머지 반 정도는 프리 에이전트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다시 프리 에이전트로 돌아가 보자. 기존의 조직은 직장의 안정을 대가로 한 수직적 충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동료, 팀, 고객, 공동체 등에 대한 수평적 충성심이 중요한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톰 피터스는 이를 두고 ‘회사 로고에 대한 충성심은 없어졌으나 개인이 모은 명함철에 대한 충성심은 고도의 수준인 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프리 에이전시는 좋든 싫든 하나의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기술 혁명은 개인으로 하여금 도구를 자신의 두뇌와 결합시켜 이윤을 직접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결핍의 두려움은 안락함에 대한 기대로 전환되었다. 일은 먹고 사는 수단이 아니라 의미를 창출하는 행위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것을 원하게 되었다.

‘프리 에이전트는 기회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상품화된 재능을 제공한다’는 고용 계약의 정수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여기서 ‘기회’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기회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간 관계를 확장하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재능이란 사람을 파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스스로를 자본화하지 못한다면 어떤 프리 에이전트도 지금 임시직들이 겪고 있는 불안정, 무관심, 저임금, 무혜택의 어둠을 벗어나기 어렵다. 노예는 하루 종일 일했지만 평생 거친 음식과 험한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류의 역사상 자신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이것이 이제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 바로 조직인간이라는 ‘복종의 시대’로부터 개인적 성취의 절정에 이르는 ‘성공의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스스로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을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사람을 그리고 싶다. 개인의 시대, 성공의 시대를 노래하고 싶다. 꿈을 찾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찾아 도전했던, 한마디로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을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실제로 어디에 있든지 그들이 있는 곳이 사무실이 된다. 5천원이면 맛있는 커피 한 잔에 북악산과 경복궁이 조망되는 카페를 몇 시간이고 사무실로 임대해 쓸 수 있다. 별도의 사무실이 없고 고용된 사람이 없으니 비용이 나갈 것이 별로 없다. 매출이 곧 비즈니스인 모델이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자기 방식대로 일할 수 있다. 소속된 조직이 없으니 매여 있는 곳 또한 없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기의 이름을 건다.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한 사람이 된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의 성공의 방정식을 풀어보려 한다. 갑부는 아니지만 정신적 부유함을 즐길 수 있게 된 사람들,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조금 더 관대하고 유연해진 사람들, 세상을 보는 전제와 가정은 훨씬 더 밝고 낙관적이 된 사람들, 분명히 과거보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된 그들, 스스로를 존중함으로써 세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자기를 지배하던 세상에서 조금 벗어나게 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자아혁명이 가져다 준 삶의 도약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한 개인이 대기업의 보호를 거부하고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위험하고, 외롭고 두려운 일이지만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강변하고 싶다. 내가 아닌 것을 버림으로써, 나는 나를 재료로 좀더 유익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를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능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인 다수의 문화적 DNA임을 증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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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11.13 19:07:59 *.190.84.126
문화적 DNA를 저도 보고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시겠습니다.
원하시는 일 꼭 이루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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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5.11.24 13:16:47 *.75.166.48
많이 많이 배웠습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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