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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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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5일 09시 51분 등록
사회생활의 경력이 조금씩 붙다보니 오너나 CEO 등과 대면할 일이 많다. 그 분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영총괄을 했던 이전의 회사나 지금 다니는 회사 모두 맨 손에서 자수성가하신 창업 오너들을 모시고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창업 오너들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셈이다. 그 분들의 경영스타일을 특징적으로 말한다면, '독종 경영'과 '카리스마 경영'이다.

유전의 성격이 강한 정형성과 구속, 억압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런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은 자신과의 부단한 싸움이었다. 지금은 나이와 경험이라는 관을 통과하며 깍이고 다듬어져 그런대로 소신을 지키며 무난하게 헤쳐나가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지금의 오너가 붙여준 별명처럼 그 분들에게는 '송곳'같은 길들이기 힘든 사람이다.

그 분들과 일하면서 내가 제일 어려워 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다. 나는 결코 거래마다 이문이나 계산하며 머리를 굴리는 장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간의 사회생활의 경험을 통해 이익은 쫒아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익은 시간의 흐름속에 거래 당사자들간에 형성된 신뢰를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이익 창출의 법칙)
또한 이익의 증가법칙은 이익을 창출한 모든 참여자(network)들에게 공정하게(fair) 배분할 때 더 큰 이익들이 만들어 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오너나 다른 경영자들과 종종 사안에 따라 부딪치게 된다. 그럴 때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장사꾼이 되라'는 말이다.
나는 사람을 가려가며 거래를 한다.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거래를 하지 않는다. 경험상 그런 거래를 하다가 거래 상대방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서로 믿고 일할 수 있는 사람과 신뢰를 쌓아가며 차츰 차츰 비즈니스를 키워가는 것이 휠씬 안정적이고 또 나중에는 가속를 받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 초기 경리파트에서 일할 때 부장님이나 윗분들이 술자리에서 흔히 자신들을 '경리쟁이'라고 칭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는 '장사꾼'이라는 말을 많이 들으며 사회생활을 한다.
나는 '쟁이'나 '꾼'이라는 접미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장인 정신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웬지 자신을 비하하고 자신을 한정 짓는 것 같아서이다.
경리쟁이 보다는 '회계전문가'가 맞는 말이고 장사꾼 보다는 '비즈니스 맨'이 맞은 말인 것 같아서이다.

전임자가 전직을 하는 바람에 6월부터 바이오사업팀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래를 위해 지방출장도 잦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오너로부터는 장사를 잘 하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된다.

나는 작년에 신규사업으로 시작해서 월 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바이오사업팀의 월 매출목표를 내년 말로 월 1억을 세웠다. 단계별로 1차목표 월 3천만원, 2차목표 월 5천만원, 그리고 월 1억을 세웠다.
두 달 동안 swot tool을 사용해 바이오사업팀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고 얼마전부터 제품군 리뉴얼부터 시작해서 실행에 들어갔다.

회사에서는 내 목표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불가능까지는 아니지만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재미있다. 즐겁다. 그래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장사로 하면 목표에 도달하기가 어려울지 모르지만 비즈니스로 하면 많은 사람들을 찾을 수가 있고 좋은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이 비즈니스를 통해 도울 수가 있다. 나는 그 사람들과 만들게 될 공동체의 Power를 벌써부터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다.


* 아이들은 학교 가고 아내는 수영장 가고 토요일 오전은 늘 집에 혼자입니다. 마음대로 이렇게 빈둥댈 수 있어서 매주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운동 끝나면 아내가 맛있는 거 사달라고 십중팔구 핸드폰합니다. 데이트 신청에 응할려면 멋있게 변신해야겠지요. 아내만큼 마음속으로 겁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내만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아내는 참 사랑스럽습니다.
IP *.44.15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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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7.16 08:29:12 *.118.67.80
이런 글에 공감할 이가 별로 없을거야.
생활을 공유할 수 없다면 느끼는 정도가 다를테니까.

난 이런 글이 무척 기분좋게 느껴진다.
아마 비즈니스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바이오사업팀 비즈니스의 진행과정과 그 속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기적으로 정리해 올리면,
당신과 당신 비즈니스에 좋을 것 같은데.

역시 글은 내가 살아 숨쉬는 현실이 그 깊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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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2006.07.16 15:34:54 *.44.152.193
살아가며 대면하게 되는 많은 상황과 하게 되는 많은 일 중의 하나일 뿐이지...여러 형태의 사회생활 속의 비즈니스도 단지 전체의 한 부분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 해.
비즈니스라는 인간의 삶 전체의 극히 일부를 다루는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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