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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5일 12시 56분 등록
전화가 왔다.
"저는 요, 선이 인데요. 초아선생님이십니까?"
"선이가 누구신지"
"구선생님 싸이트에서 써니라고..."
난 반가왔다.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그가 쓴 글은 몇번이고 읽었다. 댓글도 써주었고 응답도 받았다. 향기있는 글들이였다.
'그래 아가씨 어떤 일로 전화했지"
"선생님 저는 광주에 있는데요, 선생님이 허락하시면 부산에서 뵈었으면 해요."
유별스럽게 자신의 글을 읽어 달라고 암시하는 모습이 천진 스러웠고 글쓰길 좋아하는 아가씨, 그를 언젠가 한번은 얼굴을 보아야지 하는 생각이 전부터 있는 터이라 난 즉석에서 오라고 했다.
이십분쯤지나니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왔다.
*광주에서 3시쯤 출발하니 고속 터미널에 7시쯤 도착한 답니다. 전화 드릴 께요 12/3 2;52PM*
난 문자 넣는 것을 배우지 못해서 지나가는 고교생에게 부탁하여 천천히 오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또 문자가 왔다.
*운전기사님 말씀으로 주말이라 길이 막혀서 8시쯤 도착 할 거랍니다. 초면에 실례가... 써니 2;57PM*
난 미지의 아가씨의 만나는 울렁거림에 일찍이 귀가 하였다.
또 메세지가
*무리하게 날을 잡아서 공연히 폐를 기치나 봅니다.도로가 막혀서... 도착즉시 연락드릴 께요. 12/3 8;10PM*
9시가 되어도 소식이 없어 메세지 함을 열어 전화를 했다. 부산으로 들어 오는 길이 막혀 늦어진다고 했다. 나는 네일 오전 9시경에 전화를 하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서울 아가씨 써니가 왔다.
서울에서 광주로 그리고 부산으로 온 것은 자신의 현상을 상담키 위해 왔지만 나에게는 남다른 손님이다. 그건 꿈벗이고, 구선생님 문하이기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서로가 보이질 않는 공간에서 서로의 글을 본다는 것은 무명의 끈이 더욱 반가움을 가중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용고시를 광주에서 치루었다고 한다. 자신의 말로는 합격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떻게 해야 앞날을 살아 가는데 발전 적일까를 묻는다.

난 교사직을 포기 하라고 했다. 임용고시 합격은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나이는 사십중반 만일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오십을 가까이 하는 나이이다. 입사동기와는 약 이십년 차이가 나고 자기 나이또래는 주임선생이나 교감일 것이다.
그런 시간의 불합리는 주역에서 대과(大過)라한다. 그 나이에 학교라는 지극히 보수적인 집단에서 견디어 내는 것도 문제이다. 교직이 나의 이상이니까, 어떤 자기세상의 사명감 때문이라도 시간의 조화를 거스르는 일은 어려움을 자처 하는 것이다.

써니양!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하며 말끝을 흐리니...
선생님 어떤 길이 저의 길입니까?
난 이렇게 대답했다.

아주 큰 혁신은 죽을 각오로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이루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나이와 그시절의 환경과의 조화를 살펴야 한다. 어딘가 보니 칠순에 글을 배우고 구순까지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이상세계의 다규멘타리라네, 노력해서 실현 가능해야 하고 이루어지면 열매맺는 아름다움을 즐기시간도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옛날 직업으로 강하게 복귀를 권했다.
지난 과거에는 나의 직업 속에서 최고를 추구 했지만 50%만 노력하여 자기시간을 가져라. 그래야 최소한의 경제적인 안착을 할 수 있고 옛부터 원하는 글 공부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구 선생님 연구생 시험을 쳐라. 직업을 전환 하려는 열정으로 공부하여 작가가 되어라. 뒷날 자식이 찾아오거든 경제적인 풍요보다 아름다운 책을 주어라.
그는 몇번이고 그렇게 하면 성공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믿음이야 말로 성공의 첩경이라는 점을, 꼭 성공한다는 걸 약속하듯이 대답했다.

나름데로의 결론을 내리고 구 선생님 홈페이지 이야기가 자연 스럽게 시작 되었다.
" 써니양! 요즘 선생님 홈 페이지에 한명석이라는 청년의 글이 간혹 보이던데 아는 사람인가?"
써니는 눈을 동그랏게 뜨고는
"선생님. 한명석씨는 여자 입니다. 약 오십세 쯤되는 주부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정도의 충격으로 어지러웠다. 이걸 어찌한다, 어떻게 수습해야 오해를 풀고 사과 할 수 있는지가 생각나질 안 했다.
써니에게 책도 한권 선물하고 작은 글도 써주었다. 약 한시간 바다 구경도 시키고 부산역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는 잘 쓰질 못하는 사과의 편질 이렇게 쓰고 있다.

" 한명석씨의 글이 너무 힘차고 강결해서 어떤 청년인지 궁금했고, 내 나름데로 생각에는 좀더 큰 여백이 있으면 좋은 문장이 될 것이라는 혼자의 망령이 아런 실수를 저지런나 봅니다. 나의 오해 시간이 더길어서 한명석씨를 젊은 이로 생각하고 입씨름, 말씨름이 더욱 길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치 한 여름밤에 아름다운 꿈을 꾸다 아버님의 호통소리에 깜짝놀라 깨어난 어린애 같습니다.

부디 열심히 하셔서 멋진 작품 많이 쓰십시요 -禹人 草阿가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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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12.05 13:53:45 *.102.140.25
ㅎㅎ 안그래도 초아 선생님께서 달아 주시는 댓글을 보며
한 선생님을 젊은 청년으로 생각하고 계신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드랬지요. 한선생님 글이 워낙 힘있고, 똑뽑아내듯 깔끔하여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곤 한답니다. 저도 그랬구요. ^^
한 선생님도 초아 선생님이 잘못 아시는 것 같다고
말해야하나 하시던데....ㅎㅎ 이젠 아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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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12.05 15:42:52 *.81.20.204
안녕하세요, 초아선생님.
제가 여자로서 연구원 활동을 하고, 여자로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를 청년으로 여기셨다고 해도, 재미있는 에피소드일 뿐,
사과하실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별 일 아니니,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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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희
2006.12.05 22:26:57 *.105.62.162
저도 처음에 씩씩한 남자분으로 생각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 글을 읽다가 여자분을 ~~ 군! 으로 호칭하는게 일종의 강조문인줄 알았었습니다. ㅋ 다음에 만나시면 매우 반가우실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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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12.06 11:52:59 *.57.36.34
초아선생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의 글전이 사뭇 멋있었는데
알고나면 그런 미지의 아름다운 세계가 없어지는 것같아
안타깝네요

한선생님은 우리 연구원생중에 가장 돋보이는 분입니다.
언제 한번 자리를 함께하며 삶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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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6.12.06 13:14:25 *.55.54.71
초아 선생님 ㅎㅎㅎ (귀여우세요.. ^^; )
아닌게 아니라 한명석님 글에 달린 '군'을 보고 저도 깜딱 놀랐었어요.

그나저나, 문자 보내기가 어려워서 지나가는 고등학생 붙잡고 부탁했다는 대목에... 뒤집어 졌습니다. ㅋㅋ 선생님 진자 대단하세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행동인데요~

써니누나는 또 (즉흥적으로) 포항에 가서 어당팔님 만나고
이제 천안 마실집 주인 자로님 뵈러 간다네요
암튼 대단한 여자에요~

선생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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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
2006.12.06 15:35:19 *.145.82.27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에 어느님 오리오만
지는 잎 부는 바람이 아니 긴가 하더라.
송도의 성리학자 서경덕 님의 시이다. 청년 시절에 다른 건 외우는 것이 몹씨도 어려 웠는데 이시조는 한번 읽고 줄줄 외어짐은 왜 였을까? 거건 아마 일생을 왜롭게 살걸 고등학교 시절부터 감지 한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만중운산이 아니라 오륙도가 보이는 너저분한 아파트에서 바다의 고독에 잠긴다.
한 선생님께서 이해 해주신다는 글귀를 받고 고마움의 답신을 보냅니다. 이일이 있은 후에 선생님이 쓰신 옛글도 읽어보았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시더군요. 뒷날 드라마 작가로써 활동 하실 때 싫지 않다면 이야길 나누고 싶습니다. 그시간도 얼마 남질 않은 것 같습니다. 구선생님 문하에 아무도 따가지 못할 필두의 인물이 많은 것도 선생님의 덕일 겁니다. 저는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항상 다른 꿈속에 살고 있으니 나의 것은 보질 못해도 타행(他行)이 보이는 것이 저의 흠입니다. 아름답고 포근한 글을 많이 쓰시면 펜이 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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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6.12.06 22:38:02 *.70.72.121
아가씨라고 하셔도 아무도 안말리는데... 잘 다녀서 이제야 왔습니다.
요즘은 돌처라고 하지요.(돌아온 처녀) ^^

갑작스런 강행군과 난데 없는 일정을 잡아 처음으로 입은채로 길을 나서 무려 4박5일간의 좌충우돌, 우왕좌왕하고 돌아다녔으나 맞이하여 주시는 꿈벗님들 덕에 귀한 덕담과 소중하고 체득된 경험담과 우정을 나누어 주시어 다시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부산의 초아 선생님, 울산의 내친구집을 거쳐 포항의 어당팔님 내외분, 천안의 자로님 중간에 문자 혹은 전화를 주어 여행에 힘을 돋우워준 이기찬님, 옹박, 모모 모두 감사합니다. 어찌 이 웬수(?)를 다 갚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 되지만 오늘은 일단 쉬고 보아야 겠습니다.

귀한 시간이었으며 꿈벗 하나라는 이유로 찾아가고 기꺼이 맞아주실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신 우리들의 영원한 싸부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당신으로 인해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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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6.12.08 05:59:50 *.72.153.164
한명석님 저도 남자분으로 오해했었습니다. 초아선생님 말씀처럼 그 오해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올려주시는 글들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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