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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1일 17시 26분 등록
조선 선비의 상징 소쇄원-42

모처럼 풍광 좋은 정원을 다녀왔다. 담양에 소재하고 있는 소쇄원(瀟灑園)이 그것이다. 소쇄원이란 맑고 깨끗한 정원이란 뜻이란다. 그곳은 맑고 깨끗하기도 하였지만 무언가 깊은 의미가 서려있는 곳이기도 했다.

소쇄원의 유래는 이랬다. 이 정원은 아마 1530년경에 지웠다고 전해진다. 당시 조선의 정국은 사림의 수난기나 다름없었다. 훈구파와 사림파의 끊임없는 대립이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보게 했다.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건을 사화라 칭하고, 이런 사화가 연산군, 중종, 인종, 명종을 거치면서 네 번(무오, 갑자, 기묘, 을사)이나 발생하였으며 와중에 사림들이 많은 죽음을 맞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쇄원이란 조선의 대표적 정원도 사화에 의해 탄생된다.

당시 조선은 중종이 이끌었는데 중종이 누구인가? 바로 영화 왕의 남자로 이름이 자자한 연산군을 몰아내고 반정(反正)에 의해 왕위에 오른 사람이다. 그래서 초기에 흐트러진 나라 기강을 세우기 위해 실력이 쟁쟁한 사림들을 정치의 중앙에 포진시킨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개혁가 정암 조광조 선생이다. 선생은 성리학을 바탕으로 이상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급진개혁을 주도하지만 현실정치를 외면한 그의 급진성이 훈구세력으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게 되었고 중종으로부터 미움까지 사자 자신의 원대한 꿈이 좌절되고 만다. 늘 그렇듯이 숙청을 받으면 가만 나두지 않는 것이 고약한 조선 풍습이다. 귀향을 보낸 후 1년도 되지 않아 사약으로 생을 마감케 한다.

그때 제자 중에 양산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스승인 조광조가 죽음을 당하자 당시 잘나가는 출세길을 마다하고 낙향한다. 그리고 초개와 같은 절의를 지키고 후배 양성을 위해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보금자리를 만드니 그것이 바로 소쇄원이다. 소쇄는 양산보의 호이고, 소쇄원은 양산보가 머물던 정원이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대단한가. 바로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는 풍광이 좋아서 그런 것이며 조선의 살아 숨쉬는 선비정신이 가득해서 그렇다.

소쇄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대나무다. 대나무는 절개를 의미하는 나무다. 곧고 정직하며 늘 푸르다. 소쇄가 원래 ‘맑고 깨끗하다’라는 뜻이니 대나무와 너무나 의미가 같다. 양산보는 그런 마음으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살았을 것이다. 양쪽에 서있는 대나무의 곧은 마음이 전봇대마저 푸른색으로 물들게 했으니 그 절의가 하늘을 찌른다.

정원은 10여동의 건물로 구성되었다고 하나 지금은 세동 정도 남아있다. 제월당, 대봉대, 광풍각이 그들이다. 기타 애양단, 오곡문이 눈에 띄나 이들은 보조물에 불과하다. 제월당(霽月堂)은 주인이 묶었던 건물이란다.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니 너무나 멋진 뜻이 담겨있다.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은 아마 보름달, 아니 초승달,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밤하늘에 비춘 달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달 모양에 관계없이 마음이 상쾌하다.

대봉대(待鳳臺)는 봉황을 기다리는 장소란다. 봉황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새이름이 아닌가. 원래는 봉으로 쓰였다가 수컷을 뜻하는 봉과 암컷을 뜻하는 황이 합쳐져 봉황이 되었다한다. 그런데 양산보는 왜 대봉대를 지었을까. 여기서 봉황은 누구란 말인가. 성군(聖君)을 말하는 것인가. 당시 중종은 어이없는 왕인 연산군을 몰아내고 등장한 임금이지만 자신의 스승인 조광조등 신진개혁세력을 가차없이 제거한 폭군으로 보였을 게니까 성군을 기다릴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내가 짐작하건데 애절하게 보고 싶은 스승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광풍각(光風閣)은 손님을 맞는 별채란다. 즉 사랑방이다.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니 이 또한 의미가 남다르다. 한 여름에도 시원한 계곡바람과 청명한 시냇물로 땀 흐를 기회조차 앗아간 곳이다. 선비들이 모여 담론과 시론을 논하면서 사상을 집결하고 세상사를 훔쳤을 것이다.

한 눈에 강직하고 청렴한 선비를 본 듯하다. 그들은 늘 권력을 쫓는 소인이 아니라 늘 공부하고 학문에 정진하는 큰 그릇들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면도 없지 않았다. 비록 제자가 만든 정원이기는 하나 한 위대한 조선의 개혁가인 조광조 선생이 있었기에 이 정자는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소쇄원은 시원한 계곡바람과 잔잔한 개울가의 물소리, 봉황을 기다린다는 정자, 저 높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대나무, 구릉위에 지어진 주인집과 사랑방의 조화를 보여주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쉬는 모습이 이토록 정겨울 수 있구나라고 내 가슴에 다가왔지만 당시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으로 조선 선비들의 수난사(受難史)와 교차하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처세해야하는 지를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장소였다.

IP *.5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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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11 22:08:35 *.70.72.121
카!~ 애절하게 보고 싶은 스승을 그리며 눈물 뚝뚝 흘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삼색주 안고 성군 만나길 학수고대 하실 선배님 모습이 달처럼 떠오릅니다려. 늘 꾸준히 글을 올려주시니 어찌나 반가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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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4.12 11:20:19 *.166.0.204
곡원 선생께서 소쇄원을 다녀 오셨읍니다, 그려. 정말 좋은 여행이였을 겁니다.
한번 더 담양에 가보세요. 그곳에가서 고봉(高峰) 기대승의 자연주의가 흐르는 곳에 가보세요
명옥 헌원림. 송강정, 그리고 식영정입니다. 추월산의 정기가 뭉친 자리에 아름답고 그윽한 자태를 보입니다. 서하당, 정철, 오희도의 숨결이 지금도 보이는 곳입니다. 담양에서 순창으로 가는 도로를 서울 부인과 함께 드라이브도 해보시고 순창에 가시면 꼭 남원집이라는 식당도 찾아보세요. 너무 머무 맞있는 한식이 그댈 기다릴 것입니다.

중년의 노숙함이 보이는 걸 연구원 모임인 남해에서 발견하였습니다. 멋있게 같이 늙어 갑시다.

'賁如 파如 白馬翰如 匪寇 婚구"
< 나이들어 흰 머리 휘날리며 백마를 타고 여행하니 처음에는 경계하나 뒤에는 친해져 가족 같더라.>

- 부디 만사 형통하시고 남도의 생활이 즐겁 길 바람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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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원
2007.04.13 09:35:11 *.57.36.18
써니님 책읽고 글쓰고 리뷰다느냐 힘들지용

때로 고달프고 벅차다고 느낄때 빛고을에
한번 내려오시라고요. 맛있는곳과 멋있는곳으로 그대를
보내드리지요. 삼색주는 두말할 것 없고...

초아선생님 광주호에 드리워진 자연과 위용을 자랑하는 무등산은
앙상불이었습니다. 소쇄원뿐만 아니라 가사로 유명한 정철선생 등
만나야할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알고계신 유명한 장소가
장난이 아니네요.

언젠가 시간내주시면 선생님을 모시고 그곳을 찾고 싶습니다.
운동도 할겸, 그리고 만난 음식도 들겸 광주에 한번 들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늘 부족과 겸손을 끼고 삽니다. 중년을 넘어 말년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요.

부디 건강하시고 하루하루가 풍족함으로 가득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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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15 16:19:29 *.70.72.121
난 참 좋다, 선배가 있으니 좋고 그가 빈말이라도(진심 알지라잉) 힘들때 댕겨가라 이르고 후배격려하며 스스로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은께.

선배 글 남기실 때에는 우리 말 아름다운 글자의 향연 한 가지씩 냉겨 주시구레. 비밀이요? 모아서 혼자만 부적 삼는 것은 아니겄재요.

선배에게 하나 드릴께요. 달리자 꿈! 맘에 들면 삼색주 한 병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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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2009.05.28 19:46:51 *.125.180.9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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