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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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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8일 10시 03분 등록


세상을 살았다. 남들처럼
성적에 맞추어 대학이란 곳엘 들어갔고
이런 저런 꿈을 찾다 적성이란 것을 고려하며 능력에 맞추어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선택했으며 잘나지도 못했다만 그리 못나지도 않은 밥벌이를 해가며 직장에 터 잡아 다니고 있기는 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주어진 일을 천심으로 해냈고
아직 갚아야할 돈이 제법 남아있기는 해도
집칸에 똥차도 한 대 굴려가며 살고는 있다.
딴엔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깜냥 것 살아왔다만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뿌연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의 온갖 정보는 다 긁어모아 쏟아내는 듯 하는 생생하고 유능한 생활인들의 현장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더란 말인가.
나을 것도 잘날 것도 없던 녀석들은 어느새 앞을 가로지르며 씽씽 쌩쌩 잘도 차고나가는데 두 눈 새파랗게 떠가며 시뻘게지도록 분초를 다투며 꼿꼿이 틀어박혀 낱알 고르듯 활자 하나하나에 혼신으로 매달려 살아온 책상 앞의 어깨는 최선이라고 하는 일상과 신념이란 절개를 무색하게 할 뿐이다.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양 어깨의 화신으로 따박따박 걸어 나와 눈깔을 희번덕거리며 히죽히죽 비웃고 있지 않은가. 도무지 남과 같은 먹음직스런 밥상으로는 늘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갑갑한 현실과 비켜선 비실비실한 이상은 작열하는 태양아래 사정없이 쩍쩍 갈라지기만 하는 논바닥처럼 헉헉댄다. 니미럴.


하루에도 열두 번 못해먹겠다는 생각, 당장에 때려 치워버리고 말 것 같은 뚜껑 열리는 무거운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리고도 싶다만 그 놈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에라~ 그것도 만만치 않구나. 닷새만 일한다는 요즘 같은 세상에 겨우 사나흘 휴가나 간신히 얻어가며 밥을 지켜야 하고 그렇게 십 수 년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살아왔다만 여전히 도시 한복판을 가득 메우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뿌옇게 내려앉은 맹맹한 하늘 아래서 어느덧 중년이 된 어깨는 아스팔트 위를 흩날리는 까만 비닐봉지처럼 속절없다.


아직 잘리지 않은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일지 모른다고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근근이 매달려 언제 걸릴 지도 모를 재수대가리 없는 날의 불시검문 같은 불운에 숨 조리고 앉아 막바지에 이른 고3 수험생과도 같은 나날들을 어깨는 서성인다. 그래, 오늘 하루도 용케 붙어 있는 두 다리와 척주 뼈에 정심으로 안도하며 퇴근길 하릴없이 내려앉는 땅거미와 낮은 자세로 마주하노라. 이놈의 시절 언제나 쨍! 하고 개일 런지...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반짝반짝한 신발등에 어린 내 몰골을 보았는지 신발코가 묻는다. 위인아, 언제 어쩔 건데? 나도 더 이상 적나라하게 너 비추기 솔직히 지겹거덩?
피식 할 말은 없고 울음 섞인 웃음이 씁쓸함만 자아내며 부글부글 게거품으로 삐져나오누나. 에라이~ 썅! 별수 있냐? 일단 해보는 거다. 아님 말고!!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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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7.08 10:16:55 *.169.188.175
아주 날씨가 추운 어린 시절 겨울방학에 햇빛이 비치는 담벼락에서 그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했던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여름날에 쨍하고 해뜨는 그런 날 보다 사막의 그 쨍쨍한 하늘 보다는 낮게 떠오른 태양의 따스함이 더 그립습니다.

어제 읽은 연어라는 책에서 그러더군요. 연어를 옆에서 바라보라고 말입니다..

써니누님은 얼마나 쨍하기를 바라세요? 아이디 만큼이나 벌써 남들을 비춰주고 있는데요. 써니누님이 더 쨍해져서 유명해지는 것 보다 지금의 그 따스함이 더 가슴에 와 닿아요.

고민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정말 함께 하면서 올리는 정성어린 답글들을 보면서 써니님의 햇볕이 어린 시절 담벼락에 기대어 만끽했던 그 아침나절의 따스한 햇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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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덩어리, 모순 덩어리 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지만 그래도 사랑이 넘치고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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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7.18 07:20:23 *.180.230.60
일단 해보고 생각해 보실 건가요?
생각의 깊이를 더 하고 실행하면 버그를 줄일 수 있듯이,
날을 더 세워 나무를 찍으면 단시간에 벨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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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19 20:11:00 *.36.210.11
햇빛처럼아,


내가 쨍!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정직하고 맑은 벗들의 어깨가 쨍!!! 하니 활짝 피어서 그 위에 밥 맛이 좋기를 바람 입니다.

글만 마음 놓고 쓰면서 마당 한가운데를 아무렇게나 뒹굴며 꽃도 보고 나무도 듣고 새소리 달그림자 울음 느끼며 살 수 있는 그 예쁜 꿈들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비나리랍니다.^^


함장네야,

일단 내 방식은 그러하지요. 질러 써니 gO! Go!

그러나 벗들은 어떨지 모르지요.

하지만 내가 아는 그 벗은 그냥 이대로 쭉~ 계속해서 영원토록 GO! gO! Go! GGOO! 하기를 바라지요. 날을 더 세워 나무를 찍으라케야할까? 가는 안 그케도 될 것 같구마. ㅋㅋㅋ


참, 그대는 우째된긴지 궁금타. 무소식이 희소식이제? 잘 살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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