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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09년 3월 13일 11시 38분 등록

*시도

살다보면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궁금해질 때가 많다. 우리 언니는 늘 내게 묻는다.
"내가 어떤 인간 같노?"
"어떻긴 뭘 어때. 그냥 언니지"

3월 4일. 어느 날 나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미 다른 두 사람이 써먹은 방법을 나도 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김귀자 키워드 문자 설문.

나는 내 핸드폰 주소록을 뒤져 그나마 나를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62명을 뽑아서 문자를 보냈다.
"김귀자 하면 생각나는 단어 3가지를 적어주세요.
그냥 딱 떠오르는 것으로."

그리고 45개의 답문을 받았다. 가족부터 친구, 꿈벗 다양했다. 이걸 굳이 여기에 올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많은 꿈벗들의 도움도 받았고, 함께 나누면 재밌을 거 같아서 용기를 내서 올린다. 다음은 그 결과물이다.

*결과

<가족 및 친구>

어머니 

김씨가문 자유  귀염둥이   
오라버니 귀염둥이  탐험가  구루(정신적 스승)   
꼬마언니  자전거 여유만만  봉화의 대성이(그만큼 푸근해)   

 김수진(15년지기)

 도전 엉뚱  빨간양말   
 박미화(고등친구) 근면성실  자유  천진난만  여행, 꾸준함, 믿음직스러움 
 김계정(고등친구)  귀한아들 여행   탐험 기자, 모험 
 임미정(대학친구) 건강하다  용감하다  도전한다   
 박혜민(대학친구) 보헤미안  에너지  자유로운 영혼   
 이혜영(15년지기)  모험  채식  글쓰기  
 장민관(술친구) 술  술  술   
         
         

 

<꿈벗>

 박성은 영성이 있는 아이  눈빛 가는 대로  우주가 낳은 귀한자식  여행자 
 한명석 큰키  순수  느릿한 말씨   

 정경빈

당차다  웃는 얼굴  행동가   
 홍승완 여행가 한비야  큰키   
 신재동 선머슴  자유인  멋져!   
 이한숙 실행  풋풋한 사과  꽉찬 멀대   
 정은실 신선함  가능성  젊은 열정   
 조아름  여행가 열정   자유 시원한 웃음 

 이기찬

자유  영혼  용기  
박승오   모험  들이대기  팬플룻  
 박소정 목소리  미소  한박자 생각하고 말하기   
 김달국 여행가  히말라야  정열  기자 
 오병곤 어리버리 도전과 학습  편안함  80년대 젊은이의 현대버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문요한 바람  부딪힘  고삐풀린 망아지   
 한정화 이뻐   건강한 젊은이  내가 남자라면 애인하고싶어  
 김성주  느림 조용한 열정     
 정재엽 열정  순박  진실   

 

<활동>

 이준호 형  대장  덕인(덕이 많은 사람)   
 이혜경  곧음  주최자  눈빛을 빛내는  
 김민석 다이어리  시계  자유   
 송창섭  카리스마  배구선수  능력자  
 이장하 귀한자식  누나   대장  
김종오  파스타  비박  남자   
 박정애 롱다리  귀한자식  기자양반   
정대웅  카리스마 자상함  아침형인간   

한규남

 이름 장정  책   
이병철 (부대장) 큰키  귀신  멋진글  멋짐!! 나이보다 많은 것을 가진 너 
 심재흥 귀한자식  힘  기천   
 유장휴  차분하고 힘있는 목소리  도전 실행력   
 김미정  씩씩함 도전  비범함  의미있는 일 
 이자경  바람의 딸 풍류  자유   
 백수정  모험 청춘  학   
 강유가람 자유로운 영혼  개성 

마이웨이 

 
권상훈                 귀자,                봉화,                    책

*알게 된 것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문자를 받고 처음엔 일희일비했다.
좋은 말에는 나를 이렇게 좋게 보는구나 해서 기뻤고,
안좋은 말에는 나를 이정도 밖에 보지 않는구나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건 그들이 본 나일뿐이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기억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기억하고, 바라본다.
만약 그들이 내게 똑같은 것을 물어온다 해도 나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와 꿈을 나눈 사람들은 내 꿈을 보았고,
내와 함께 활동을 한 사람들은 당시의 내 활동을 보았다.
술친구는 술로 나를 기억했고, 내가 대장을 맡았던 히말라야팀 친구들은 카리스마로 나를 기억했다.

재밌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더 사랑스럽고 더 괜찮은 존재, 더 멋진 존재로 봐주길 언제나 바래왔다.
그래서 그들의 기대에 맞춰서 행동하려고 애쓰기도 하고,
사랑받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상대가 기분이 안 좋으면 나 때문인가 싶어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에게서 발생한다는 것.

로버트 슐러가 이런 말을 했다.
"자아이미지란 어떤 사람이 그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니며, 다른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그것도 아니다. 그것은 본인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러저러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 그것이다."

마음이 내게 속삭였다.

그러니, 귀자야.
남들이 나를 운동선수로 보든, 글쟁이로 보든, 여행가로 보든, 무엇으로 보든
거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
사람들이 나를 무엇으로 보든
내 안에는 그보다 더 크고 무수히 많은 모습들이 있다는 걸 니가 알고 있으면 되거든.  

중요한 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니가 네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다.
기억해.

"네가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분명 좋아할 거야."

 

 

IP *.212.9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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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3 12:10:03 *.187.146.11

안녕하세요, 귀자님. 책과 소문을 통해 익히 명성을 듣고 있었는데 글을 보니 역시 '명불허전'이십니다^^.

지난 한 달 고단했던 저를 위로해 주려고 하루 휴가내고 쉬고 있습니다. 제 마음의 고향에 와 있는데 아침에 난로에서 타고 있는 참나무를 보면서 참나무가 왜 '참' 나무인지를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참나무는 엄청난 열량을 쏟아내고 그 큰 덩치가 어디갔나 싶게 아주 미량의 재만 남긴채 사라집니다. 내부에 엄청난 에너지를 잠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단단하기 이를데 없고 내재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고 조용히 재로 변하는 참나무를 보면서 '이 참나무처럼 나를 만들고 활용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변경연을 통해서 조금씩 '참'나를 알게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선불교의 선사님들이 계속 강조하신 것처럼 '참나'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나를 사랑하게  되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부디 이번 면접 제가 통과되어 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좋은 하루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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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9.03.13 14:55:56 *.240.107.140
와 이렇게 정리하니 남들이 생각하는 나가 보다 명확하게 그림으로 그려진다.
역시 귀자답다.
나는 그냥 저장해두고 음미하는 것으로 그쳤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
남이 생각하는 나
그 사이 어디쯤에 진짜 내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생각이 좀더 발전하면 나의 존재 자체가 망상이 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도 사실은 내가 아닐 수 있다. 
내가 나를 평가할 때의 기준이란 것 역시 남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많이 생각하면 복잡하다.

내 스스로 내가 멋있고 사랑스러우면 그만이고
그래서 내가 즐거우면 된다. 
그런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는 것, 그걸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오늘 아침 좋아하는 80년대 팝을 엄청 크게 틀어놓고 부엌일을 했다.
기분 엄청 좋아서 대파를 들고 춤을 추고 설거지를 하며 엉덩이를 들썩이고
옆에 납죽엎드려 조는 강아지를 발로 차며 함께 춤추자고 초청했다.
무엇을 하든 내 발걸음에든 음악의 리듬이 실려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시간의 효율을 생각하며 음악 듣는 것도 자제하던 내게 남은 게 무엇이던가. 
의무감과 가슴의 체증 뿐이 아니었던가.
노력에 비하면 만들어낸 성과물은 얼마나 초라하던가.
그래 잠깐 잊어버리고 춤을 추는 거다. 

한참을 추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그래 상황이 안좋다고 내 마음도 쪼그라들어야 필요가 있는건가. 
슬픔이 가슴에 가득 차올라도 밥이 입에들어가니
나는 생존의 욕구가 원초적으로 강한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있어야 하는 존재다. 
나를 죽이려 달려드는 모든 것들아,
그래 나를 맘껏 조롱하고 비웃어라.
너희들은 나의 상대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춤을 출테다..

정말 오늘 하루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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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9.03.13 19:07:40 *.145.164.2
키가 엄청 큰 경북 봉화산 무공해 청정 처녀, 어리버리 귀자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존재를 찾고 싶어 바람처럼 백방을 떠돌아 다니다가 실타래를 얻게 되었다네. 그 끈을 놓지 않고 일상에서 계속 도전하고 실험했다네. 그녀는 또 궁금하면 길을 떠났고 또 돌아왔다네. 그녀는 우주의 신비와 자신에게 준 소명을 깨달으면서 키만큼 크고 자유로운 영혼의 여신이 되었다네.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 당기고 깊은 영감을 주었다네. 우리는 기억한다네. 그녀는 별처럼 참 맑고 아름다운 여인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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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3.14 16:25:11 *.220.176.209
귀자님이 옆동네 출신이셨군요.(사실 구본형선생님 글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알았습니다만..)
오늘 귀자님의 방법을 컨닝했습니다.(저작권을 요구하시면 나중에 만나게 되면 한턱 내겠습니다.)
전화기에 저장된 번호는 많지만 그런 질문을 던질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답을 받은 메시지들이 참 좋군요.

좋은 생각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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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
2009.03.14 16:25:20 *.33.67.35
근데,,,귀자야..네가 보낸 좋은 말들은 왜 여기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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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1:38:03 *.43.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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