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차칸양
  • 조회 수 351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10월 21일 14시 32분 등록
 


지난주와 지지난주 2회에 걸쳐 인천 찍고 대구까지 강의를 다녀왔다.

강의 내용은 성희롱(^^;)에 대하여.


올 7월까지만 하더라도 남들 앞에 강의는 커녕 제대로 된 발표(프리 북페어 빼고..)도 해 본 적이 없던 내가,

8월부터 사내 강사로 등록되어 많은 사람들 앞(비록 회사 사람들이지만)에서 강의란걸 하고 있다.

내가 원해서 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사람들 앞에 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리가 후들후들, 가슴은 콩닥콩닥, 얼굴은 불그레죽죽, 바이브레이션은 오죽한가!

그러던 내가 벌써 남들 앞에 3번이나 섰다니...


지난 8월 여름, 신입사원 약 20명을 대상으로 셀프 리더십을 주제로 2시간 강의를 진행하였고,

이번에는 원래 전공은 아니지만(사실 진짜 전공일지도.. ^^;), 인천에서는 50명, 대구에서는 약 60명의 인원을 모아 놓고 성희롱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하며 떠벌린 것이다.

도둑질도 자주 하면 긴장되지도 않고 프로페셔널이 된다고 하였던가.

내가 딱 그 짝이다.


지지난주 목요일, 인천에 도착하여 강의를 하기전 대기하는 동안에 심히 떨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긴장을 풀고자 찬물을 홀짝홀짝 거리며,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고자 책을 펴 보기도 하였지만,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1시간 내내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만 하는지,

교안도 급하게 만들어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또한 컨디션도 계속된 야근으로 다소 축 처져 있는데...

어떻게 1시간을 제대로 때울 수 있을 지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의 준비가 다 되었다는 콜 사인에 맞추어

강의장으로 들어가는 내 발걸음은 마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찬 듯 무겁기만 하였다.

헉..

게다가 반은 여자다.........

이건 뭐....

성희롱 강의 잘못 하다간 내가 성희롱으로 고소당하는 건 아닌지 당황스러워졌다.


하지만....


‘난 무대체질인가 보다.’


믿기지 않게도 무대에 올라서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과 눈도 마주칠 수 있었다.

편안하게 강의를 이끌어 갈 수 있었다.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나게도 만들 수 있었으며,

Quiz를 통해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었다.


1시간이 무난하게 잘 마무리 되었다.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스스로에게 평균은 줄 수 있을 정도의 강의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첫째, Quiz에는 당근, 선물이 따라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물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성희롱 강의이긴 하지만 나 만의 독창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교안이 조금 짧았다. 그러다 보니 중복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야만 했다.

듣는 입장에서는 조금 지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졸지... 쩝...


인천에서의 강의를 디딤돌 삼아, 대구 강의에는 모자랐던 부분을 보충하기로 했다.

먼저 교안은 1시간 이상을 진행할 수 있는 교안으로 내용을 추가하였다.

또한 Quiz용 선물은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옛날 먹던 불량식품(쫀듸기, 포도당과자, 달고나, 월드컵 어포, 자야 등)을 구입하여 해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용 안에 나만의 독창성을 가미하였다.

어정쩡한 성희롱 예방 교육이 아니라, 아예 성희롱 교육을 하기로.



대구의 강의장에 들어서서 PPT의 첫 페이지에 큰 글자로 <성희롱 교육>이라고 쓴 것을 보여주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성희롱 예방 교육 아니야?’ 하며...


난 그 기대에 맞추어 <성희롱 예방 교육>이란 글자를 다시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제가 오늘 진행할 교육은 성희롱 예방 교육이 아니라 성희롱 교육입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교육 내용은 예방 교육이 맞았다.

하지만 난 강의 마지막에 반전을 가미했다.

그 반전을 통해 진짜로 <성희롱 예방 교육>이 아닌 <성희롱 교육>을 했다.


그 반전은 이러했다.

마무리 멘트에 <성희롱>으로 삼행시를 지어 삽입하였다.


성 : 성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회사

희 : 희망으로 전 직원이 하나되는 회사

롱 : 롱런! 당연한 겁니다!


우리 모두 성.희.롱! 파이팅!!



웃음으로 강의가 마무리 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만의 생각인가? ^^;


강의는 하면 할수록 상당히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매력있는 일임을 느낀다.

왜?

청중을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으니까.

웃기고 울리고, 내가 노력한 만큼 반응하니까.

그리고

사내 강의에서는 나만의, 차칸양만의 스페샬한 독창성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

ㅎㅎㅎ 



IP *.122.143.214

프로필 이미지
수희향
2009.10.22 00:02:33 *.202.116.13
선배 무대 체질 맞아요~ ㅋㅋ
지난 북페어때 저희 모두 확인했잖아요~

강사로 데뷔하신 거 추카드리고요, 대한민국 최고의 성희롱 강사 되시기를
늘 응원할께요~ 선배는 잘 하실거에요~ ^^
프로필 이미지
범해
2009.10.22 08:19:23 *.248.91.49
"성희롱강사 양강사"
운율이 있는 제목입니다.

저절로 소리내어 읽어보게 만드는데요. ㅎㅎㅎ

동그라미가 많아서일까요?
재미있는 글 읽다보니
 "참 잘했어요" 라고 동그라미 5개 그려넣고 싶어서 미치겠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