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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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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2일 03시 16분 등록
  동도서기가 구시대적 오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나에겐 유효하다. 학교교육을 통한 서양학문의 세례 속에서도 여전히 본질은 동양적 깨달음이요 세상과의 조화는 서양적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왜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였는지는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다. 직관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의적이고, 경험적 요득이라하기에도 자신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손이 간 것이 서양철학책이다. 논리학 입문서를 서너권은 찢고, 스피노자의 에티카도 수십 번 벽을 친다. 말그대로 천학비재이다. 고백하자면 도스도예프스키의 '죄와 벌'도 완독할 때까지 수십 번 방바닥에 던져졌다.

  생업 도중에 틈틈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는 위안도 해보지만, 인간의 머리에서 나와 인간의 머리로 이해 안되는 것 때문에 절망하리라고는 미처 몰랐다. 그에 비하면 논어는 너무나 쉬웠다. 머리를 쓰지말고 몸으로 살라는 이야기인가하고 자문도 해 보기도하고, 애꿎은 번역자들도 원망기도 한다. 여전히 러셀의 서양철학사도 어렵다.

  어느 책에선가 '책을 읽을 때 자기가 읽고 싶은 곳만 읽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구절만 찾는다'는 경구를 본적이 있다. 그렇다면 독서량이 늘어 날수록 자의식만 강화되고, 나의 언어가 아닌 책들은 이해되지 않은 채로 늘 남아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자기가 읽고 싶고 맘에 드는 구절을 만드는 원형은 도대체 어디서 왔단 말인가. 나의 그 스키마는 이미 완고하게 굳어 변화가 불가능하단 말인가.

  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 문제중에 현대시가 출제된다. 3편의 현대시가 제시문으로 나오고 5지선다 객관식 문제로 구성된다. 시는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문학으로 지극히 주관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왜 객관식 문제로 출제되며, 어떻게 정답이 하나 밖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실제로 출제된 시의 작가도 그 문제를 모두 맞추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학능력시험에서 요구하는 정답은 어떤 의미란 말인가. 그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문학 이론을 근거로, 논리적 분석이 가능한 답을 찾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작가의 언어도 수험생의 언어도 아닌 모두의 언어로 읽어내라는 요구일 것이다.

  그렇다. 나에게 있어 철학도 모두의 언어로 나의 생각을 읽어 내는 툴이자 방식이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서양의 학문으로 규정하되 동양의 道를 철학으로 치환하지 않는다. 도가도비상도라 하여 모두의 언어를 거부한 노장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동양적 함의는 말로써 도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러나 강을 건너고 배를 머리에 이지 않고 부순다하여 건너기도 전에 배를 부술 수는 없는 법이다. 아직 나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가의 서성이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배가 필요하고 모두의 언어로 나를 풀어 낼 훈련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나에게 철학은 메타피지카이고 형이상학이지 깨달음도 동양철학도 아니다. 

  러셀의 논리학은 내가 생각하는 철학과 가장 닮아 있고, 비트겐슈타인은 가장 이해하고 싶은 철학자이다. 그러나 그전에 읽고 싶은, 맘에 드는 부분만 눈이 가는 경직성에서 부터 벗어나고 싶다. (서양)철학을 접하면서, 또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으면서 철학보다는 독서 자세를 더 생각하게 하는것은 아이러니이다.
 
IP *.151.7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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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마음
2010.02.22 07:30:32 *.53.82.120
' 철학보다는 독서 자세를 더 생각하게 하는'
이부분 공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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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2.22 17:21:29 *.154.57.140
저도요.. 저는 한 줄보고, 딴 생각하고, 또 한 줄보고 또 딴 생각 좀 하고.
그러다가 한 나절 넘기보고나면 10장도 못 넘기곤 합니다. 오래된 지병이지요.
천 페이지 짜리도 했는데요..뭘. 남은 두 주는 좀 낫지 않을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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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호
2010.02.22 20:58:59 *.151.75.35
2주차에 유독 시계를 많이 보았습니다. 책의 두께도 압권이지만 그 내용도. 호사다마라 2주차에 지방갈 일이 몇 번 겹쳐 마음이 많이 초조하였습니다. 다행히 읽어 본 책이고, 관심사라 즐겁게 적을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에피쿠로스, 오캄,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니체는 참으로 긴 시간 번민케한 사상가이지만 결국 조그만 경계도 긋지 못하여 아쉬움이 큽니다.
나의 언어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스스로 4주에 임하였으므로, 다른 분의 玉稿를 벗해 드리지 못함에 양해드립니다. 비록 2주의 짧은 기간이지만, 머리 속의 글들이 손 끝을 떠난 후의 모습이 너무 초라합니다. 20페이지처럼 4주를 채우고 치열한 자기분석을 기대하며, 지나시는 발걸음 마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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