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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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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9일 07시 27분 등록

처량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떠나지 않던 단어, 처량하다..

중년을 넘어 노년에 접어들기 시작한 하비 (더스틴 호프만)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서 런던으로 간다. 그러나 그 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새아버지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겠다는 딸과 어딘가 남편을 창피해하는 이혼한 아내. 그들의 어색함 앞에 자꾸 작아지는 하비에게 설상가상 뉴욕에선 해고통지가 날라든다. 인생이 왜 이래, 참..

이제는 주름투성이의 너무나도 자연스런 연기 앞에 보는 이도 속절없이 처량함에 마음이 자꾸 내려앉는데..

같은 시각 더스틴 호프만 못지 않게 자연스런 연기로 무장한 엠마 톰슨이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 한 사람도 처량해 미치겠는데, 이 여주인공 그에 못지 않다. 결혼은 했었는지 어땠는지는 자세히 안나오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역시나 늦은 중년인듯한 화장기 없이 주름살만 확실하게 보이는 싱글인 그녀에게 밤낮으로 전화가 걸려오니, 다름아닌 엄마. 남편이 회사 비서와 프랑스로 도망친 후 엄마가 의지할 곳은 중년의 싱글 딸 하나뿐이다. 정말이지 이 장면이 나와도 저 장면이 나와도 가슴만 답답한데..

근데 말이다..
왜 그리 처량하고 가슴이 답답할까..
그건 아마도 영화가 영화답지 않고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은 아닐까..

여자들이 백마 탄 왕자님이 나오는 영화에 푹 빠져들고, 남자들이 한번에 악당 백명을 쓰러뜨리는 영웅 이야기에 심취하는건, 아마도 그게 온전히 비현실적이기 때문은 아닐런지.

그러다 갑자기 현실적인,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고 있자니 적응이 안된다. 두 명연기자의 연기는 또 어찌나 리얼한지..

"싫어요. 서로 알아가고, 그래서 뭐요. 결국 알아가다 이게 안 맞다, 저게 안맞다.. 머 그렇게 될거고.. 그러다보면 결국 또 헤어져야 할꺼잖아요. 이젠 싫어요. 더 이상은 상처받기 싫다고요.."

결국 회사에서 다시 뉴욕으로 오라는 전화에 자신이 가야 할 곳은 회사가 아니라 케이트임을 깨달은 하비가 케이트에게로 달려가 마음을 고백하자 그녀가 하는 말이다.

이 얼마나 현실적인 망설임이고 두려움인지..

우리가 누군가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면 하늘에서 찌지직~ 하고 신호라도 보내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신화학자 캠벨의 말에 의하면 가슴이 알려준다고 하는데, 그 가슴이란 녀석이 때로는 오작동이 너무 많다..).

그래서 어쩌면 우린 정작 운명의 그 사람이 나타나도 두려움에 뒷걸음치거나 망설이거나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런데 왜..?

왜냐면..
운명의 그 사람하고도 똑같이 싸워야 하고
운명의 그 사람하고도 똑같이 기다리고 인내해야 하고
운명의 그 사람하고도 똑같이 사랑을 주기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운명의 그 사람이 나타났다고 해서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지는 오색찬란한 무지갯빛 사랑을 할 수 있는 건 아닐터인데, 사람들은 어쩌면 모든 걸 다 갖춘 완벽한 관계를 기다리는건 아닐런지 말이다. 물만 부으면 즉각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처럼 말이다.

영화가 끝을 향해 갈수록 처량하다..라고 시작되었던 감정이
어쩐지 저 두사람은 헤어지지 않을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여자의 아픈 외침에도, 주름살을 딛고 처연히 미소짓는 더스틴 호프만의 여유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가도 다시금 미소 짓는 엠마 톰슨의 부드러움 앞에서
한때는 열정어린 사랑도 해보았지만, 상처도 겪어본 이들의 안정감이 전해져왔다고나 할까..

운명의 사랑..
그건 어쩌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때론 용기도 필요하고, 때론 용서도 필요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의 위대함을 믿는 마음이 필요하고..

하비와 케이트..
어느 영화 속 주인공들보다 편안하게 남은 생을 함께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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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파커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북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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