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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6일 20시 57분 등록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은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내가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의 별로 돌아가서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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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사랑한 시인이 있다. 고래가 자기 자신이자 그에게는 사랑과 이음동의어이며 보고싶다, 그립다는 말과 같다는 시인. 나에게는 별이 그러한데...동쪽바다로 가는 고래를 따라 가면 그리운 님 볼 수 있으려나.

나는 늘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기다린다 해서 쫓아오지 않을 것이며 기다리지 않는다 해서 더 멀리 가진 않을 것이기에. 보고 싶을 때 보여주지 않아도 바다에 고래가 있다는 것을 믿듯이 먹구름에 가리어 잠시 보이지 않을 뿐 별 또한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견딜만하다고래처럼 별도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바라만 보아야 하는 하늘의 사랑이기에. 그렇지만 동쪽바다에 가 본 그대는 알겠지. 고래를 기다리는 심정을.

그대에게 사랑은 무엇과 이음동의어인가? 봄일까, 시인가, 백호일까, O2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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