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글리
  • 조회 수 1432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23년 1월 20일 11시 09분 등록

미국 카우보이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판단은 경험에서 나온다. 문제는 많은 경험이 나쁜 판단 덕에 얻어진다는 것이다.”


풍부한 경험 덕분에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사실 그 풍부한 경험들은 어리석은 판단들 덕에 쌓이는 겁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결국 수많은 실패가 있고서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살다 보면 실패하고 실수하고, 잘못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책하거나 망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길은 하나가 아니니, 목적지가 분명하다면 다시 경로를 재탐색해서 수정해가면 됩니다. 중요한 건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그를 바로잡을 수 있는가입니다. 그를 위해 아주 좋은 가르침이 전해져 옵니다. 



실패를 바로잡는 기술 


남북조 시대 문인 안지추

중국 육조 말에 안지추(顔之推, 531∼591)라는 뛰어난 문인이자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분열의 시대라 불리던 남북조 시대를 살아온 그는 매우 혼란하던 시기를 살며 탈출과 정착을 반복하며 세 왕조를 섬깁니다. 계속된 위기로 힘겹게 생활하면서도 그는 무사히 몸을 보전했을 뿐 아니라, 자손의 영달까지 도모한 인물입니다. 그는 『안씨가훈(顔氏家訓)』을 통해 후대에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는데요, 그 노하우를 통해 난세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 지혜가 자못 방대하여, 자손 가운데 하나가 “이 많은 훈계 가운데 꼭 하나만을 지키라고 한다면 어떤 훈계가 되겠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실패가 있을때마다 '성(省)하고, 상(賞)하고, 약(躍)하라'는 교훈이다."


'성'은 실패를 초래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빨리 반성하라는 것이고, '상'은 실패로 인해 생긴 열등감, 좌절감 내지 패배감을 극복할 수 있는 보상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며, '약'은 실패를 거울삼아 도약하는 일입니다. 



관건은 넘어진 뒤 무얼 할거냐다


실수하거나 실패할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면 더 재밌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뇌는 전선뭉치로 되어 있습니다. 뉴런이라는 전선 1000억개가 시냅스로 연결되어 있고,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이 신경섬유의 통신의 결과로 만들어지죠. 어떤 행동을 할 때, 뇌는 신경섬유 사슬을 통해 근육에 신호를 보냅니다. 아주 단순한 기술이나 행동조차도 수십 만개의 신경회로와 연결되어 이뤄집니다.


대니얼 코일이 쓴 『탤런트 코드』 책을 보면 실수가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 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과 노르웨이 학자들이  아기의 걷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걸음마를 익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아기가 걸으려고 애쓰면서 회로에 신호를 발사하는 데 소비한 시간의 양이었다. 즉, 서툴고 위태롭지만 골똘히 목표를 향해 다가가다가 몇 번이고 넘어지는 느낌이 중요했죠. 즉, 기꺼이 인내하고 거리낌없이 실패를 허용할수록 스킬을 향상시키는 미엘린층이 더욱 두꺼워지고 점점 성장합니다. 정말 잘하고 싶다면 못하는 상태를 기꺼이, 심지어 열렬히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죠. 아기가 걸음마 스킬을 습득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인디언 속담에 ”실패는 없고. 배움만이 있을 뿐이다. 만약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그 경험은 언제까지나 반복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 실패는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처음의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고 그를 바로잡을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실패하되 그를 너무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계속 나아갈 수 있으면 됩니다. 기꺼이 실패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저는 안지추가 남긴 교훈인 '성상약'을 수 년전 접하고, 개인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는데요. 그전에는 일이 잘 안풀리거나 실패하면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상황을 살피고 어떻게 하면 그를 개선할 수 있는지, 또 실패로 생긴 좌절감을 어떻게 다룰지 더 집중하게 되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되었고,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관건은 넘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넘어진 뒤에 무얼 할거냐입니다. 심리학자 멜리사 맥크리어리는 사소한 실수를 한다고 해서 인생이 망치지 않는다며,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일을 그르쳤을 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호기심을 키우세요. 이번 실수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지? 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곧 1월 1일, 음력설이 다가옵니다. 지난 시간을 성상약(省賞躍)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참 좋은 날들입니다. 



**참고

<안씨패훈>, 이규태, 조선일보, 1993.02.14.

<안지추의 사상 및 처세관-갈홍과의 비교를 통하여>, 정재서, 이화여자대학교, 2014

<탤런트 코드>, 대니얼 코일, 웅진지식하우스, 2009



IP *.139.128.252

프로필 이미지
2023.01.20 16:46:07 *.100.28.168

안녕하셔요/


늘, 귀하게 보내주시는 글을 읽다가

문득

이렇게 찾아 뵙네요.

반복되는 실패에 마음이 우울하고 앞이 캄캄하던 차에

오늘

이 글이 무척 마음에 와 닿습니다.

구정, 1월 1일을 분깃점으로

새롭게 출발할 준비를 해 봅니다.


다시 한 번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와룡운담 올림

프로필 이미지
2023.01.27 18:14:44 *.71.133.226

글이 마음에 와 닿으셨다니 저도 매우 감사하고 기쁜 소식입니다. 와룡운담님의 새로운 출발에 응원보탭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3.01.25 23:47:02 *.169.230.150

내용이 좋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큰 배움이 있게 쓰여진 글들을 읽다보면 제가 쓰는 글은 늘 성에 차지 않아서, 늘 부러워하고 욕심을 내서 열심히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   언젠가는 저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23.01.27 18:15:35 *.71.133.226

저도 제 글이 자주 성에 차지 않아서 늘 고민입니다. 새해에는 함께 노력하면서 같이 성장하면 되겠네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10 [수요편지] 심리적 안정감 [1] 불씨 2023.02.21 1123
4209 [수요편지] 바위를 미는 남자 [1] 불씨 2023.02.15 1139
4208 [월요편지 137] 마음이 힘들 때 보세요 [1] 습관의 완성 2023.02.12 1944
4207 [라이프충전소] 론리여행자클럽 [1] 김글리 2023.02.10 1176
4206 두 가지 멋진 일 [3] 어니언 2023.02.09 1480
4205 [수요편지] Stay tuned to your heart ! [1] 불씨 2023.02.08 1224
4204 [수요편지] 너를 위하여 [1] 불씨 2023.01.31 1141
4203 [월요편지 136] 50 이후엔 꼭 버려야 할 3가지 습관의 완성 2023.01.29 1669
4202 [라이프충전소] 실패는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 김글리 2023.01.27 1093
» [라이프충전소] 실패를 바로잡는 기술 [4] 김글리 2023.01.20 1432
4200 실수를 통한 성장 [1] 어니언 2023.01.19 1110
4199 [수요편지] 괜찮아, 친구잖아 [1] 불씨 2023.01.18 1151
4198 [월요편지 135] 은퇴 후 절대 되지 말아야 할 백수 유형 3가지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백수가 되는 방법 습관의 완성 2023.01.15 1467
4197 [라이프충전소] 오롯이 좌절할 필요 김글리 2023.01.14 1138
4196 저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입니다. [1] 어니언 2023.01.12 1104
4195 [수요편지] 진짜와 가짜 불씨 2023.01.10 1092
4194 [월요편지 134] 은퇴 후에도 손 벌리는 자녀 등쌀에 벌벌 떠는 부모가 늘고 있는 이유 습관의 완성 2023.01.08 1297
4193 [라이프충전소] 실패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1] 김글리 2023.01.07 1136
4192 최선의 어른 [2] 어니언 2023.01.05 1004
4191 [수요편지] 새해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1] 불씨 2023.01.03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