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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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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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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5일 18시 14분 등록

육아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즐거움과 뿌듯함을 주는 일입니다. 그 어떤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아기의 친모는 저뿐이니까요), ‘아이의 성장’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고귀한 과정이죠. 그러나 그 모든 기쁨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아기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기저귀를 갈고, 몸을 닦이고, 놀아주고, 재우고, 아이가 잠든 시간에는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하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 뚫린 듯한 커다란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한밤중의 고요 속에서 저를 아프게 찔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라는 역할 외에 오롯이 저 자신만을 위한, 육아와는 무관한 자기 계발 프로젝트를 비밀스럽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관광지를 공부하고, 임신 중에 취미 삼아 익혔던 일본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시작한 프로젝트였죠. 아기와 함께 초저녁에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며, 남편과 교대하는 식으로 시간을 쪼개 나갔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만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머리가 빙글빙글 돌며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어지러웠고, 침대에 누워도 회전목마를 타는 것 같은 느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이유를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알 수가 없었지만, 어머니께서 예전에 비슷한 증상을 겪으셨던 기억이 떠올라 밤늦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석증”이라는 말을 꺼내시며, 일단 벽에 기대어 앉은 채로 잠을 청해보라고 조언하셨습니다.

결국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은 끝에 다행히 증상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며칠간, 저는 ‘건강을 잃고 영영 회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육아를 시작하며 저에게는 새로운 정체성, ‘엄마로서의 나’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그전까지 존재했던 ‘개인으로서의 나’ 역시 여전히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저는 두 역할을 모두 잘 해내고자 무리했고, 결국 그 욕심이 제 건강에 경고 신호를 보내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면접시험을 마무리한 후 틈틈이 걷고, 건강한 식단을 챙기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 중입니다. 물론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육아와 자기계발, 그리고 건강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역할을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삶의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나 자신을 돌보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엄마로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 저는 비로소 제 삶에서 진정한 균형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깨달음은 단지 육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개인적인 목표와 조직 속에서 갈등하며 넘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질문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넘어지는 순간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설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저 자신과 아이 모두를 위해, 조금 더 유연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자 합니다. 그렇게 제가 찾아가는 균형이, 아이에게도 건강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데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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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6 14:31:23 *.97.54.111

엄마의 역할을 잘 하면서 또한 자기 계발도
충실히 하다가 병이 난 어니언님의
처지가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성공스토리 뒤에는
엄마와 남편의 희생이 있었더군요.
어니언님도 주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좋겠습니다.
그럴 처지가 안 된다면,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일하는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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