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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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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일 01시 00분 등록

무엇을 하던지 자신이 없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행동으로 옮겨보려는 움직임을 가지기도 전에 온갖 안 되는 이유를 다 생각해보고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안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다. 생각만으로 끝까지 갔다 오고 결정을 내렸다. 모든 일을 성공과 실패 두 가지로 나눴고 성공하지 못할 바엔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내가 집착하게 되는 것은 교육을 듣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했지만 무언가를 찾아서 듣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안도하게 만들어주었다. 교육을 듣고 있는 그 순간은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중,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단과학원을 신청해 놓고 일주일도 가지 않은 채 그만둬버리기 일쑤였던 나였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듣는 교육과정엔 거의 100%의 출석률을 보였다. 하루 수강료가 얼마인지 계산을 해 하루 안 가면 얼마 손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피치 못 할 사정으로 못 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보강을 받았다. 이렇게 열심히 발도장은 찍었지만 무언가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수업시간을 채우지 않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강사를 보면 가차 없이 뒤에서 욕을 했지만 수업의 질이 어떻든지 간에 내가 따로 시간을 내서 복습을 한 적은 드물었다.

 

 

 번은 이틀과정의 심리검사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최악의 강의였다. 그 강사는 외국에 직접 로열티를 내고 그 검사지를 우리나라에 들여온 사람이었다. 거기에 대한 자부심은 무척이나 커보였지만 전문가다운 강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이틀 16시간의 교육 내내 그 검사의 기본 코드에 대한 설명만 해댔다. 검사 결과로 나온 프로파일에 대한 설명은 단 10분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의 질에 대해 화가 점점 솟구치던 나는 강사가 내 옆을 지나갈 때 혼잣말 하듯이

“어쩜 강의를 이렇게 형편없이 하냐. 돈 받는 게 미안하지도 않나?” 라는 말을 내뱉었다. 물론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남은 시간이라도 강의 좀 똑똑히 하란 마음에서. 그 말을 하자 내 옆에 앉아서 같이 수업을 듣던 한 선생님은 내 목소리가 컸다며 깜짝 놀랐고, 강사가 분명 들었을 거라고 말했다.

난 “들으라고 한 소리니 들었다면 잘 된 거네.” 라고 하며, 다시는 이 기관에서 하는 교육과정은 듣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며 그 강의시간을 견뎠다.

아무리 사전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강의도 있게 마련이다. 난 그럴 때면 혼자 불평불만을 하며 때론 들으라는 듯이 뒤에서 한마디 하는 게 전부였다. 하루는 누군가에게 신청했던 강의가 너무 형편없었다며 돈이 아까웠다고 말하자 이런 말을 했다.

“강사에게 직접 가서 원하는 것을 요구해보지 그랬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수강료를 내고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 나도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뒤에서 궁시렁 거리거나 강의평가서에 신랄한 비난을 하는 것만이 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왜 나의 권리를 찾으려 하지 않았던 것일까? 웬만하면 그만 넘어가자는 마음이 컸었다. 괜히 싫은 소리 하면서 얼굴 붉히기도 싫었고, 정면에 대고 말할 자신도 없었다. 강사는 나름 준비를 한다고 한 것일 텐데 괜히 내가 못 알아듣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요구하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거면 어쩌지 하는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화살을 나에게로 돌렸다. 내가 바로 바로 복습하지 않아서 더 못 알아듣는 건가봐. 시간 채워주는게 뭐 대수냐? 전달할 요점만 제대로 전달하면 되지. 집에 가서 다시 꼼꼼히 보고 물어볼게 있으면 물어보면 되지 뭐. 거의 이런 식이었다. 시간을 채워준다고 무조건 좋은 강의라고 할 수는 없다. 강사가 수업을 이끌어가는 퀄리티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는 그 교육을 받으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가에 대한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 내가 교육 신청을 했을 때 나는 이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에 대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그저 남들이 필요하다고 하니깐, 들어두면 좋다고 하니깐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나는 ‘일단 등록은 했으니깐 출석은 반드시 다 해야 해.’ 하는 마음만 가지고 열심히 출석만 한 것이다. 그러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간이나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간식이나 교재 제공 등-에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던 거다. 정말 내 권리를 찾기를 원했다면 강의 질보다도 먼저 내가 과연 원하는 게 무엇인가? 에 대한 생각이 필요했다. 목적이 있어야 뭐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지 파악할 수 있을 테고 그래야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거니깐. 그리고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들은 것을 다시금 되짚어 보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기본적인 것도 없이 무조건 듣고 보자라는 식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하고 있으니 정작 내 머릿속에 채워지는 것은 별로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현장에서 활용해 보려고 하면 긴장되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많은 것을 듣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어쩌면 교육 과정 뿐만 아니라 다른 취미 활동을 하며 레슨을 받을 때도 남들과 비교하며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하며 창피해했던 것은 상대방과 비교하여 내 실력이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었다기 보다는 집에 돌아가서 다시 연습해 보지 않는 내 자신을 잘 알고 있기에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 늘기를 바라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던 건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으리라. 열심히 발도장만 찍고 있을 뿐 배운 것을 복습하지도 활용하려 하지도 않는 내 자신을 말이다. 내 자신은 속일래야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순간순간을 모두 의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라면 들을 수 있는 교육을 모두 다 듣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불안하고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정말 필요한 것은 교육을 얼마나 더 듣느냐가 아니라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서 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목적 없이 그저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주구장창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교육만 들으러 다니다가 뭐 하나 제대로 써 먹어보지도 못하고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그럼 그 시간과 돈은 어디 가서 보상 받을 것인가?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난 무엇을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말하는 대로 - 처진 달팽이 http://www.youtube.com/watch?v=QRqPgv0go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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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08:33:16 *.96.58.165

미선아 복 많이 받고,

무엇이든지 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미선이가 이야기하듯 배움에서 활용으로

머뭇거림에서 나아감으로 변화하여 용처럼 꿈틀 댈 수 있기를 짐심으로...

 

사부님께서 나에게 해주셨던 커멘트를 달아본다.

 

"앞이 무겁다.  앞이 무거우면  읽으려 하지 않는다. 앞을 가볍게 하려면 강력한 임팩트를 가진 이야기가 선도하게 해라.

  웨그먼스사의 일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먼저 풀어라.  이야기 식으로 ...  그리고  이성이 뒤 따르게 해라. 

  '감성으로 끌어 오고,  반 쯤 녹은 놈을 이성으로 종결한다'    이것이 디자인 포인트다. .... 그리고 다음에 너의 이론을

  제시하여라. 사례와 이야기가 그것으로만 끝나면 의미가 없다. 제안하도록 하여라. 그것이 공부다."

 

요즘 칼럼은 사부님께서 알려주시는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있는데 어렵기는해도

방향을 잡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대도 시도를 해보는 것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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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15:18:42 *.166.205.132

주선이 말하길.

"마음의 소리를 듣자
지금 이 순간 그대 자신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아닌지
그대는 알고 있다 "

 

미선아 생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멋진 인생아.

새해복많이 받고, 올해도 함께 신나게 가보자꾸나!

자, 악수! 오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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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17:52:22 *.246.69.21

이 글은 그야말로 '강의만 듣다 끝나는 인생'이란 제목과 어울리는걸?

성탄절 이브에도 강의를 듣던 미선이,

새해에는 그동안 배운 걸 한껏 활용하고 변화하는 미선이로 거듭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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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21:29:37 *.246.70.205
언니는 출석률을 채울 것같다....
난 아니다 싶은 당장 때려치워....
핑계를 대면서 출석을 거부하는거지... ㅋㅋㅋ
우리 언니~~ 올 한해 웃을 일이 가득하길~~
언닌 참 예쁘게 웃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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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13:25:28 *.32.193.170

언니 새해 복 많이, 듬뿍 받기를.. 올해는 내 욕망과 권리를 잘 찾아먹는 한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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