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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30일 11시 53분 등록
 

내가 꿈꾸는 변화  


 변화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을까? 지금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을까? 


 ‘변화’라는 단어가 내게 화두가 된 것은 만 1년이 넘었다. 횟수로 2년째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고 계속 내려가던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그것은 ‘정교사가 되어야해.’라는 생각으로부터 탈출이다. 나는 왜 정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나를 가두었었는지 그 근원도 모른 채 계속 나를 채찍질 했었다. 사실 ‘정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버리기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정교사 안 되면 뭐 되려고?’라는 다음 질문이 나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새롭게 거듭나고 싶었다. 변화가 절박한 시점이었다.


 변화하기 위해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은 기존에 했던 공부와는 다른 공부를 하는 거였다. 5년이 넘도록 하고 있었던 임용고사 공부를 그만 두고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고자 했다. 전공이었던 교육학에서 벗어나지 않은 공부였지만 고시라고 불리고 있는 교사 임용시험으로부터는 해방된 공부였다. '자기 주도적 학습 지도사' 과정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이전에 자기 주도적으로 사는 삶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삶에서 주도성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나는 늘 수동적인 삶을 살아 왔던 것은 아닌가? 부모님과 타인의 기대와 칭찬에 길들여져 살았던 지난날들이 스쳐지나간다. 사회가 말하는 안정과 보장을 담보로 내 인생을 걸고 열나게 독서실에서 눈물을 찔찔 짰던 것은 아닌가? 날씬한 몸매 한번 제대로 유지해보지 못하고 퍼져버리는 허벅지와 뱃살에 매번 스트레스 받으면서 주눅 들었던 것은 아닌가? 나는 도대체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그 공부를 하면서 내게 쏟아지는 질문에 난 계속 한 가지 대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나답게 살지 못했구나. 나답게 사는 척 하며 살았구나. 그런 척하며 살아 왔구나.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변할 거다. 난, 내 본래 모습을 찾아 나답게 사는 삶을 살거다.’


 모든 사람이 자기를 찾는다면 아마 다들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바로 자기를 찾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자기를 모르고 살고 있기 때문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변화를 위해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민 교수님이 들려주셨던 ‘눈 뜬 장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자. 


오늘도 나는 앞이 안보인 채로 길을 나선다. 장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세상에 태어나 내가 본 것이라곤 어두컴컴함  뿐이었는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늘 소리로 분간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북적대는 장터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조금은 다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쁜 소식을 가지고 이제 집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난 어디로 가야하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전혀 모르겠다. 무서웠다. 눈물이 났다. 지나가던 선비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자초지종을 다 들은 선비는 내게 “눈을 다시 감아보세요.”라고 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집에 가는 길이 보였다.


 눈 뜬 장님은 평생 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큰 변화가 온 것이다. 장님이 눈을 뜬 것은 필레몬과 바우키스 노부부처럼 선하게 살았기에 신이 장님에게 준 선물인 것 같다. 실제로 갑자기 볼 수 있게 되는 시각장애인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주어진 선물은 오히려 장님을 불행하게 했다. 자기 집을 찾아갈 수 없게 됐으니 말 그대로 눈 뜬 장님이 된 것이다. 여기서 요정처럼 등장한 선비는 눈 뜬 장님에게 필요한 조언을 한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눈을 감아라.’ 그러자 장님은 다시 집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눈을 감고 집을 찾아간 후 집에서 다시 눈을 뜨면 되는 것이다.

 

 장님이 눈을 뜬 후 다시 눈을 감지 않았다면 그에게 주어진 축복은 오히려 그에게 저주가 되었을 수 있다. 나도, 변화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는 그 순간, 변화를 위해 새로운 길에 무작정 들어가면 위험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기 위해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눈을 뜨고 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위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집으로 가야한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자신’이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찾고, 삶의 방향을 찾는데 명분과 힘을 다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러면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


 나는 장님이 눈을 감아서 익숙한 방법으로 먼저 집을 찾았던 것처럼 내 전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기 주도적 학습 지도사’과정을 선택한 것이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변화를 간절히 원했던 그 순간 나를 알고, 꿈을 찾아 나갔던 시간이 주어졌던 것은 내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될 것만 같았던 내 인생에 컴컴한 터널을 묵묵히 견뎌내고 빠져 나오니 환한 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터널이 있었기에 ‘변화’라는 단어를 화두로 삼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기간은 견디기 어려웠지만 피할 수 없었던 터널이 내게 운명이자, 축복의 통로였다는 생각이 든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두 번 읽으면서 오비디우스가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이 ‘긍정적인 변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책에서 등장하는 변신이야기는 대부분 신들에게 벌을 받는 사람들의 숙명 같은 거였다. 나무, 짐승, 새, 물, 별로 변신하는 그들은 변신하는 순간에 당혹해 했다. 갑자기 딱딱해져오는 사타구니, 깃털이 만져지는 가슴,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팔, 계속 울다 물이 되어버리는 변신을 읽으면서 나는 지독한 답답함을 느꼈다. 내 다리가 뿌리를 내려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다. 그들은 변신하고 싶지 않은데 변신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나는 나의 본래 모습을 찾고 싶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나무껍질을 벗어 던지고 본래의 나로 변신하고 싶은 것이다. 깃털과 부리를 떼어버리고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습을 바꾸는 데도 두 가지가 있단다. 한번 그 모습이 바뀌면 영원히 그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변신이 있고, 수시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둔갑이 그것이라고 했다. 둔갑이라는 말이 맘에 들진 않지만 나는 내 모습을 찾는 변신을 통해 다시 내 빛을 내는 반짝이는 별로 변화하는 수시로 모습을 바꾸는 변신을 하고 싶다. 내겐 그러고 말겠다는 명분도 있고, 그럴 만한 의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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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30 15:08:33 *.114.49.161

세린낭자 잘 읽었습니다. 주도적 학습 지도사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이네요.

공립학교 교사가 되는 것과 선생님이 되는 것은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 월요일 마감을 맞추기 위해 다른 아이들은 운동회 예행연습 나가고,

내가 맡은 아이 하나, 다른 때 같으면 그 아이가 나가기 싫다고 해도 끌다시피

데리고 나갔을 건데 오늘은 '니가 그렇다면' 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과제를 주면서 타이핑을 했어요.

세린낭자의 출근 전 올린 북리뷰와 칼럼을 보고 출근했지요.

누가 더 '선생님'스러운가는 뻔한 일입니다.

세린낭자, 다음 번에는 월요일에 학교로 숙제를 들고 오지 않는 저를 꿈꿔봅니다.

성실하고 정성을 다하시는 모습 보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너무 나태해요.

(그 기득권 울타리 안에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은 지 몰라요.

복지관에서 근무할 때는 나를 남들에게 소개않던 부모님과 화해한 건 좋아요)    

아, 여기다 이런 반성문 써도 될랑가 모르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세린낭자의 변화이야기가 계속 될 지 궁금하고 응원합니다.

분명 잘 해나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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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30 15:29:05 *.36.72.193

ㅠㅠ 엉엉

콩두 언니...

저는 오늘도 다짐을 했답니다.

"책을 미리 다 읽자."

 

'컬럼을 잘 쓰려면 주제를 잘 뽑아야 한다.

주제를 잘 뽑으려면 책을 미리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내내 생각해야 한다. '

 

그래도 이번주는 책을 다 읽는 것을 하루 앞당기는데 성공했지요.

하지만 주제를 뽑아내는 것에는 좀 실패한 듯.

 

주어지는 주제 없이 스스로 걸려드는 놈을 찾으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진짜 계속 이거쓸까? 저거쓸까? 아, 아니다, 이거 써야겠다 이러기를

계속 반복..

 

사부님께서 '곧 빨라질꺼다.'라고 하신 말을 믿고.. 

계속 꾸준히 해보는 수밖에.

 

언니 응원에 힘을 얻습니다. (지금 입이 웃고 있답니다. 으흐흐) 

늘 언니의 시선이 아름답다 생각하며 글 읽고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 다음주엔 좀 더 여유있는 모습으로다가 (이번주보다 말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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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30 16:33:26 *.51.145.193

글을 읽고 나서 변화의 모습을 응원한다는 글을 쓸려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그 변화가 이루어진 일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글에서 '나 다움'을 물씬 느낀 것은 저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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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30 22:00:29 *.68.172.4

오 세린아~ 네 글을 읽고 나도 많은 걸 깨달았다. 눈을 떴으되, 기회를 위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일단 눈을 감고 집으로 돌아간다라! 멋지다. 너와 나는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고민해온 것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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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1 07:14:32 *.47.75.74

세린, 저도 두번 읽으면서 변신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겉으로 바뀌는 변신이 아니라, 

내 안의 나를 새롭게 발견한다면, 그 무엇도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자유롭게 변신하며,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세린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변화의 눈빛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밤하늘의 별빛보다 더 반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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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1 21:24:30 *.39.134.221

변화라는 것은 한번하고 마는것이 아니라...말그대로 계속되는거 아닐까?

세린이 나이보다 훨 많이 먹은 나도 늘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욕망...

놓을수가 없더라.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겠고...ㅋㅋ

하나는 분명한것 같아. 변화를 할려면 무엇인가 다른것을 가지려면 손에 들고 있는 것중에

하나는 놓아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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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5 11:51:08 *.70.15.124

세린아~ 요즘 책을 보고 싶은 마음 만큼 고통도 함께 따라 다니는것 같구나.... 눈이 자주 아파서 책을 볼려면 자꾸 침침해져서...몰입이 잘 안되는군... 안과에 갔더니 눈에 염증이 생겼으니...눈 비비지말고 인공눈물로 잘 눈을 잘 보호 해 주라는구나...이렇게 늦깍이로 들어와서 글을 남기고 가네... 몸에 맞는 변화가 진짜 내 모습을 찾는거야...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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