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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8일 11시 23분 등록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홍옥이 10개 있다. 두 사람이 나누어 먹을 예정인 사과이다. 상대는 가족이나 친구 같은 지인이

아니다. 오늘 처음 만난 누군가와 나누어야 하는 미션이다.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 인가. 두 사람 모두 사과를 좋아하고

특히 홍옥을 좋아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 너도 다섯 개 나도 다섯 개, 두 번째 너는 네 개 나는 여섯 개

세 번째 너는 여섯 개 나는 네 개, 네 번째 나만 10개, 다섯 번째 너만 10

 

일단 오지선다형으로 해본다. 물론 정답은 없다. 네 번째나 다섯 번째의 선택이 생길 확률은 낮은듯하다. 첫 번째는 어떠한가. 심플하다. 고민거리도 없다. 계산도 명확하다. 나머지가 없으니까. 좋은 선택이다. 혹시 당신은 두 번째나 세 번째의 선택을 고민해 본적 있는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지만 왠지…마음에 끌려, 아니면 상대가 나보다 월등 힘이 세거나, 예쁘거나, 잘생겼거나, 노인이거나, 어린아이거나, 어떠한 이유로든지 상대를 배려하고 싶어질 때 또는 내가 더 갖어도 괜챦을것 같은 그런 마음이 동하진 않겠는가.

 

다른 가정을 해보자.

 

홍옥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고 서로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하면 어떨까.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려 과수원에서 서리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21, 한 사람은 망을 보고 한 사람은 사과를 따고 이렇게 하여 어렵게 쟁취한 경우에는 계산이 좀 복잡해지지 않을까. 아마도 사전事前에 계약서라도 써놓지 않았다면 분명 나의 노력과 너의 노력 누구의 것이 의미 있었는지. 생각할 것이다. 서로 합의하여 마음상하지 않고 잘 나누어 가질 수도 있다. 홍옥10개를 가지고 문제가 생길 확률은 낮다. 이제 다른 가정을 해보자. 21조 은행털이범은 어떨까? 그들의 노획물은 골드바이다. 골드바가 100개면 어떤가. 골드바

1개는 1억을 호가한다.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이들이 의기투합하여 무사히 일을 치루고 나서도 계속 사이가 좋은 경우는 많지 않다.  욕심이 생기고 상대를 해칠 궁리를 하고 실행에 옮기고…이런 모습이 보통 사람의 모습이지 싶다.

 

며칠 전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 우리는 비슷한 일을 한다. 그래서 대화의 소재에 일과 고객이 자주 등장한다. 주문한 낙지볶음을 먹으며 고객으로부터 전화한 통을 받았는데…하면서 친구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몇 달 전에 들었던 친구의 고객 A이다.  A는 살림살이가 그리 팍팍한 사람은 아닌듯했다.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하락을 고민하는걸 보니 구입할 때 대출을 끼고 구입했다 해도 대출이자는 감당할 만한 상황이라는 증거이다. 몇 해전 부동산가격이 피크일 때 구입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A도 그 들 중 한 사람이라고 했었다. 친구에게 전화로 현재가입 중인 상품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친구는 A에게 묻는다. 고객은 바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냥 해지해달라고 한다. 가끔 있는 일이어서 집히는 데가 있었던 친구는 답을 하지 않는 고객에게 추궁 아닌 추궁를 하여 사유를 알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이다. 친구와 같은 일을 하는 B라는 사람이 A에게 현재 가입중인 상품을 더 좋은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자고 제한 했고. B의 설명을 들은 A

마음을 정한듯했다.

 

금융상품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장점과 단점. 그것에 근거하여 가입하고자 하는 고객에 맞춘 맞춤상품이다. 100%맞춤상품에서 정기예금같이 기성화된 상품도 있다.  잘 맞춰놓은 맞춤상품을 뜯어 고치자고 한 건데, 상황이 바뀌면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많은 경우 바꾸면 안 되는 것을 바꾸자고 하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A의 상황은 변한 것이 없는데 왜 기존상품을 해지하여 갈아타자고 한 것일까. 고객의 동의를 이끌어낸 B는 어떤 논리를 가지고 설득했을까. 그 설득의 key를 생각 하다 보면 친구와 나는 결론이 항상 같은 곳으로 흐른다. 고객을 위한 결정이라기보다  본인의 영업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 결정이 고객도 좋은 결정이면 상관없다. 고객한테는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는 결정이라는데 아연실색한다. 매일같이 경제지를 장식하는 금융상품들,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 그리고 어떤 경우에 그 상품의 장, 단점이 발휘되는지를 알아보는 일. 섹시한 신문기사 제목을 위하여 등장하는 상품들까지, 금융상품은 수 만 가지에 이른다. 시장이 이렇다 보니 선택에도 어려움이 있고 그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일이 나의 일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친구는 A를 잃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B는 새로운 고객 A를 얻을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A라는 고객의 자산 정도에 따라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A의 동의를 이끌어낸 B는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럼 고객 A의 입장을 보자. 새로운 선택이 잘 한 선택일지 아닐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바로 알 수 있는 일이면 좋은데,

구의 일은 애석하게도 그렇지가 못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고객에게 특정 사건이 생기고 난 다음에야 그 선택의 결과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사람의 예를 보아가며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발생 가능한 확률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선택하는 일이다. 누구(친구와 B)의 설득논리가 A에게 맞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B의 논리를 친구와 나는 알고 있다. 그 저변에 깔려있는 의도도 읽혀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혼자서 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우리 속담에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하지 않았던가. 함께 노력해서

결과물을 얻고 그것을 나누는 일은 우리에게 일상화 되어있는 일이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유형 무형의 것들을 나누며

살아간다. 어떤 방식의 나눔이 좋은 나눔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다. 늘 내가 더 많이 갖고자 하는 나눔. 늘 상대를 더

챙겨주는 나눔. 한치의 오차도 없는 균등한 나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나눔이 철학이 되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어떤 노력의 대가로 얻어진 것이든 내가 상대보다 1%적게 갖는 나눔은 어떤가. 당장은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분명 계산상으로는 손해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그 결과가 나의 삶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를 설사

나쁜 짓을 해서 얻은 것이라 해도 상대가 나에게 해를 입힐 확률은 거의 없어진다. 왜냐하면? 나보다 상대가 더 많은 것을

소유했으니까. 그리고 상대는 내게 마음의 짐을 지게 된다. 왠만하면 내 인생에 해 코지는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파우스트는 말한다. “아!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중략 박사니 석사니 문필가니 목사니

하는 온갖 멍청이들보다는 현명한 편이지. 나는 회의나 의혹 따위로 괴로워하지 않고, 지옥이나 악마 따위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_ 대신 모든 즐거움은 사라져버리고 무언가 올바른 것을 알았다는 자부심도 없으며, 인간을 선도하고 개선시키

기 위해 그럴싸한 걸 가르칠 자신도 없구나. 그렇다고 재산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 이 세상의 명예나 영화도 누리지 못하

니 개라도 더 이상 이 꼴로 살기는 원치 않으리라! 하여 나는 마법에 몰두하였다. 정령의 힘과 말()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 그리 되면 더 이상 비지땀 흘려가며 나도 모르는 걸 지껄일 필요가 없을 것이요.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더 이상 ()의 소매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파우스트의 입을 빌린 독백이지만 파우스트박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말의 소매상을 벌이는 일. 말로 밥벌이를 하는 것. 무형의 가치를 거래하는 일. 보고 만지고 맛보는 것을 믿는 것과 보이지 않는 가치를 설명하고 신뢰하게 되는 것은 매개체가 다르다. 무형의 가치를 파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은 결국은 자신을 파는 것이다. 자신의 말을 통하여 글을 통하여 무형의 가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 안에는 진정성과 투명성이 함께 해야 한다. 오늘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은 잘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언제 나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날아들지 모를 일이다.

 

친구와 대화를 하며 나를 본다. 그리고 파우스트의 독백을 생각한다. 말이 갖는 상징성. 사람은 모두 본인입장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논리를 말과 글을 통하여 설득하고 영업을 하는 일. 그 일의 고단함이 내 삶의 일부이고 친구의 삶의 일부이고 우리들 삶의 일부가 된다. 나도 나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영업은 그 무엇도 아닌 나를 파는 일이다라고.

IP *.175.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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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2.06.18 23:17:55 *.85.249.182

탄탄한 문장력에 반했어요.

금융상품도 한 편의 품격있는 글로 다듬어내는

그 솜씨가 일품입니다.

'말의 소매상'을 벌인다, 말의 도매상은 넘 난해한가요?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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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5:58:43 *.114.49.161

일단 홍옥 맛있겠어요.

아, 그 새콤달콤한 맛. 중간에 꿀 배인 거 쪼개 와작와작 깨물어 먹고 싶으네요.

10개, 저는 상대에 따라서 배분이 달라질 것 같아요.

그 집에 식구가 많거나, 홍옥을 몹시 좋아하는 누가 있거나 그러면 제가 적게 가져도 될 것 같고요.

 

오프수업 이후 몇 분들은 주제를 찾아가시는 듯 합니다. 행님도요.

자신을 판다, 상대의 동의를 얻었으니 영업을 잘 한다....낯선 영역 영업에 대해 배워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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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8:22:26 *.51.145.193

행님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부럽고요, 멋집니다.

고객에게 자신의 영혼을 녹여주는 투자 상담.

동종업계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 중에 독보적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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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22:36:37 *.68.172.4

글의 주제를 찾아가는 행님, 부럽습니다.

 

그런데 일단, 이 글은 참 감동적이네요. 제가 오늘 수준 이하의 거만한 의사와 상종할 일이 있어서 기분이 나빴는데 행님의 글을 보고 묵은 체증이 내려갑니다. 무형의 가치를 파는 일. 저의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마음의 도를 닦아야겠습니다.

 

사부님이 "야, 이거 진짜 굉장한 구라구나!"라고 생각될 때, 사람들이 움직이게 된다고 했는데 이거 진짜인 듯 합니다. 저도 가끔, 이 세상은 "구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느끼는데, 제 생각의 배경색은 부정적인 것이긴 했지만 세상이 "무형의 구라"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죠.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는 세상이 아직 2차 산업의 인간인 저에게는 어색하지만요.

 

"말의 소매상"에서 풀어낸 행님의 글, 마음 속에 잘 담아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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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 11:08:27 *.36.72.193

헹님, 이번 컬럼 쓸 때 날아가셨지요?

거침없이 내려가고 있는 글.

가슴이 뜨거워져서 써져가는 글!!!

부러워요 :)

 

<무형의 가치를 파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은 결국은 자신을 파는 것이다. 자신의 말을 통하여 글을 통하여 무형의 가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 안에는 진정성과 투명성이 함께 해야 한다.>

 

무형의 가치를 팔고 싶은 일인으로서

나의 삶은 반드시 말과 생각, 마음과 함께 나의 행동, 생활, 습관들이 일치해야 된다는,

그럼 결심을 하게 된 글이어요.

 

ㅎㅎ '이거 정말 굉장한 구라구나!' 하는 거 행님 안에서 

마구마구 분출되어 흘러넘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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