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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1일 12시 16분 등록

서문 : 돌아온 어른 수컷 원숭이

 

바빴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아이가 생기고는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돌아와서는 육아도 돕고 집안일도 해야 했죠. 그 와중에도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다며 사진도 찍고 사이버 대학에 다니며 공부도 했습니다. 아이가 좀 커서는 나 자신을 탐구한다며 매주 한 권의 고전을 읽고 리뷰와 칼럼을 쓰는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죠.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기뻤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했지만 이상하게 불안했습니다. 알 수 없는 책임감과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불안은 "무엇이라도 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절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내안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아주 가끔이지만 고요함과 평안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가 어디일까. 제가 찾은 그 평안함의 자리는 꼬맹이 민호와 함께 뒹굴며 노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귀중함을 느꼈습니다. 아이의 성장을 붙잡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절대적 시간 속에는 불안, 의심, 걱정도 끼어들 틈이 없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들 민호와 몸놀이를 하며 놀다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민호야, 넌 뭘 할 때 가장 행복해?", "응, 지금 이렇게 놀 때"

"민호야, 행복이 뭐야?", "응, 산책"

또 물었습니다.

"민호야, 넌 앞으로 뭐하고 싶니?", "응, 이렇게 아빠 위에 올라타고 싶어!"

우문현답이었습니다. 민호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겐 과거도 미래도 구체적인 지금과 연관이 있습니다. 행복을 자꾸 과거와 미래에서 찾는 나에게 지금을 살라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긴장이 풀어지며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와 놀고 있는 지금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찾던 것은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해변에 사는 짧은꼬리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려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얘기입니다.



 과학자들이 먼저 원숭이들의 먹이로 고구마를 던져주었습니다. 원숭이들은 고구마를 좋아했지만 묻어 있는 모래와 함께 먹기는 불편했습니다. 이때 어린 암컷 원숭이가 고구마에 묻은 모래를 바닷물로 씻는 방법을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다음 이 방법을 배운 원숭이는 발견자의 어미였습니다. 아이의 행동에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어른 원숭이가 바로 엄마였기 때문입니다. 이 어미 원숭이에 의해 새로운 방법은 다른 새끼 원숭이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다음 차례는 새끼 원숭이들과 함께 노는 친구들이었습니다. 다음은 누가 배웠을까요? 당연히 그 새끼 원숭이들의 어미들이었겠죠. 그 어미들의 다른 자식들까지 새로운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제 대규모 원숭이 무리 가운데 단 열 세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가 고구마 씻어 먹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배우지 못한 열 세 마리는 누구였을까요? 모두 어른 수컷 원숭이였답니다. 그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했답니다. 바빴겠죠. 다른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을 겁니다. *

 

 전 어른 수컷 원숭이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고 싶다 구요! 이해가 되시나요? 어른 수컷 원숭이는 바로 아빠인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세상이 모두 변해도 '중요한? 일'에만 매달려 있는 어른 남자 아빠 말입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실마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소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줍니다.

  

이 책은 아이를 통해 발견한 비밀들을 모은 사진에세이입니다. 전 육아를 통해 기쁨과 추억을 쌓았습니다. 아이를 통해 지혜를 배웠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덕분에 과거의 상처를 씻는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밖에서 아무리 찾아봐야 할 수 없었을 일들 입니다. '아빠육아'는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빠 자신을 위한 신비한 시간여행이었습니다.

  

이제 저와 아이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보실래요? 그들의 일상 속에서 웃고 울며 히히덕거려 볼까요? 집으로 돌아온 어른 수컷 원숭이가 됩시다.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 숨겨진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잠시 저희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시죠. 자, 출발~!

 

 

 

 

 

IP *.37.1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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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2 05:31:09 *.194.37.13

서문을 보니깐, 좋은 책이 나올 것 같아.

아빠들에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어줄 것 같아.

지금 아이들을 통해서 상처를 치유받고, 자신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쓰면서 최대의 수혜자는 바로 자신' 사부님 말씀이 떠오른다.

양갱의 책은 자신뿐아니라, 아빠들의 마음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아.

좋은 책이 나오길 기대하며, 항상 응원하고 기도하고 있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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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18:54:40 *.37.122.77

고맙다~

책을 써나가는 과정이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구나.

그동안 써온 서문을 다시 보니 확실히.

승욱이도 그럴꺼야.  나도 응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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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2 16:43:15 *.252.144.139

경수야, 내가 본 네 책 서문 중에 제일 좋다.

이제 결승점에 거의 온것 같아.

끝까지 화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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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18:55:31 *.37.122.77

우쌰우쌰~ 화이팅!

땡7이 모두!

누님~ 좋은 편집자 만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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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08:32:48 *.114.49.161

우와, 서문이로군요. 축하합니다. 짝짝짝짝짝

 

아니, 백번째 원숭이 이야기로만 읽다가

거기서 고구마를 못 씻어먹은 13마리가 숫컷 원숭이였다는 말을 들으니 혹하네요.

저 예화가 앞에 나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어요.

그 다음에 아빠로 성숙해 가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떨까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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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18:56:29 *.37.122.77

저도 고민했던 부분인데.

원숭이 이야기가 앞으로 가면 더 좋을지.

더 고민해볼께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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